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 시간 의식-중
36. 시간 의식-중
  • 강병균 교수
  • 승인 2019.10.01 10:33
  • 호수 150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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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은 시간에 따른 변화…시공 무너지면 불교도 무너져

시간은 불교에서 핵심적인 역할
인과·윤회도 시공간 속에서 발생
멸진정 들어가면 시간도 사라져
시간 없는 곳으로 가는 게 해탈

시간은 불교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불교는 무상(無常 impermanence)을 고(苦 pains)의 원인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무상한 것에 집착하는 데서 고가 생긴다고 설명한다. 그래서 무상한 것은 고라고 말한다. 그런데 무상이란 변화다. 변화는 시간을 따라 일어난다.

시간은 윤회론의 바탕이다. 윤회는 시간 순서에 따라 일어난다. 악행을 하고 지옥에 태어나지, 지옥에 태어나고 악행을 하는 게 아니다. 따라서 불교 인과론(因果論)에 따르면 시간여행은 불가능하다.

시간은 인과론의 바탕이기도 한다. 대부분의 인과(因果)는 시간에 따라 일어나기 때문이다. 즉, 인(因 원인 cause)이 먼저 일어나고, 과(果 결과 effect)가 뒤따라 일어난다. 인과와 윤회는 시간과 공간 속에서 일어난다. 즉, 시간과 공간은 불교의 가장 근본적인 요소이다. 불교의 바탕이다. 불교는 시간과 공간 위에 건설되어 있다. 시공(時空)이 무너지면 불교도 무너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교에서 시간은 별로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불교는 시간을 절대적인 것으로 보지 않는다. 가법(假法)으로 본다. 즉 변화상태를 이르는 가설(假說)이라고 본다. 그래서 실법(實法)만 모은 설일체유부의 5위 75법에 들어가 있지 않다. 반면에 식(識 마음) 이외의 모든 걸 가법으로 보는 유식유가행파와 법상종의 5위100법 중 인과에 관련된 10가지 법 중의 하나로 들어가 있다. 이 두 파는 시간 역시 마음(識 의식)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으로 본다. 그런데 이 두 파에 의하면, 의식은 영원하므로 시간도 영원하다. 물론 시간은, 물이 있어야만 강이 흘러가듯이, 변화가 일어나야만 흘러간다. 변화가 없으면 시간도 없다. 우주가, 일체 움직임을 멈추는, 대 멸진정(滅盡定)에 들어가면 시간도 없다. 현대 물리학적으로는 빅크런치(Big Crunch 대함몰 大陷沒)가 일어나면 시간도 사라진다.

불교는 공간을 절대적인 것, 즉 변화가 없는 무위법(無爲法)으로 본다. 하지만 현대 물리학에 의하면 허공도 변한다. 휜다. 물질이 있으면 휜다. 물질이 많이 있을수록 더 많이 휜다. 즉 공간은 인과법(因果法)의 산물이다. 심지어 공간이 생멸(生滅)을 한다는 주장도 있다. 빅뱅 때 공간이 생겼다는 것이다. 물론 빅크런치 때에는 멸한다. 우주가 팽창을 할 때는 공간도 늘어나고, 우주가 수축을 할 때는 공간도 줄어든다. 지금은 팽창기이므로, 공간은 팽창하고 있다. 공간은 질적으로도 변화를 한다. 평소에도 요동치며 에너지를 방출하고 흡수한다. 공간은 불교의 주장과 달리 무위법이 아니다. 성주괴공(成住壞空)하는 유위법(有爲法)이다.

시간이 없으면 고도 없고, 무상도 없고, 윤회도 없고, 해탈도 없다. 무명(無明)도 없고 깨달음(明)도 없다. 시간이 없는 곳으로 가는 것을 해탈이라고도 볼 수 있다.

뉴턴 때까지 인류는 절대시간을 믿었다. 우주 전체를 관통하는 단일한 시간이 존재한다고 믿었다. 그런데 아인슈타인이 나와서 그렇지 않다고 주장했다. 즉 시간은 단일하지 않다고 했다. 예컨대 행성마다 시간이 달리 흐른다는 것이다. 사실은 모든 것은 서로 다른 시간을 갖는다. 심지어 발에서보다 머리에서 시간이 빨리 흐른다.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 이론에 의하면, 물질은 시간에 영향을 미친다. 질량이 클수록, 즉 중력이 클수록 시간이 더디 흐른다. 그래서 지구보다 큰 목성에서는 지구에서보다 시간이 더디 간다. 10년에 1분 정도이다.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 이론에 의하면, 공간 속을 빨리 움직이면 시간이 늦게 간다. 이처럼 시간은 물질의 양과 운동에 종속되는 가법(假法)이다. 

인공위성에는 두 가지 요인이 작용한다. 지구보다 속도가 빨라 시간이 지구보다 (하루에 7마이크로 초 정도) 더디 가고, 지구에서 멀어 지구 중력의 영향을 적게 받아 지구보다 시간이 (하루에 45마이크로 초 정도) 빨리 간다. 결국 더하고 빼면, 하루에 38마이크로 초 정도 빨리 간다. 이를 보정해야 GPS를 사용할 수 있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상대성이론에 의하면 물질이 공간을 휘고, 공간이 휘면 시간이 전보다 더디 간다. 이처럼 시간과 공간은 서로 독립이 아니다. 공간이 시간에 영향을 미친다. 현대물리학의 위대한 발견이다.

강병균 포항공대 수학과 교수 bgkang@postech.ac.kr

 

[1506호 / 2019년 10월 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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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도 2019-10-01 14:37:16
이어도라는 소설을 보면은 바다에서 실종된 어부가 한달간 행방불명되어서 다시 육지인 집으로 돌아와보니 자기가 알던 사람들이 다 늙어서 죽어버리고 없거나 혹은 호호백발이 되어 있더라는 글이 생각납니다
글 의미잇게 잘읽었습니다 좋았어요
무챠스 그라시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