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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탈 청년들 눈에 비친 남북종교, 무엇이 같고 다른가

  • 교계
  • 입력 2019.10.07 16:35
  • 수정 2019.10.11 11:23
  • 호수 1508
  • 댓글 1

통일바라밀숲, ‘북한종교’ 주제
북한이탈 대학생·청년 등 10명
10월4일, 조계사서 대화 마당
“종교인식 낮지만 불교는 친숙
남한 종교인들 실천은…글쎄”

“불교에 대해서는 일제강점기 때 의병활동이나 임진왜란 때 승병들이 전투에 참여했던 역사만 배웠다. 불교라는 종교에 대해 배운 적은 없다.”
“집 근처에 절이 있어 놀러가곤 했다. 예배장소라는 인식은 거의 없었지만 전통문화, 문화재로서 친숙하게 느꼈다.”
“드러나게 종교 활동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불가항력적인 일들에 대해 의지할 만한 대상을 찾는 것은 북한주민들도 마찬가지다. 그런 바람이 토테미즘적인 형식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탈북 후 남한 사회에 정착한 청년들이 전한 북한의 종교는 어떤 모습일까. 흔히 ‘새터민’이라 불리는 북한이탈주민, 그 가운데에서도 대학생 새터민들의 학교생활과 사회적응을 지원하고 있는 통일바라밀숲(공동대표 남지심)이 북한이탈 대학생·청년들을 통해 남북한의 종교인식을 직접 확인하는 특별한 만남의 자리를 만들었다. 통일바라밀숲이 10월4일 조계사 템플라이프를 통해 마련한 대화마당에서는 북한이탈 대학생과 졸업생 등 10여명의 눈에 비친 남북한의 종교, 그 차이점과 공통점에 대해 진솔한 이야기들이 펼쳐졌다.

조계사 도심포교100주년기념관 3층에서 템플스테이지도법사 자윤 스님과 남지심 통일바라밀숲 공동대표의 진행으로 열린 대화마당에는 통일바라밀숲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북한이탈 대학생 8명과 졸업생 1명, 남측대학생 1명이 참석했다.(본인들의 요청으로 실명은 공개하지 않는다.-편집자)

‘북한 주민들의 종교인식과 종교생활’이라는 폭넓은 주제로 북한이탈 전 북측에서 직접 보고 겪은 종교경험들을 생생히 전했다.

함경북도 혜산 출신으로 현재 동국대에 재학 중인 A씨는 “나이 많은 어르신들은 기도 같은 것을 하지만 대부분의 젊은 층들에게 종교는 미신처럼 취급되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해 종교인식에 대한 북한사회의 단면을 전했다.

동국대에 재학 중인 또 다른 학생 B씨는 “불교에 대해서는 일제강점기·임진왜란 때의 역할에 대해 배웠을 뿐 종교나 신앙으로 배운적은 없다다. 그러다보니 불교도 토테미즘이나 미신과 비슷하다고 이해했었다”고 말했다.

종교보다는 역사·문화의 한 부분으로서 불교를 접하다 보니 종교와 미신·무속의 차이에 대한 인식이 불분명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북한 당국이 미신이나 무속 행위에 대해 강하게 배척하고 있는 상황과 맞물려 종교에 대한 인식 또한 매우 비판적이라는 의견도 눈길을 끌었다.

1999년까지 함경북도 해령에서 생활했던 C씨는 “북한에서 ‘성황당’이라는 영화를 봤는데 미신의 폐해를 지적하는 계몽영화였다”며 “북한에서는 미신이나 무속을 금지하는 경향이 강하며 다른 종교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부정적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 같다”고 피력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도 불교는 우리 역사의 일부분으로 인식되며 사찰 또한 문화재로 보존되고 있다. 그러나 예배나 신행, 수행 등 종교 본연의 역할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종교라는 인식 또한 매우 낮다고 학생들은 입을 모았다.

