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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도 스님의 특별한 칠순

운동장을 걷는 한 노스님에게 장애인이 달려와 인사를 건넸다. “점심 잘 먹었습니다. 건강하세요.” 또 다른 장애인도 합장인사다. 몸은 장애로 불편했지만 합장하며 건네는 미소는 건강했다. 노스님도 합장이다. 장애인도, 그들과 생활하는 복지사들도 노스님에게 거리낌이 없다. 오래됐다는 증거다. 

139명의 장애인 가족들이 지내고 있는 이천 승가원자비복지타운. 이들에게 10월16일 특별한 점심이 제공됐다. 이물감 없이 이곳을 거닐고 있는 황도 스님이 칠순을 맞아 대중공양을 올렸다. 스님은 장애인 가족들과 케이크에 촛불을 켜고 같이 껐다. 장애인 가족들이 준비한 공연도 함께 즐겼다. ‘같이의 가치’는 배가 됐다. 황도 스님은 “장애인 가족들의 건강한 웃음을 보니 행복하다. 감사한 마음으로 살겠다”고 화답했다. 

이날 승가원자비복지타운 원장 묘전 스님은 황도 스님에게 감사패를 전했다. 묘전 스님은 “큰 등불이다”라고 회상했다. 사실 황도 스님은 승가원자비복지타운 역사와 함께했다. 승가원자비복지타운의 전신이던 원주 소쩍새마을 시절부터 인연을 맺어왔다. 많은 자원봉사자가 왔다가 떠났다. 하지만 황도 스님은 밤새 내린 눈 때문에 길이 막혀도 약속을 지키고자 어떻게든 소쩍새마을을 찾아가 봉사했다. 도강화 보살과 무진등원력회와 함께였다. 그렇게 25년이 흘렀다. 

황도 스님은 부처님 가르침 펴는 출가수행자로서 아픈 이들을 보살피겠다는 원력 그 뿐이었다. 그 원력이 맺어준 시절인연은 교계 안팎의 화제였다. 제천 무암사 주지 시절 폐지 주워 마련한 쌈짓돈 건네던 아흔 노보살. 종일 폐지 모아도 고작 2000~3000원에 불과했던 시절 노보살은 고물상에서 돈을 받으면 곧장 황도 스님 손에 쥐여줬다. 수행자 믿고 부처님 일에 써달라는 노보살의 주름진 손에 들린 꾸깃꾸깃한 지폐들. 허투루 쓸 수는 없는 일이었다. 소년소녀가장을 위한 장학금으로 적립했고, 폐지수집금 300만원에 무암사 정성을 더해 소년소녀가장 장학금 500만원을 전하기도 했다. 

황도 스님은 단양 소백산 자락에 마련한 작은 토굴에서 밥 한 끼로 칠순을 지나가려했다. 장애인 가족에게 대중공양을 올리자는 무진등원력회 제안에 흔쾌히 맘을 냈다. 특히 그동안 부처님 제자로서 받은 시은으로 수행해온 선연을 나누고 싶어서였다. 

황도 스님은 칠순이지만 여전히 부처님 가르침이 곳곳에 전해지길 바라는 마음이 여전했다. 그래서 소외된 곳과 조금이라도 나누며 부처님 법을 알리고 있다. 교도소와 병원, 군부대에 부처님 가르침을 전하는 법보신문 법보시캠페인에 동참한 이유이기도 했다. 무심히 던진 황도 스님의 한 마디가 묵직했다.  
 

최호승 기자

“출가수행자 한 명 한 명의 말과 행동이 부처님을, 불교를 드러냅니다.”

time@beopbo.com

 

[1509호 / 2019년 10월 2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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