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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려복지 정착에 사후 개인재산 기탁 늘었다

  • 교계
  • 입력 2019.09.09 14:50
  • 수정 2019.09.09 16:26
  • 호수 1504
  • 댓글 1

종단·교구본사 승려복지 믿고
한푼씩 평생 모은 노후자금 기부
상좌스님·속가서 유지 받들기도
“청정한 승가공동체 첫걸음”

찾아가는 토털복지를 구현 중인 화엄사에서 노스님들의 대중수행처로 마련한 만월당.
찾아가는 토털복지를 구현 중인 화엄사에서 노스님들의 대중수행처로 마련한 만월당.

조계종 유언장 제도를 통해 스님들의 사후 재산이 승려복지와 교육기금으로 귀속되는 경우가 지난 10년간 7건에 불과한 가운데 개인명의 재산을 종단과 사찰에 기탁한 스님들이 뒤늦게 주목 받고 있다. 종단에 귀속된 스님의 사후 개인명의 재산을 승려복지로 환원하는 삼보정재의 선순환이 절실하다는 여론에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스님들이 생전이나 사후에 개인명의 재산을 승려복지에 기탁하는 가장 큰 이유는 종단과 교구본사의 승려복지시스템 때문이다. 점차 정착되는 승려복지시스템을 신뢰하기 시작했다는 게 교계 안팎의 분석이다. 실제 조계종은 2011년 법을 제정한 뒤 2015년부터 구족계를 받고 결계를 완료한 모든 스님들까지 승려복지 수혜대상을 대폭 확대했다. 2017년부터 국민연금보험료 지원을 시작했으며, 최근 재가요양비와 동국대 일산병원 입원·진료비까지 지원의 폭을 넓혀가고 있으며, 불자 전용 요양원과 요양병원 건립에 착수했다.

출가부터 임종까지 조계종과 교구본사 차원에서 책임지려는 승려복지시스템에 대한 신뢰는 스님들의 개인명의 재산 출연에 큰 영향을 끼쳤다. 승려복지 소식을 들은 ‘힐링캠프 명상의 집’ 대표 대화 스님은 지난 4월 통장 잔고 전액을 기금으로 후원했다. 용타 스님이 창안한 마음수련 프로그램 동사섭을 초창기부터 함께 개척해온 대화 스님은 승려복지회 소식을 듣고 발심, 수십년 명상지도와 상담으로 소소하게 저축해온 노후자금 1억8만원을 승가공동체를 위해 희사했다.

교구본사의 승려복지가 신뢰를 얻으면서 재적스님들의 재산 출연이 이어지는 곳은 화엄사가 대표적이다. 화엄사는 주거, 의료, 연금, 노후, 장례복지까지 전담하고 승려복지국장 소임자를 두고 ‘찾아가는 토탈복지’를 시행 중이다.

이런 화엄사 승려복지시스템을 믿고 부전 소임의 한 스님은 지난 3월 평생 모은 노후자금 2억1000만원을 교구 승가복지회에 건넸다. 세납 60이 넘은 스님이 절에 신세 지지 않고 병원이라도 다니려고 한푼 두푼 모았던 보시금이었다. 하지만 인연 있던 스님의 갑작스런 입적 후 건물과 통장 등 유산이 법적상속인을 내세운 속가로 넘어간 일을 겪고 난 뒤 생각을 바꿨던 것이다. 최근에는 지리산 천은사 주지 종효 스님도 2년간 급여 명목으로 받은 보시금을 한 푼도 쓰지 않고 교구 승려복지기금으로 기탁했다.

입적한 스님들의 상좌스님이나 속가에서 고인의 유지대로 사후 개인명의 재산을 종단 등에 기탁하는 이유도 노후 걱정 없이 수행하는 환경을 조성하는 승려복지에 거는 기대가 크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대장암으로 투병하다 2015년 6월 입적한 청도 운문사 문수선원장 혜은 스님의 손상좌 유승 스님은 은사스님의 뜻대로 장례를 검박하게 치르고 남은 4000만원을 조계종 승려복지회 등에 기탁했다. “장례를 치르고 여유가 있으면 생명 구하는 일에 써달라”는 은사스님의 마지막 뜻을 이어 받은 것이다. 은사스님의 49재 보험금을 전한 사례도 있다. 의정부 여래사 회주로 전법에 진력하다 2016년 입적한 효봉 스님의 상좌스님들은 지난 3월 “스님들이 노후와 병고 걱정 수행과 전법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해달라”며 49재 보험금을 기부했다.

상속법상 스님의 사후 개인명의 재산 상속 우선순위에 있음에도 속가 유족들이 스님의 유산을 삼보정재로 귀속시킨 경우도 적지 않다.

1989년 혜해 스님을 은사로 출가한 일성 스님은 직장암 말기 진단에도 수술을 받지 않고 투병하다 2019년 3월 입적했다. 스님이자 딸을 보낸 강인숙 여사는 딸의 49재 하루 전 승려복지회를 찾아 “생전에 승려복지후원에 뜻이 있었다”는 딸의 뜻과 함께 2000만원을 전했다.

2016년 8월 투병 끝에 입적한 선후 스님은 언니처럼 출가수행자의 길을 걸었다. 불현듯 찾아온 병마에 입적했고, 출가 전 아이들을 가르치는 직업으로 모았던 재산이 남았다. 세 자매 중 스님인 언니와 막내는 유산 다툼을 하지 않았다. 선후 스님의 뜻대로 5000만원이 승려복지기금으로 회향됐다.

이와 관련 조계종 승려복지회장 금곡 스님(총무원 총무부장)은 “출가수행자로서 아름답게 삶을 회향하시는 모습은 청청한 승가공동체로 향하는 첫 걸음”이라고 감사를 표했다. 그러면서 “종단은 백만원력을 결집해 요양원과 요양병원을 건립, 한평생 수행과 복지에 전념해온 스님들이 편안한 노후를 보내시도록 준비 중”이라며 “승려복지시스템이 스님들에게 더 신뢰를 받는다면 스님들의 아름다운 회향이 계속될 수 있다”고 기대했다.

최호승 기자 time@beopbo.com

 

[1504 / 2019년 9월 1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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