5년 전 남한 사회에 정착, 현재 이화여대에 재학 중인 D씨는 “고향 원산에서 50km 가량 떨어진 곳에 꽤 규모가 큰 절이 있었다. 약수가 유명해서 주민들도 많이 놀러가는 관광지였는데 스님들이 마당을 청소하고 향을 피우기도 했다”며 “불교나 스님들에 대한 거부감은 없었지만 종교라기보다는 무속이나 미신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었다”고 말해 종교로서 불교에 대한 북한사회의 인식은 매우 저조함을 반영했다.

A씨도 “집 근처에 절이 있어서 가끔 놀라가곤 했지만 사찰에서 예불 등 종교 활동이 이뤄지는 모습은 보지 못했다”고 전하며 “사찰은 문화재로 관리되고 있었지만 불상은 법당 한 쪽에 칸막이를 설치해 따로 보관하고 있었다”고 말해 실질적인 신행활동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음을 엿보게 했다.

불교에 비해 다른 종교들에 대한 인식은 더욱 부정적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B씨는 “종교는 주민들을 이용하기 위한 정치인들의 수단이라고 배웠다”며 “드러나지 않게 운영되고 있는 종교시설 일명 ‘지하교회’ 등이 북한에도 있다고 들었지만 실제로 지하교회 활동을 경험하거나 목격했다는 이는 없었다”고 말했다.

이날 참석한 학생들은 남한사회에서 느낀 종교의 의미와 역할에 대한 소감도 가감없이 전해 눈길을 끌었다.

4년 전 남한에 정착, 현재 동국대에 재학 중인 E씨는 “대한민국 인구의 절반 이상이 종교를 갖고 있다는데 왜 범죄율이 높은지 이해하기 힘들었다”며 “자신의 잘못을 회피하는 수단으로 종교를 이용하고 있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도 들었다. 지금까지 종교를 갖지 못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고 종교인들의 모습을 지적하기도 했다.

B씨 또한 “남측에서 기독교를 처음 접하고 왜 사람들이 하나님에게 의지할까 궁금했었다”며 “기독교뿐 아니라 모든 종교인들이 타인과의 비교 속에서 외로움이나 마음 속 허전함을 갖고 있기 때문에 종교를 찾는다고 느껴졌다. 부족함과 허전함을 누군가에 의지하고 채우고 싶다는 욕구 때문에 종교인구가 많지만 신자 중에는 종교의 가르침을 충실히 실천하지 않는 이들도 적지 않다고 생각된다”는 의견을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이들은 “사회가 요구하는 지나친 경쟁에서 지친 마음을 위로받는 공간”으로 종교가 일정부분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종교가 우리 사회에서 선한 역할을 하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평가가 적지 않았다.

함경북도 청진이 고향인 F씨는 “현대인들에게 종교가 의지처가 되어줘야 하는데 오히려 사람들을 현혹시키거나 마음속의 약한 부분을 이용하는 모습도 적지 않게 목격했다”며 “대한민국에서 종교는 많은 역할을 하고 있지만 그 안에는 종교라는 이름을 악용하고 있는 사례도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날 대화를 이끈 조계사 템플스테이 지도법사 자윤 스님은 “막연히 생각하고 있던 북한의 종교 환경과 인식에 대해 매우 생생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며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고통과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마음의 의지처와 위로로서 종교가 등장했다는 점에 미루어 볼 때 현재 북한주민들은 특정 종교에 대한 인식이 뚜렷하지는 않지만 종교 본연의 역할에 충실한 종교성을 간직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번 대화마당을 기획한 남지심 통일바라밀숲 공동대표는 “대화마당에 참여한 학생들의 이야기가 북한 종교의 모든 것을 대변하고 있다고는 할 수 없지만 이런 대화를 통해 북한의 종교인식과 환경에 대해 이해하는 것이 북한이탈주민들에 대한 포교방향을 수립하는데에도 적지 않은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며 “남한사회에 정착한 북한이탈 학생들에게도 종교를 어떻게 이해하고 살아갈 것인가를 다시 한 번 고민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남수연 기자 namsy@beopbo.com

[1508호 / 2019년 10월 1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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