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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내건 치열함으로 나와 한국불교 바꾸겠다”

▣ 왜 ‘동안거 야외천막결사’인가

역대 수행결사와 일맥상통
수행자 치열한 정진 통해
실추된 불교 이미지 개선
정형화 된 안거문화도 변화

1700년 한국불교사에서 변화와 쇄신의 몸짓은 주로 결사의 형태로 나타났다. 고려 때 정혜결사와 백련결사에서부터 1947년 봉암사결사까지, 그 시대 불교계가 불법과 율장에 어긋나고 대중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할 때마다 선지식들은 수행결사를 통해 변화와 쇄신을 모색했다. 특히 역대 선지식들은 밖으로 향하던 시선을 거두고 스스로를 성찰하고 참회하면서 부처님 법답게 살아가는 것만이 혼탁한 불교계를 정화시키고 변화시키는 길이라 믿었다. 그런 점에서 조계종 전 총무원장 자승 스님을 비롯해 9명의 스님들이 진행하는 ‘동안거 야외천막 결사’도 그러한 수행결사와 맥을 같이 한다. 과거 눈 밝은 선지식들이 그랬던 것처럼 9명의 스님들은 출가수행자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 가장 낮은 자세로 치열하게 정진함으로써 침체된 한국불교를 중흥시키겠다는 결연한 각오다. 이번 야외천막결사가 한국불교계 안팎에 큰 울림을 줄 것으로 기대를 모으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국불교 이미지 제고=이번 야외천막결사는 한국불교의 이미지 개선과 위상제고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한국불교계는 크고 작은 불미스런 일로 홍역을 앓았다. 스님들의 거듭된 승풍실추와 내부갈등 등 승단의 비승가적 모습이 자주 언론에 오르내리면서 한국불교의 이미지는 급격히 실추됐다. 승단에 대한 비판이 커질수록 불교는 대중들로부터 점점 멀어져 갔다. ‘스님이 스님답지 못하고 불자가 불자답지 못한 것’은 불교가 대중들에게 외면 받는 주된 이유이기도 했다.

9명의 스님들이 100일 간 천막 하나에 의지해 혹한과 배고픔을 견디며 정진하는 이번 야외천막결사는 불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전환할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적지 않다. 쉽게 흉내 낼 수 없는 극한 수행을 통해 출가수행자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겠다는 발원은 그 자체로 불교에 실망한 대중들에게 긍정적으로 다가설 수 있다.

이번 야외천막결사에서 지객을 맡은 호산 스님은 “출가수행자를 가장 수행자답게 만드는 것은 바로 정진”이라며 “이번 결사 대중들의 혹독한 정진이 불교에 대한 이미지를 개선하고, 불자들의 신심을 키우고 불교에 대한 자긍심을 갖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산중수행 넘어 세간 속으로=신도시가 들어설 공간에서 진행되는 이번 야외천막결사는 산중사찰에서만 진행되던 수행을 세간으로 옮겨왔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한국불교에서 안거 수행은 산중사찰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자신을 깊이 성찰하며 스스로의 일상을 바꿔나가는 것이 수행의 본질이라는 점에서 현실을 벗어난 수행은 있을 수 없다. 따라서 위례신도시 종교용지에서 진행되는 야외천막결사는 수행이 삶과 동떨어진 것이 아니라 일상의 한 부분임을 일깨운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또한 한국불교에서 정형화된 안거 문화를 다양화하는 전기도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선승‧행정승 벽 허물어=이번 야외천막결사에는 선원에서 정진했던 수좌뿐 아니라 오랜 기간 종무행정에 전념했던 행정승들도 다수 참여한다. 그동안 안거 수행은 선원수좌들의 영역으로 간주됐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판과 사판을 구분 짓는 것은 또 하나의 편견이자 무차별을 지향하는 선의 정신과도 어긋난다. 수행을 하더라도 세간과 전법을 외면할 수 없고, 행정을 하더라도 수행과 성찰을 멀리할 수 없다. ‘상구보리 하화중생’이 출가수행자가 추구해야 할 본연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판과 사판의 경계를 넘고, 지위고하라는 차별을 버린 야외천막결사는 불교가 추구하는 이상적 수행공동체일 수 있다는 견해들이 많다. 때문에 혹독한 청규를 바탕으로 모두가 동등한 분상(分上)에서 절차탁마하는 야외천막결사는 한국불교의 수행풍토를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처럼 9명의 스님들이 진행하는 야외천막결사는 침체된 한국불교에 큰 전환점이 될 수 있다. 다만 일각에서 이번 야외천막결사가 ‘보여주기가 아니냐’는 시각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와 관련해 외호를 담당하는 혜일 스님은 “100일 간 혹독한 추위에 맞서 하루 한 끼만 먹고 묵언 정진하는 것은 비장한 각오가 아니라면 결코 할 수 없는 일”이라며 “이는 결사에 임하는 대중들의 진정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 야외천막결사 누가 참여하나

90안거 지낸 구참 수좌부터 행정승까지

이번 동안거 야외천막결사에 참여하는 대중은 선원 수좌를 비롯해 오랫동안 종무행정을 담당해 온 스님들이 망라돼 있다. 특히 이번 결사로 첫 안거에 드는 스님에서부터 90안거가 넘는 구참 스님까지 포함됐다.

이번 야외천막결사를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자승 스님은 조계종 33·34대 총무원장을 역임했다. 2017년 11월 총무원장 퇴임과 함께 백담사 무문관에서 동안거 결제를 시작했고, 지난해에도 백담사 무문관에서 용맹정진했다.

