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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데와닷따의 반역

기자명 김준희

탐욕·열망 담아낸 선율에서 데와닷따 연상

개성 넘치는 악극 구축한 바그너
차이코프스키, 러·프 전투 묘사
음악의 사회적 맥락 이해할 때
한층 더 온전한 음악으로 감상

1812년 러시아에서 퇴각하는 나폴레옹 군대(아돌프 노르텐 작).

샤까족의 일원이었던 데와닷따는 까삘라왓뚜를 방문한 붓다의 설법을 듣고 밧디야, 아누룻다, 아난다 등 여러 왕자들과 함께 출가하게 되었다. 붓다의 사촌, 또는 야소다라의 남동생이라고 전해지는 그는 출가 후 신통력과 위력을 갖춰 많은 사람들이 따랐다. 두뇌가 명석하고 언변도 뛰어났으며 사교성까지 있었기어 그의 주위에는 항상 권력과 재물을 가진 이들이 모여들었다.

라가자하의 죽림정사에서 그 명성을 더해갔던 데와닷따는 빔비사라왕의 아들인 아자따삿뚜의 스승이 되었고 그 위세는 점점 더 커져만 갔다. 데와닷따의 추종자가 된 아자따삿뚜는 그를 위해 매일같이 공양물을 올렸다. 원래 승가의 물품은 그 구성원이 모두 나누어 가지는 것이 계율이었으나, 데와닷따는 자신을 따르는 사람들에게만 나누었다. 자연스레 그를 따르는 무리는 늘어만 갔고 그들은 맹목적으로 데와닷따를 추종하게 되었다. 붓다는 데와닷따와 그를 따르는 무리들을 부러워하는 비구들에게 권력과 명예에 대해 경고하기도 했다. “감당하기 어려운 공양과 명성은 좋은 공덕을 무너뜨리는 것이 된다.”

리하르트 바그너는 독일 낭만주의 오페라의 대표적인 작곡가이다. 그는 대표작인 ‘탄호이저’와 ‘로엔그린’에서 고대 전설과 신화를 소재로 하여 직접 대본을 쓰고 음악적 연속성을 강조하는 등 그만의 개성 넘치는 악극을 구축했다. 특히 ‘니벨룽겐의 반지’는 ‘라인의 황금’ ‘발퀴레’ ‘지그프리트’ ‘신들의 황혼’ 의 4개의 연작극으로 바그너의 연속성 기술이 최대한으로 발휘된 대작이다. 

두 번째 작품인 ‘발퀴레’ 중 ‘발퀴레의 비행’은 바그너의 작품 중 가장 인상적인 작품으로 손꼽힌다. 발퀴레는 북유럽 신화에 등장하는 여신이다. 전쟁에서 숨진 전사들의 영혼을 신들의 우두머리인 오딘에게 데리고 가는 역할을 한다.  그녀의 모습이 호전적으로 묘사된 이 곡은 바그너의 음악적 성격이 잘 스며들어 있다. 발퀴레의 모습은 관악기의 트레몰로와 현악기의 빠른 패시지, 호른과 바순을 필두로 이어지는 붓점으로 표현된다. 이 악상은 앞으로 다가올 전쟁을 위해 전사자들의 영혼을 모으는 오딘에게 날개달린 말을 타고 분주하게 하늘을 오르내리는 발퀴레의 모습을 다소 탐욕스러운 긴장감으로 느껴지게 한다.

이 곡은 영화 ‘지옥의 묵시록(Apocalypes Now, 1979)'에도 삽입되었다. 베트남전을 소재로 한 영화의 전투신에서 배경음악으로 사용된 이 곡은 전투기에서 난사되는 총알들이 빗줄기처럼 쏟아지는 장면을 더욱더 효과적으로 만든다. 전쟁의 잔혹함과 인간의 무감각한 잔인성이 전쟁을 대비하는 오딘에게 수많은 영혼을 배달하는 ‘발퀴레의 비행’과 잘 어울린다. 실현되지 못한 인간의 열망과 탐욕의 표현 같다는 생각도 든다.

