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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끝나면 중노릇 안 할 것인가”

  • 기자칼럼
  • 입력 2019.09.23 11:09
  • 수정 2019.09.23 11:11
  • 호수 1505
  • 댓글 5

선거는 승패를 가르는 제도다. 무력이나 강제력이 아닌 이성과 제도를 따른다. 싸움과 다른 점이다. 모든 후보들은 치열하게 자신을 홍보하고 비전을 제시한다. 때로는 상대에 대해 문제를 제기 하기도 한다. 한 발 더 나아가 비방이 등장할 때도 있다. 흔히 말하는 네거티브(부정적) 전략이다. 하지만 결과가 나오면 승복해야 한다. 선거라는 제도를 선택한 가장 큰 이유다.

출세간의 선거가 세간보다 맑고, 향기롭고, 깨끗해야 한다는 법은 없다. 기대가 있을 뿐이다. 전국비구니회 12대 회장 선거도 마찬가지다. 이상적인 선거를 기대했지만 미치지 못한 부분도 있었다. 

네거티브 전략도 등장했다. 가장 충격을 준 것은 육문 스님 지지모임 소속 비구니종회의원스님들이 제기한 ‘본각 스님 학력위조 의혹’이었다. 선거기간이었지만 총무원 호법부에 진정을 접수하며 진상조사까지 요구했다. 직접 밝힌 이유가 주목된다.

“육문 스님에 대해 입에 담을 수 없는 비방이 난무해 상좌들이 이를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호법부에 진정을 제기한 것이다. 상좌들의 억울한 마음을 이해해 달라.”

육문 스님 지지 모임에 함께한 한 종회의원스님은 기자들에게 이를 수차례 강조했다. 그러면서 “호법부가 조사해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하지만 비방의 당사자가 본각 스님이라고 특정하지는 않았다. 그러니 ‘육문 스님에 대한 비방’과 ‘본각 스님에 대한 학력의혹’ 사이에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설명이 되질 않는다. 

“은사에 대한 비방을 묵과할 수 없었다”면 ‘허위사실유포’ ‘승가비방’ ‘명예훼손’ 등을 이유로 당사자를 찾아 처벌해 달라는 진정서를 제출했어야 한다. 적어도 상좌들이 ‘학력의혹’을 호법부에 제기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

종회의원스님들 주장처럼 ‘억울함’이 ‘학력위조 의혹제기’로 이어졌다면 이 역시 앞뒤가 맞지 않는다. 호법부가 학력의혹을 밝힌들 상좌들의 억울함은 풀리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실여부를 따질 새도 없이 부정적 이미지는 만들어진다. 네거티브 전략의 전형이다. 

선거가 끝난 후에도 후폭풍은 계속됐다. 의혹을 제기했던 또 다른 비구니종회의원스님 주도로 ‘본각 스님 허위학력 진상조사 특위’ 구성 건이 상정됐다. 종회는 격론 끝에 이를 부결시켰다. 하지만 ‘화합’과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손꼽은 비구니계로서는 또 한 번의 상처를 안게 됐다. 어쨌든 이 문제는 호법부에 진정이 접수됐다. 절차에 따른 결과를 기다리면 된다. 성급히 상처만 키우는 일이 되풀이 되서는 안 된다.
 

남수연 기자

선거에서는 네거티브 전략이 등장할 수도 있다. 그것 역시 선거의 일부라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선거기간에만 통하는 말이다. 결과가 나온 후에도 네거티브 전략이 계속 된다면 결과에 승복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비춰질 뿐이다. 그 피해는 승자와 패자 모두에게 돌아간다. 그렇기에 세속의 선거에서도 이를 경계한다. 하물며 출세간의 선거에서는 더더욱 경계해야할 일이다. “선거 끝나면 중 노릇 안할 것인가.” 어떤 스님의 경책이 호되게 들리는 이유다.

namsy@beopbo.com

 

[1505호 / 2019년 9월 2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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