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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한에 하루 한끼·묵언 정진…첫 동안거 야외천막결사

‘한국불교중흥’ 발원 9명 스님들
위례신도시 포교당 건립부지서
천막 하나에 의지해 극한 수행
삭발·목욕 금지…옷 1벌만 허용
“출가수행자 결연한 의지 모아
침체된 한국불교 변화 이끌 것”

한국불교 중흥을 발원한 조계종 전 총무원장 자승 스님을 비롯한 9명의 스님들이 100여일간 정진하기 위해 설치할 야외천막 법당이 들어설 위례신도시 종교용지 전경.
한국불교 중흥을 발원한 조계종 전 총무원장 자승 스님을 비롯한 9명의 스님들이 100여일간 정진하기 위해 설치할 야외천막 법당이 들어설 위례신도시 종교용지 전경.

조계종 전 총무원장 자승 스님을 비롯해 9명의 스님들이 한국불교 중흥을 발원하며 '동안거 야외천막결사'를 진행한다. 100여일 간 천막 하나에 의지해 혹한을 견디고, 치열한 정진을 통해 한국불교의 수행풍토를 새롭게 변화시켜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출가수행자의 결연한 의지를 모아 극한에 도전하는 야외천막 결사는 침체된 한국불교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자승 스님과 수좌 정묵, 무연(동광), 성곡(서울 약사암 일심선원 한주), 중앙종회의원 진각, 호산, 심우, 도림, 전 양평 상원사 주지 재현 스님은 11월부터 내년 2월까지 위례신도시 포교당 건립 부지에 천막법당을 설치하고 동안거 야외천막결사를 진행하기로 최근 확정했다. ‘서리를 맞고 달을 벗 삼아 정진하는 곳’이라는 의미로 천막법당을 ‘상월선원(霜月禪院)’이라 이름 짓고, 선원을 이끌 소임도 정해 선덕에는 수좌 정묵 스님, 선원장은 무연 스님, 입승은 진각 스님, 지객은 호산 스님이 맡았다. 또 결사 기간 동안 상월선원 정진 대중들이 수행에 전념할 수 있도록 서울 봉은사 주지 원명, 성남 봉국사 주지 혜일 스님이 외호대중으로 나선다. 다만 최근 사고로 다리를 다친 선덕 정묵 스님의 동참여부는 10월 중순 이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야외천막결사에 동참하는 스님들은 자체 청규를 제정하고 수행에 임하는 각오도 다졌다. 이에 따르면 천막법당을 설치해 9명이 함께 생활하되, 동안거 해제 때까지 묵언을 실천하고, 하루 한 끼만을 공양하며 매일 기본 14시간 이상 좌선과 행선을 하기로 했다. 또 동안거 해제 때까지 삭발과 목욕을 금지하고 옷도 1벌만 허용하기로 했다. 외부인과의 접촉은 일체 않으며, 천막법당을 벗어날 수 없도록 했다.

청규가 엄격히 준수될 수 있도록 방부를 들이기에 앞서 “청규를 준수하지 않고, 결제 기간이 끝나기 전에 천막법당을 벗어날 경우 조계종 승적에서 제외한다”는 각서와 함께 제적원을 총무원에 제출하기로 했다. 이는 야외천막결사가 ‘보여주기’가 아닌 수행자로서 불퇴전의 각오로 정진하겠다는 결연한 의지로 보인다.

진각 스님 등에 따르면 야외천막 결사는 지난 2월 백담사에서 무문관 수행을 마친 자승 스님이 “수행자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 치열하게 정진하는 것만이 침체된 한국불교를 변화시키는 길”이라면서 “동안거 한철만이라도 승가본연의 모습으로 살아보자”고 제안하면서 비롯됐다. 이후 취지에 공감한 선원 수좌스님들과 중앙종회의원 스님들이 속속 동참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본격화됐다. 특히 스님들은 부처님이 길에서 깨달음을 얻었던 것처럼 기존 선원에서 벗어나 도심 한복판에서 한국불교의 변화와 쇄신을 위한 답을 찾기로 했다. 이에 따라 스님들은 동안거 야외천막 결사를 위한 장소를 물색했고, 여러 후보지 가운데 위례신도시 종교용지를 결사 장소로 최종 선정했다. 위례신도시 종교용지는 조계종이 2014년 신도시 포교를 위해 매입한 부지로, 내년부터 본격적인 포교당 건립불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스님들은 포교당 건립에 앞서 야외천막법당을 짓고 동안거 결사를 진행하면서 위례신도시 포교당이 조계종의 수행과 기도 중심도량으로 우뚝 서기를 발원한다는 계획이다.

한국불교사에서 불교의 변화와 개혁을 발원한 역대 선지식들이 산중사찰에 선원을 짓고 수행결사를 진행한 적은 많지만 도심 벌판에 야외천막법당을 짓고 동안거 결사를 진행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선원에서 정진하던 수좌뿐 아니라 오랫동안 종무행정을 담당해 온 스님들이 의기투합해 새로운 형태의 안거를 진행하는 것도 대단히 이례적이다.

선덕 정묵 스님은 “옛날 수많은 선지식들은 목숨을 걸고 공부를 했지만, 근래에 이런 수행풍토가 옅어져 아쉽게 생각해 오고 있었다”며 “선원에서 함께 정진했던 스님들이 제대로 된 수행을 해보자고 제안해 동참하기로 결심했다. 다리를 다친 것이 변수이지만 뜻깊은 야외천막결사에 가급적 참여해 치열하게 정진해보고 싶다”고 밝혔다.

권오영 기자 oyemc@beopbo.com

[1506호 / 2019년 10월 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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