선덕을 맡은 정묵 스님은 선원 수좌계에서 명망 높은 스님이다. 1973년 해인사 선원을 시작으로 봉암사, 상원사, 현등사, 불국사 선원 등에서 90안거 이상 성만했다. 뛰어난 정진력과 온화한 인품으로 후학들에게 존경 받는 선승이다. 선원장 무연 스님 역시 수좌들 사이에서는 뛰어난 정진력으로 존경 받는다. 1993년 해인총림 선원을 시작으로 상원사, 서운암, 석종사, 망월사 선원 등에서 입승과 한주 등을 맡아 40안거 이상 성만했다.

성곡 스님은 1980년 정대 스님을 은사로 발심출가해 주로 선원에서 정진했다. 2003년 화엄사 선원에서 첫 안거를 난 이후 해인사, 봉암사, 송광사, 대흥사, 인천 용화사 등에서 40안거를 성만했다. 2010년 서울 약사암에 일심선원을 열어 한주 소임을 맡아 대중과 정진하고 있다.

입승과 지객 소임을 맡은 진각 스님과 호산 스님은 중앙종회의원으로 선출되기 전까지 수좌로 정평이 나 있었다.

진각 스님은 1994년 백양사 운문암 선원을 시작으로 태안사, 송광사, 봉암사, 기기암, 해인사, 상원사, 통도사 등에서 30안거를 성만했다. 스님은 “지금은 비록 종회의원으로 활동하고 있지만 선원에서 정진했던 그때의 기분을 잊을 수 없다”면서 “옛 기억을 되살려 제대로 된 정진을 해보겠다는 마음뿐”이라고 말했다.

호산 스님은 1988년 봉암사를 시작으로 해인사, 수도암, 현등사 등에서 19안거를 성만했다. 2002년 상원사 용문선원을 개원해 7년간 결제 때마다 용맹정진해 왔다. 스님은 “어느덧 출가한지 40여년이 됐다”며 “이번 결사기간 동안 백척간두에서 한걸음 더 내디딛겠다는 각오로 정진하겠다”고 밝혔다.

중앙종회의원 심우 스님도 1989년 송광사 선원을 시작으로 법주사, 통도사 선원 등에서 20안거를 성만했다. 해인사에서 성철 스님의 지도로 철야정진을 했으며 1997년 불국사 선원에서 입승 소임도 맡았다. 스님은 “옛날 선배스님들은 춥고 배고파야 도를 구하려는 마음이 일어난다는 말을 자주하셨다”면서 “이번 동안거 결사를 통해 목숨을 내놓고 치열하게 정진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14대 중앙종회의원을 지낸 재현 스님은 호산 스님과 선원을 함께 다닌 도반이다. 이번 야외천막결사도 호산 스님의 적극적인 추천으로 참여했다. 통도사 서운암, 망월사, 상원사 선원 등에서 정진했으며 남국선원 무문관에서 정진한 정통수좌다.

중앙종회의원 도림 스님은 이번 동안거 결사 대중 가운데 막내다. 군법사로 활동하며 호국황룡사 주지를 거쳐 총무원 감사국장, 불교중앙박물관 사무국장을 지냈다. 이번 야외천막 결사가 스님에게는 첫 안거다. 스님은 “존경하는 선배스님들과 함께 정진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개인적으로는 영광”이라며 “하루하루 정진을 통해 부처님가르침을 다시 되새기는 계기로 삼겠다”고 말했다.

▣위례신도시 종교용지는

조계종의 야심찬 ‘신도시포교 거점도량’

9명 스님들이 야외천막결사를 진행하는 위례신도시 종교용지는 조계종으로서는 뜻깊은 곳이다. 위례신도시는 4만3000여 가구가 들어서는 도시로, 조계종은 2014년 ‘신도시 포교거점 도량’ 건립을 발원하며 매입했다.

당시 신도시 포교는 조계종이 우선적으로 풀어야 할 시급한 현안 가운데 하나였다. 산중사찰이 중심이 된 포교로는 한계에 직면할 수밖에 없고, 신도시 불자들에게 부처님의 법음을 전하기 위해서는 신도시 포교당 건립이 절실했다. 이 때문에 조계종은 2014년 4월 종단 예산 250여억원 들여 하남시 감이동 산85번지 일대 면적 1만㎡(약 3,025평)를 매입했다. 이 부지는 특수전사령부와 제3특전여단의 군법당으로 사용되던 호국사자사가 있던 곳으로 부대 이전에 따라 폐사될 예정이었으나, 조계종의 매입계약으로 신도시 포교거점사찰로 재탄생하게 됐다.

조계종은 올해 초까지 이곳에 포교당과 함께 사찰의 성보문화재를 수리보전하기 위한 불교문화유산보전센터 건립을 추진했으나 인허가 문제 등으로 보류됐다. 이에 조계종은 이곳에 포교와 기도 중심의 대규모 사찰을 건립하기로 최근 계획을 수정하고, 2020년부터 착공에 들어갈 예정이다.

9명 스님들이 야외천막결사 장소를 위례신도시 종교용지로 최종 선정한 것도 이런 배경이 있었다. 포교당 건립에 앞서 천막법당을 짓고 결사를 진행하면서 조계종의 ‘신도시 포교’원력을 결집하고, 새롭게 조성될 위례신도시 포교당이 한국불교의 대표적인 수행성지가 될 수 있기를 발원한다는 계획이다. 따라서 야외천막결사로 위례신도시 포교당 건립불사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권오영 기자 oyemc@beopbo.com

[1506호 / 2019년 10월 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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