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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백한 시어에 담긴 ‘님’ 찾아가는 수행 여정

  • 불서
  • 입력 2019.10.07 14:06
  • 호수 1507
  • 댓글 0

‘별들이 뜨락 밝히는 밤’ / 상인 스님 지음 / 불교신문사

‘별들이 뜨락 밝히는 밤’
‘별들이 뜨락 밝히는 밤’

“한 생각에 의해 한생을 살자면/ 한생이 한마음 보지 못하고// 마음이 한마음 보면/ 말티재 넘어가는/ 저 햇님도/ 한자리에 머물러/ 해와 달빛 하나 되어/ 세세생생 없이/ 문장대 아래 있으리. -‘말티재를 넘으면서’ 전문”

문장대는 법주사가 있는 속리산의 바위다. 법주사는 상인 스님이 수행의 첫 연을 맺은 자리이고, 만행의 출발점이기도 한 곳이다. 그렇게 시작해 출가 50여 년 동안 마음거울을 닦아온 수행자가 순간적으로 스치는 생각들이 좋아서 잡아놓은 것들을 한 권 시집으로 엮었다. 법주사에서 출가해 인각사, 정방사 등을 거쳐 충북 음성 가섭사에 걸망을 푼 상인 스님은 오래 전 인각사에서 일연 스님의 ‘삼국유사’와 인연을 맺어 옛 선지식의 사상을 선양하는 데 마음을 다했었다. 그 시절을 비롯해 긴 세월 만나온 바람과 구름, 그리고 밤새도록 우는 풍경소리의 마음을 언어로 조각해냈다. 

스님의 시 세계에서는 먼저 수행자의 간절한 마음이 드러난다. 시선이 언제나 자신의 안을 향해 있으면서도 고요하게 빛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시들도 그런 수행자답게 담백하면서 깊은 인식을 깨우치는 언어들로 채워졌다. 

그리고 그 마음이 지향하는 세계는 “천년만년 긴 세월을/ 수많은 야사 속에/ 사로잡혀서/ 동해 홍련암을/ 찾아왔건만// 어디메 계시온지// 나의 다생겁래 내려오는/ 업장/ 무거워/ 그리운 님을/ 뵈올 수 없사오니// 나의 뼈를 깎고/ 살을 저미고/ 피를 말리는/ 고행으로써/ 당신을 대하리라. -‘홍련암’ 전문”에서 보듯, ‘님’ 혹은 ‘당신’이라는 대상으로 형상화했다. 구도심 간절한 수행자의 마음이다.

그런가 하면 “노을처럼/ 비단옷 갈아입은 산자락이 찬란하다/ 먼 길 가는 나그네// 마음마저 붙잡혀/ 돌아가는 산자락 아득하여라// 어느덧/ 보름달 동산에 나와/ 호탕한 웃음 메아리치는데// 당신/ 무엇하러 왔냐고/ 내 주위를 빙빙 도는/ 그림자 하나// 어쩌면 그대 같기도 해서/ 갈 길을 놓치고 말았다. -‘헛개비’ 전문”에서는 자연과의 일체감이라는 정서적 안정과 갈 길을 놓치는 불안정의 정서가 충돌하는 모습을 통해 수행자의 고뇌를 드러내기도 한다.

상인 스님의 시는 이처럼 ‘님’을 찾아가는 수행의 여정을 함축하고 있다. 선재동자가 53선지식을 찾아 떠나듯, 구도의 간절함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더불어 “자각이야 말로 그의 시의 출발이자, 정점이며, 귀결점이 되는 것”이라는 이하석 시인의 말처럼 ‘너와 내 마음이 둘 아닌 삶인 것’을 드러낸 스님의 시는 계속 되새김하고 다짐하며 삶을 돌아보게 한다. 1만원.

심정섭 전문위원 sjs88@beopbo.com

 

[1507호 / 2019년 10월 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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