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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내 할머니 스님의 신통력-중

기자명 이제열

“법당서 닭똥 냄새 나지 않느냐”

살생·육식 꺼려하던 노스님
“법당 청소해도 냄새” 토로
속가 다녀온 상좌가 ‘육식’
상좌 참회 후 냄새 사라져

할머니 스님은 살생을 아주 싫어하셨다. 살아있는 목숨을 절대 죽이지 말고 불쌍한 생명을 보거든 보호하라고 늘 말씀하셨다. 그 때문에 나는 친구들과 그 흔한 고기잡이도 하지 않았다. 

스님은 육식도 전혀 않으셨다. 더구나 불공쌀로 지은 밥을 고기와 먹는 일은 죄짓는 행동이라 하여 철저히 금하셨다. 법당에는 죽은 짐승을 보아도 그날은 출입하지 말라고 하였다. 육식과 관계된 스님의 두 가지 사건이 있다. 하나는 스님의 상좌스님과 관련해서다.

내가 초등학교 6학년쯤 됐을 때 스님에게는 상좌스님이 한 사람 있었다. 어느 날 상좌스님은 심부름을 위해 일찍 읍내로 내려갔다. 법당에 들러 절을 하고 나오시던 스님은 뜬금없이 내게 “너 혹시 마을에 내려가 놀다가 닭똥을 밟고 왔느냐”고 물으셨다. 나는 “없다”고 말씀드렸다. 그러자 도반 보살님에게 물으셨고, 그 보살님도 “그런 일이 없다”고 답했다. 스님은 “참 이상도 하지, 법당에서 웬일로 이렇게 닭똥 냄새가 날까?” 그러시고는 공양주 보살에게 법당을 깨끗이 닦도록 하였다.

법당을 깨끗이 청소했음에도 스님은 닭똥냄새가 가시지 않는다고 하셨다. 이상한 일은 다른 사람은 법당에서 닭똥 냄새를 전혀 맡지 못했다. 스님은 이 이상스런 일을 알아봐야겠다며 법당 마루에 앉아 눈을 감으셨다. 잠시 후 눈을 뜬 스님은 이제 이유를 알겠다며 심각한 표정을 지으셨다.

몇 시간이 흘러 심부름 갔던 상좌스님이 돌아왔다. 스님은 심부름을 하고 돌아온 상좌스님에게 물었다. “얘, 대선아. 너 이틀 전에 네 이모 환갑인가 하여 속가를 다녀왔는데 그때 뭐먹고 왔느냐? 혹 닭고기를 먹지 않았느냐?” 상좌스님은 얼굴이 창백해지면서 고개를 떨구고 작은 소리로 답하였다. “예, 스님. 잘못했습니다. 자꾸 이모님이 괜찮다고 권해서 닭백숙을 먹었습니다.”

이 말을 들은 스님은 화를 내실 줄 알았으나 상좌스님을 가볍게 나무라셨다. 그리고는 법당에 들어가 부처님께 극진히 참회하라고 말씀하셨다. 상좌스님은 불전에 몇 시간동안 참회기도를 올렸다. 그 뒤로 스님은 더 이상 법당에서 닭똥 냄새가 나지 않는다고 하셨다.

또 다른 일화는 스님의 오랜 도반 보살님과 관련한 일이다. 고등학교 1학년 여름방학 때로 기억된다. 아침공양을 하고 있는데 스님이 도반 보살님에게 “오늘은 속가에 가셔서 고기도 좀 먹고 한 이틀 있다 돌아오세요”하고 말씀하셨다. 이 말을 들은 도반 보살님은 “원~ 스님도 웬 안하던 말씀을 하셔요? 제가 왜 속가에 가서 고기를 먹겠습니까?”하고 대답했다. 스님은 그 말씀만 하시고 아무 말 없이 공양을 드셨다.

그날 점심때가 다 될 무렵이었다. 갑자기 스님이 절 아래 골짜기를 향해 큰소리로 말씀하셨다. “이것 봐, 올라올 때 오른손에 든 것은 그 보리밭에 던져두고 몸만 올라 오거라” 하셨다. 모두가 의아해서 절 밑의 길을 바라보니 한 젊은 남자가 숨을 몰아쉬며 걸어오고 있었다. 그는 온양온천에서 양복점을 경영하는 도반 보살님의 큰아들이었다. 깜짝 놀란 도반 보살님은 큰아들에게 갑작스레 절을 올라 왔는지 물었고 그는 이렇게 말했다.

“날도 덥고 기운도 없으실 것 같아 쇠고기를 사서 둘째 집으로 모시고 가려고요. 둘째 집에 가셔서 고기 좀 드시고 한 이틀 계시다 오시지요.” 그리고서 큰아들은 스님을 돌아보며 이렇게 말했다. “아니, 스님은 제 손에 고기가 들려 있는 줄 어찌 아셨습니까?” 그러자 스님은 이렇게 말씀하시었다. “알려고 해서 아는 것이 아니라 그냥 고기 먹는 모습이 보이는 것을 어찌 하겠나?” 스님 말씀대로 도반 보살님은 아들네 집에 가서 고기를 먹고 이틀 후에 왔다. 50년이 흘렀지만 참으로 신기하고 엊그제 일어난 일처럼 잊히지 않는다.

이제열 법림선원 지도법사 yoomalee@hanmail.net

 

[1507호 / 2019년 10월 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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