데와닷따는 권력의 힘을 맛본 뒤 겸손함을 잃었다. 설법을 하는 붓다에게 모두가 보는 앞에서 교단의 통솔권을 달라고 했고, 제자인 아자따삿뚜로 하여금 아버지 빔비사라왕을 배신하도록 부추기기도 했다. 데와닷따는 아자따삿뚜에게 부탁하여 활 쏘는 이들로 하여금 붓다를 살해할 계획까지 세웠다. 그러나 암살자들이 붓다의 인격에 감동하여 출가를 결심해 그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데와닷따는 직접 행동하기로 마음을 먹고 붓다가 지나는 길에 큰 바위를 굴려 붓다의 발에 상처를 입히기도 하였다.

아자따삿뚜는 데와닷따를 위해 전쟁터에 나가는 코끼리인 날라기리에게 술을 먹여 탁발을 나온 붓다에게 돌진하게 만들 계획을 하게 된다. 성문 앞에 풀어 놓은 포악해진 코끼리는 비구들의 행렬을 보고 난폭하게 괴성을 지르며 달려왔으나 붓다를 보고 갑자기 온순해졌다. 코끼리마저 붓다의 인격에 감화를 받았던 것이다. 얌전해진 날라기리는 천천히 귀를 흔들며 붓다 앞에 무릎을 꿇었고, 붓다는 날라기리의 미간을 쓰다듬었다. 이 광경을 본 사람들은 환호했다.

리하르트 바그너. 

표트르 일리치 차이코프스키는 가장 러시아적인 작곡가이다. 그의 작품은 특유의 러시아적 색채를 띄고 있으며, 깊은 절망부터 최고의 기쁨에 이르기까지 매우 폭넓은 감정의 폭을 담고 있어 짙은 감동을 준다. ‘1812년 서곡’은 1882년에 모스크바에서 개최된 박람회를 기념하여 위촉된 곡으로 러시아의 혹독한 추위에 나폴레옹이 무릎을 꿇은 이야기를 줄거리로 하고 있다. 

러시아정교 성가의 선율로 시작하는 이 곡의 첫 부분은 비올라와 첼로가 고요하고도 장엄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점점 긴장감을 더해가며 맞이하는 두 번째 부분은 오보에, 클라리넷, 그리고 호른이 연주하는 러시아 군대의 출정을 나타내는 부분이다. 급격히 등장한 빠른 템포의 선율은 프랑스 군대의 침공을 나타낸다. 곧이어 프랑스 국가인 ‘라 마르세예즈’의 선율이 등장한다. 이 선율은 처음엔 금관악기를 위주로 진행되고 뒤로 갈수록 단편적 선율로 변화한다. 

러시아 민요의 선율이 흐르고 러시아군과 프랑스군의 격렬한 전투가 각각의 선율의 교차로서 묘사되고, 앞서 등장한 러시아적인 선율들이 반복되며 복잡한 전개를 보여준다. 마지막 부분에서는 경쾌하고 씩씩한 행진곡 풍의 러시아 선율이 흐르고, ‘라 마르세예즈’의 선율이 등장하자마자 사라지는 악상을 보여주며 나폴레옹이 이끄는 프랑스 군대의 패배를 암시한다. 전 세계를 지배할 것 만 같았던 프랑스 군대가 1812년 10월, 러시아의 매서운 추위와 지형을 이기지 못하고 퇴각했던 역사가 음악 전체에 녹아들어가 있다. 러시아군의 승리를 알리는 행진곡과 교회의 종소리, 그리고 대포와 함께하는 제정 러시아 국가가 연주되며 곡은 마무리 된다. 

자말가르히 유적에서 발견된 제와닷따의 모습(꼴까타 인도박물관 소장).

데와닷따는 결국 모든 시도가 실패하고 출가자들의 5법에 대한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마지막으로 자신을 추종하는 무리들을 이끌고 승가를 분열시키려는 시도를 하게 된다. 명예와 권력의 힘에 눈이 먼 데와닷따의 반역은 결국 실패로 돌아간다. 뒤늦은 참회도 소용 없게 된다. 

음악은 문학과 같이 음악적 문법의 원리와 수사학적 효과에 대한 법칙을 가지고 있다. 말과 그림과 글로 표현되지 않는 것을 나름의 논리로 풀어가고 있는 것이다. 음악의 사회적 맥락과 구조적 언어를 이해할 때 더 온전한 음악을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바그너와 차이코프스키의 작품을 들으며 어리석은 욕망과 탐욕에 대해 생각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김준희 피아니스트 pianistjk@naver.com

 

[1507호 / 2019년 10월 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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