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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선수행 이미진(53, 일원상)-하

기자명 법보

하루 5분이라도 꾸준히 앉으니
일어나는 탐진치 빨리 알아차려
불편한 시아버님과 관계도 개선
참선과 행복 향한 여정은 계속

53, 일원상

집에서는 주로 밤에 잠들기 전, 하루 일과를 마무리하면서 좌선을 한다. 언젠가 신문에서 하루에 단 5~10분이라도 매일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글을 본 적이 있다. 나 역시 단기적으로 좌선을 길게 하는 것보다 짧게라도 꾸준히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실감한다. 처음에는 좌복에 앉는 것 자체를 힘들어했지만 어느새 앉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자취를 감췄다. 참선반 공부와 집에서의 일과수행을 빠지지 않기 위해 스스로 약속을 정하고 지키려 노력한 덕분에 이제는 그나마 ‘앉을 줄’ 알게 된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가장 달라진 부분은 어떤 상황에서든 생각이 일어나면 가능한 빨리 어떤 생각인지를 알아차리는 데 집중하게 된 것이다. 빨리 알아차리면 화가 나더라도 금방 그 화를 알아차려서 평정심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일상에서 가장 많이 바뀐 것은 시아버님과의 관계다. 결혼 직후 시아버님과 나의 관계는 무척 좋았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인가 불편함이 생기기 시작하더니 사사건건 무슨 일만 생기면 부딪히는 경우가 늘어났다. 시아버님과의 마찰이 감당하기 힘든 스트레스가 되어 심지어 가족들에게도 시아버님에 대한 불편함을 그대로 쏟아내기까지 했다. 

그런데 참선 공부를 거듭하던 어느 날 문득, ‘내가 시아버님을 미워하니까 아버님이 나를 미워하는 것이었구나. 내가 문제였구나’라는 생각이 사무쳤다. 돌이켜보니 늘 시아버님을 시기하고 질투했다. 그 생각을 싹 걷어내기로 했다. 생각을 180도 전환하고 보니 아버님은 참 좋은 분이셨다. 아니, 원래 좋았는데 그 동안 나의 욕심으로 인해 그 모습을 보지 못한 채 살아온 것뿐이었다. 시아버님을 만나는 순간이 감사와 기쁨으로 바뀌었고 시아버님께서도 가족을 위해 하나라도 더 해주고 싶어 하시는 모습을 마주할 수 있었다. 시아버님께서는 요리를 곧잘 잘하시는데 늘 가족이 모이면 요리 해주고 싶어 하시는 모습이 감사하고 자랑스러웠다. 오직 내 마음의 변화로 인해 가족이 화목함을 되찾은 것이다.

가족관계가 긍정적으로 바뀐 덕분일까. 가족 간의 대화도 많이 늘어났다. 마치 가족들은 내가 마음공부를 할 수 있도록 기다려 준 선지식 같다. 

이것은 참선을 시작한 후 경험하게 된 아주 미약한 변화일 것이다. 그래도 짤막하게나마 깨닫게 된 것은 구하는 마음, 욕망을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매순간 구하며 삶을 살아간다. 더 맛있는 것을 먹고 싶어 하고, 더 좋은 집에 살고 싶어 하며, 그렇게 더 풍족한 삶이 행복을 보장해 준다고 믿으며 끝없이 욕망을 품는다. 욕망의 결과는 두 가지로 갈린다. 때로는 성취에 의한 만족, 때로는 불만족이다. 여태껏 만족스럽지 못한 것은 원하는 것을 얻지 못했기 때문이라 생각했다. 그랬기에 해결책 역시 갈구하는 것의 성취라고 생각했으나 정답은 더 가까운 곳에 있었다. 욕망, 구하는 마음 그 자체가 행복과 전혀 다른 곳으로 우리를 이끌고 있었던 것이다. 

교리를 공부하고 참선수행을 통해 진정한 행복을 추구하는 이들이 늘어나길 바란다. 특히 참선은 누군가만 하는 수행이 아니라 누구나 할 수 있는 공부라고 받아들이길 제안하고 싶다. 과거의 내가 참선을 어렵게만 생각하고 도전하지 못했던 것처럼, 그 누군가 망설이고 있다면 과감하게 그 생각을 내려놓고 참선반에 문을 두드리길 권한다.  

지금, 과연 참선 공부를 만나기 전의 나에게서 얼마나 벗어났는지 알 수 없다. 물론 행복을 향한 여정에 마침표를 찍지도 않았다. 그렇다 할지라도, 한 가지 뿌듯한 것은 구하지 않음으로써 행복을 향한 여정에 조심스레 발을 올려놓았다는 것이다. 행복이란 구하여 얻어 내는 것이 아니니 어쩌면 이 길에 도착지란 없을지도 모른다. 

그저 매일 참선 수행과 끊임없는 불교 공부를 통해 오래된 나를 돌아보고, 반성하는 것으로써 불제자의 길에 동참하고자 한다. 그리고 거듭 발원한다. 모두 각자의 일상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내려놓음’의 평온을 누릴 수 있길….

 

[1506호 / 2019년 10월 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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