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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귀병 ‘척수수막류’…생후 100일 수술대 올라

  • 상생
  • 입력 2019.10.04 20:34
  • 호수 1507
  • 댓글 0

줌머인 난민 딸 4살 유도라양
발목 변형되면서 잘 걷지 못해
배뇨장애 등 일평생 관리 필요
부모 “더 나빠지지 않기만 기도”

태어나면서부터 희귀질환인 지방척수수막류 진단을 받은 유도라가 10월4일 수술대에 올랐다. 아빠 프럭가딥씨는 “더 나빠지지 않기만을 기도한다”고 간절한 바람을 되뇌었다.

줌머인 난민의 딸로 태어난 4살 유도라는 요즘 며칠째 어린이집에 등원하지 못했다. 쾌청한 날씨로 야외활동이 많은 계절이지만 걷는 것조차 불편한 유도라는 친구들과 함께 뛰어놀 수 없기 때문이다. 간혹 친구들이 보고 싶을 때는 유모차를 타고 어린이집에 들러 인사만 나누고 집으로 돌아온다. 이런 날은 유도라의 얼굴이 더욱 어둡다. 평소 흥얼거리던 노래도 잘 부르지 않고 유난히 하루 종일 짜증을 내는 유도라를 보고 있는 아빠엄마의 마음도 찢어질 듯 아프다.

유도라는 태어나면서부터 희귀질환인 지방척수수막류 진단을 받았다. 지방척수수막류는 알 수 없는 이유로 척수를 보호하는 척추 뼈와 경막이 만들어지지 않아 척추강 안에 있어야 할 신경 조직이 겉으로 드러나는 병이다. 천만다행으로 조기 발견돼 태어난 지 100일 경 수술을 했지만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했다. 첫 걸음은 두돌이 다 돼서야 시작했고 배뇨장애로 대소변줄을 사용해야 했다. 최근 대소변줄은 제거했지만 한창 기저귀를 뗄 시기임에도 시도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가장 심각한 것은 다리와 발목 변형으로 제대로 걷지 못하는 것이다. 돌도 되기 전부터 비뇨기과와 신경외과, 정형외과, 재활의학과 등 여러 과를 전전하며 정기적인 검사와 치료를 받고 있지만 큰 차도를 보이지 않고 있다.

발목이 점점 더 아치형으로 변하면서 갈수록 걷는 것이 힘들어지자 유도라는 10월4일 다시 한 번 수술대에 올랐다. 수술 후 끝이 아니라 약물치료와 함께 정기검진과 물리치료를 꾸준히 받아야하기에 적지 않은 병원비가 부담이다. 평생 관리해야 하는 병이기에 다른 이상증세가 언제 또 튀어 나올지 몰라 아빠엄마의 더 가슴은 더욱 졸여진다.

유도라의 집은 아빠 프럭가딥(36)씨가 용접일을 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2008년 줌머인 난민으로 한국에 들어온 프럭가딥씨는 방글라데시에서 불교사를 공부하던 대학시절, 소수민족인 줌머인 인권운동을 하다 쫓기는 신세가 됐다. 도망자 신분으로 인도에 숨어들었다. 프럭가딥씨가 도망자 신세가 되자 집안도 풍비박산 났다. 하나뿐인 동생은 정부의 압박을 피해 태국으로 넘어가 스님이 됐고 여든이 넘은 어머니 홀로 마을에 남았다. 인도에서 9년을 지낸 프럭가딥씨는 태국을 거쳐 한국에 들어왔다. 가구공장, 화장지 제조업체 등에서 일용직으로 근무하다 5년 만에 난민으로 인정받았다.

난민 인정 후 부모님 소개로 통화와 메시지만 주고받았던 스와나리(33)씨와 결혼했다. 패션디자인을 전공한 스와나리씨는 개인숍을 운영하던 ‘커리어우먼’이었지만 민족의 평화를 위해 힘쓴 남편을 존경해 모든 것을 포기하고 한국으로 날아왔다. 부부는 2년 후 찾아온 새 생명에게 ‘영광의 선물’이라는 뜻의 유도라라는 예쁜 이름을 붙여줬다. 한국에서 둘뿐이었던 이들에게 유도라는 가장 기쁜 선물이다.

“더 나빠지지 않게 해달라고 기도해요.”

욕심 부리면 작은 것도 이뤄지지 않을 것 같다는 부부는 딸의 손을 꼭 잡았다.

모금계좌 농협 301-0189-0372-01 (사)일일시호일. 02)725-7010

김포=임은호 기자 eunholic@beopbo.com

[1507호 / 2019년 10월 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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