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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수행 박은경(48)-하

기자명 법보

암투병으로 경험한 순간들
감사기도·참회 108배 하며
타인 고통도 이해하는 계기
온 생명 위한 기도로 변화

박은경(48)

그렇게 2년을 보내고 다시 홍법사로 갔을 때, 동림 어린이법회에서는 어린이들도 수행을 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얼마나 큰 감동을 받았는지 모른다. 나의 아이들에게도 어떠한 유산보다 더 귀한 부처님 말씀을 전해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아들도 동림 어린이법회에 참여하게 되었고, 나 역시 동림 어린이법회 자모회 활동을 통해 아들과 함께 본격적인 기도를 시작하게 되었다.

우리 가족의 수행은 동림 어린이법회의 모든 동참자들과 마찬가지로, 감사기도와 108배 참회의 절수행이었다. 이 수행을 하면서 나 자신이 그렇게 아팠던, 아파야했던 이유도 알아갈 수 있었다. 

삶을 돌이켜보면, 상대방 입장을 고려한 경우가 별로 없었다. 내가 겪어보지 못한 일들은 관심이 없었고, 모든 생각은 나를 중심으로 내 가족에만 머물러 있었다. 그런데 감사수행을 하고, 절을 하게 되면서 내가 암투병 생활을 통해 경험한 모든 순간들이 일체 모든 아픈 존재의 절절한 마음을 가슴으로 이해하기 시작하는 계기가 되었다. 

무엇보다 건강한 몸이 있다면 얼마든지 활기찬 생활을 할 수 있다는 소중함을 비로소 알게 됐다. 업무를 맡아 보게 되면서 나에게 아무리 힘든 일들이 주어져도 나의 역량을 믿어주고 맡겨 주시는 분들께 감사하는 마음의 힘이 생겼다. 덕분에 업무의 효율이 오른 것은 물론이며 일이 하기 싫다는 생각은 싹 사라졌다. 

아이들이 내 뜻을 몰라줄 때도 전에는 화부터 내고 충돌하는 것이 일상이었다. 다툼은 서로의 감정을 상하게 했고 가족이라는 이유로, 가까이 있다는 이유로 미소보다 화를 내는 순간들이 더 많았던 것 같다. 하지만 병고와 수행 이후의 삶은 달라졌다. 이렇게 표현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이전보다 훨씬 너그럽게 아이들을 이해할 수 있는 부모로 거듭났다고 말하고 싶다. 가족과 함께하는 이 순간이 너무 감사했다. 매 순간이 소중하기에 싸우고 다툴 일도 점점 줄어들었고, 미소로 서로를 대하는 순간들이 있어서 또 고맙기만 하다.   

감사기도를 하면서 원하지 않는 일이 생겨도 그만하기에 다행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참회 108배 절수행을 하면서, 무릎이 아파서 도저히 절하기 힘들 때는 염불수행을 이어 가면서 나의 몸을 알아차림 하는 것을 놓치지 않고자 했다. 이렇게 꾸준히 수행한 덕분에 하루하루 부처님 가피를 느끼지 않을 수가 없다. 

이런 기쁨을 맛보며 신념도 생겼다. 내가 믿는 종교가 무엇인지 주변에 말 할 기회도 없었지만, 막상 그런 자리가 생겨도 뒤로 물러나기만 했을 뿐, 신앙을 누군가에게 밝히는 것은 조심스러운 일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전혀 그렇지 않다. 주변인들에게도 종교가 뭐냐는 질문을 받으면 자신 있게 ‘불교’라 말할 수 있고 함께 기도를 하자고 권유하기도 한다.

퇴근 후 마음 담아 정성껏 피우는 향 하나에 참회와 감사를 부처님께 올리며 하루를 마무리 한다. 그리고 한 달의 시작인 양력 1, 2, 3일은 다라니 기도로 스스로를 밝힌다. 일요일에는 홍법사 동림 어린이법회와 세향 자모합창단 활동을 하면서 도반들과 부처님께 음성공양을 올릴 수 있어서 행복하다. 나의 절친한 평생 도반과 홍법사 아미타불 철야기도를 같이 동참하며 ‘원왕생 친견미타’를 발원하고 있다. 

지금의 10만배 기도는 아이들을 위한 기도로 시작했다. 그런데 100일, 200일이 지나고 500일이 훌쩍 넘어가면서 가족이 아닌 모든 존재들을 위한 기도로, 모든 존재들의 행복을 위한 기도로 향하고 있다. 암 완치를 할 수 있었던 가족의 힘과 부처님 가피를 떠올리면 숨 쉬는 이 모든 것이 그대로 가피이다.

감사, 108배 참회기도, 아미타 염불. 붓다볼(Buddha Bowl) 명상으로 연결되는 수행의 행복! 내가 세상에 존재할 수 있고 부처님 인연을 지어주신 부모님께 감사하다. 불, 법, 승 삼보에 귀의하며, 함께 부처님의 제자로 살아가 주는 소중한 가족들에게도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글을 맺는다.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1508호 / 2019년 10월 1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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