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33. 불교적 삶이란

기자명 법장 스님

일상의 깨달음으로 행복한 매일매일 만들어가는 것

‘나’라고 구별짓고 말할 수 없어
일체 존재 중 영원한 것 없으니
악행말고 선행 찾아 행할 뿐
악행은 인연과 연기법에 어긋나

우리는 하루를 살면서도 수많은 사람들과 대화하고 함께 시간을 보낸다. 그 속에서 안락함을 느끼기도 하고 때론 불편함을 느끼기도 한다. 우리는 그렇게 하루하루를 보내며 살아가고 있다. 휴가나 휴식이 필요할 때 홀로 집 안에서 시간을 보내기도 하지만 다시금 사회로 나와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를 사회적 존재라고 부르는 것이다.

이러한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의 삶의 모습은 불교에서 말하는 존재의 모습이기도 하다. 불교에서는 모든 것이 인연에 의해 모여져 있고 그것들은 연기(縁起)적 관계 속에서 살아간다고 말한다. 특정 무엇이라 부르는 것, 예를 들어 ‘나’라는 존재는 나를 이루는 피부, 혈액, 근육, 세포 등 수 많은 요소들이 모여서 ‘나’라는 형태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즉 처음부터 정확하게 ‘나’라고 지칭할 수 있는 무언가가 존재하는 것이 아닌 이러한 요소들이 모여 집합체를 이룬 것을 ‘나’ 자신, 또는 나의 몸으로 보는 것이다. 그리고 ‘나’라는 존재개념을 보면 내가 존재하기 위해서는 나와 다른 타인이 있어서야만 그와 구별된 자신을 지칭하는 내가 형성되는 것이다. 즉 남이라는 대상에 의해서 그와 구별되고 독립되어진 내가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다.

보다 불교적으로 말하면 ‘나’라는 몸의 형태는 수많은 세포와 근육 등의 구성요소들이 나를 형성하기 위한 인연에 의해 모인 것이기에 그 안에서 특정한 한 가지만을 뽑아서 ‘나’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 없다. 또한 내가 나로써 존재하기 위해서는 남(타인)과 구별되어야 하기에 이러한 관계 속에서 ‘나’를 표현하고 지칭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이러한 관계를 떠난 곳에서 ‘나’라고 구별 짓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없다. 즉 불교에서는 이처럼 인연에 의해 존재가 구성되어 있고 사회적 관계(나와 남) 속에서만 그 존재의 자아가 이루어진다고 한다. 그렇기에 모든 것에는 자아가 없고(제법무아), 모든 것은 영원하지 않다(제행무상)을 근본 가르침으로 말하는 것이다.

이런 가르침은 사회 속에서의 우리를 보는 관념이기도 하며 그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지혜이기도 하다. 불교적인 삶은 나쁜 일을 그치고(제악막작), 좋은 일을 찾아 행동하는 것(중선봉행)이다.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성실히 임하고 하지 말아야 할 일은 멀리하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하지 말아야 할 일’이란 인연과 연기에 어긋나는 일과 행동을 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우리 각자에게는 우리가 원하고 찾아서 하는 일들이 있다. 그러나 때때로 그 일과 책임을 벗어난 행동을 하고 싶은 욕망이 생기기도 하는데, 만약 그 행동이 나를 벗어나 다른 사람이나 사회에 물의를 줄 수 있는 일이라면 자신의 영역을 벗어난 것이기에 그 행동을 멈추거나 그에 따른 책임을 반드시 지어야 한다. 이러한 예는 우리가 뉴스에서 종종 접하는 사건을 통해서 충분히 알 수 있다. 반면에 자신을 따르는 인연과 연기적 삶을 받아들이고 그것에 성실히 임한다면 자신에게 만족감과 안락함이라는 보상이 따르게 된다. 즉, 욕심과 집착에 빠져 자신의 길을 벗어나면 잠깐의 쾌락이 있을지도 모르겠으나 그에 따른 무거운 책임이나 고통이 수반된다. 이를 불교에서는 사성제의 고집멸도라고 말한다.

‘나’라고 지칭할 것이 없고 모든 것이 관계로만 이루어져 있다고 하면 허무주의나 염세주의에 빠질 수도 있다. 그러나 불교에서 말하는 그 인연과 연기라는 것은 ‘법’이기도 하며 ‘업’이기도 한 것이다. 자신의 행동에 따라 그것이 업이 되어 그 결과를 반드시 자신에게 가져다주기도 하지만 사회와 존재를 이루고 있는 그 ‘관계’를 알고 연기적 삶을 추구하며 산다면 그것이 법이 되어 자신이 만족하는 삶을 느끼게 해준다. 그렇기에 많은 선지식들께서 법이라는 것이 특별한 무엇으로 있는 것도 아니고 어떠한 경지로 있는 것이 아닌 일상생활 속의 곳곳에 깨달음이 있고(평상심시도 平常心是道), 그렇게 하루하루를 바르게 보며 살아간다면 매일매일이 행복한 날들(일일시호일日日是好日)이라고 말씀하신 것이다.

법장 스님 해인사승가대학 교수사 buddhastory@naver.com

 

[1504 / 2019년 9월 1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