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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5. 보현행원송 공연

기자명 이병두

1992년 불자에 자부심·자신감 선물

광덕 스님 작시에 박범훈 작곡
손진책·김성녀·국수호 등 동참
불교 음악·공연 수준 끌어올려
불광사 다시 희망의 불 밝히길

1992년 4월2일 서울 세종로에 자리한 세종문화회관에서 두 차례 열린 ‘창작국악교성곡 보현행원송’ 공연 포스터. 
1992년 4월2일 서울 세종로에 자리한 세종문화회관에서 두 차례 열린 ‘창작국악교성곡 보현행원송’ 공연 포스터. 

1992년 4월2일, 대한민국의 중심인 서울 세종로에 자리한 세종문화회관에서 ‘창작국악교성곡 보현행원송’ 공연이 두 차례 열렸다. 사진에서 보듯이 광덕 스님의 ‘보현행원송’ 가사에 곡을 붙이고 지휘를 한 박범훈은 이때 40대 초반의 젊은이였다. 장엄하고도 아름다운 이 공연에는 불광사 합창단을 중심으로 한 500여 명의 대규모 합창단원들이 무대에 올라 멋진 화음을 선사했는데, 공연 마무리 대목에서는 무대 위 합창단과 객석의 관객이 함께 “보현행원으로 보리 이루리~, 보현행원으로 보리 이루리~”를 어울려 부르는 감동의 순간이 이어졌다.

이 공연에는 박범훈과 콤비를 이루는 연출가 손진책과 국악인 김성녀, 무용가 국수호 등이 준비 과정부터 마무리까지 함께 해서 불교 음악과 공연의 수준을 여러 단계 끌어올렸을 뿐 아니라, 침체해있던 불교계 분위기를 확 바꾸기도 하였다. 작곡가 박범훈은 이 공연을 계기로, 불교음악뿐 아니라 국악계의 큰 별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하고 그 뒤로 ‘용성’과 ‘니르바나’를 비롯한 대형교성곡 작곡과 지휘를 여러 차례 이어가게 되었으며 ‘확실한 불제자, 보현행자’가 되었다.

박범훈은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그때의 감동을 이렇게 회고한다. 

“불광사 합창단원들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보현행원송을 화두로 정진, 또 정진하였습니다. 불심이 아니고서는 이루어질 수 없는 부처님의 가피가 현실로 나타났습니다. 악보가 필요 없었습니다. 모두 노래를 외워서 불렀습니다. … 끝부분에 이르러 ‘보현행원으로 보리 이루리’를 외칠 때 무대와 객석은 하나가 되었습니다. 지휘대에서 내려와 객석에서 부축을 받고 있던 광덕 큰스님을 무대로 올라오시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어인 일입니까. 부축을 받지 않으면 걸음을 제대로 걷지 못하는 큰스님이 혼자서 가뿐하게 무대로 올라온 것입니다. … 그리고 나의 손을 잡으시고 다시 한 번 말씀하셨습니다. ‘그대는 보현행자입니다.’ 광덕 큰스님은 보현행원송을 통해 저를 부처님께 귀의시켜 주셨습니다. 보현행원송 작곡을 끝내고 그 인연으로 부처님을 찾아 동국대학교 대학원 불교학과에 입학하게 되었습니다.”

보현행원송 공연이 열린 1992년 봄 한국 불교계의 상황은 밝지 않았다. 비구-대처 분규에서 벗어나 통합종단 조계종으로 출범한 지 30년이 되었지만 종단은 여전히 불안했고, 불자들은 부처님 제자라는 자부심을 굳게 다지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공연이 성황리에 끝나면서 불광사와 불광법회의 안정과 발전을 가져왔음은 물론이고, 불자들 사이에 “나도 부처님제자이다”라는 자부심을 가지는 이들이 늘어나고,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넓게 퍼졌다. 그 뒤 대형 국악교성곡 작품 여럿이 작곡, 공연될 수 있었던 것은 1992년 봄 보현행원송 공연이 전해준 이런 큰 선물 덕분일지 모른다.

그때 한국 불교계에 새 바람을 불게 해주고, 자부심과 자신감을 가져다 준 불광사와 불광법회가 최근 몇 년째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이제 혼란에서 벗어나 다시 희망의 등불을 밝혀줄 때가 되지 않았을까.

이병두 종교평화연구원장 beneditto@hanmail.net

 

[1508호 / 2019년 10월 1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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