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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절터에 흩어져 있었던 석조비로자나불상들

기자명 이숙희

목 잘리고 훼손된 채 방치된 불상들
일제소행·조선시대 유교 폐해 추정

고령 대가야박물관 불상 2구
파손심해 세부표현 확인 불가
경북대박물관 앞뜰 놓인 3구
형식유사·통일신라 후기 조성

사진 1. 석조비로자나불좌상, 고려, 높이 93㎝.

경상북도 고령 대가야박물관 경내에는 석조비로자나불좌상 2구가 전시되어 있다. 이 불상 2구는 어느 절에 있었던 것을 옮겨왔는지, 또 언제 조성된 것인지에 대해서는 자세한 기록이 전하지 않는다. 다만 1976년 고령군 내 여러 절터에 흩어져 있던 불상을 모아 지금의 위치로 옮겨온 것이라고 한다.

석조비로자나불상 2구 모두 심하게 파손된 상태로 세부표현을 확인하기 어렵다. 그중 1구(사진 1)는 광배를 갖추고 있으나 불상의 머리는 이어붙인 흔적이 있으며 양쪽 무릎도 모두 없어진 상태이다. 얼굴은 둥근 형태만 알아볼 수 있을 정도이며 머리 위의 육계도 흔적만 남아 있다. 몸에는 양쪽 어깨를 덮은 통견(通肩)의 법의를 입었으며 두 손은 가슴 앞에서 지권인을 하고 있다. 대좌는 최근에 새로 만들어 올려놓은 것이다. 또 다른 석조비로자나불상 1구(사진 1-1)는 머리가 없어진 상태로 양쪽 무릎이 심하게 파손되어 있다. 어깨는 각이 지고 네모난 신체를 하고 있으며 두 팔을 몸에 꼭 붙이고 지권인을 하고 있다. 소매가 넓은 옷을 양쪽 어깨에 걸치고 있고 가슴 아래로 옷주름이 흘러내린 점만 겨우 확인된다.   
 

사진 1-1. 석조비로자나불좌상, 고려, 높이 99㎝.(필자 제공). 

경북대학교박물관 앞뜰에 놓여 있는 석조비로자나불좌상 3구 역시 대구·경북 각 지역에 흩어져 있던 것을 모아놓은 것으로 원래 소재지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다(사진 2). 이 불상들은 모두 머리가 결실되었고 손과 다리 일부가 파손된 상태이다. 그중 1구는 양쪽 무릎이 완전히 파손되어 훼손이 심하다. 

전반적으로 각이 진 어깨와 결가부좌한 다리의 폭이 크게 차이가 없고, 두 팔은 몸에 꼭 붙이고 있어 방형에 가까운 신체이다. 몸에는 양쪽 어깨를 덮은 통견의 법의를 입고 있는데 그중에는 왼쪽 어깨 위에 가사 끈이 표현된 예도 있다. 두 손은 가슴 앞에서 오른손으로 왼손 둘째손가락을 감싸면서 비스듬히 쥐고 있는 지권인을 하고 있다. 

두 팔 아래로는 굵고 형식화된 몇 개의 주름선이 표현되었고 양쪽 다리 위에도 세로로 된 굵은 옷주름선이 새겨져 있다. 이 3구의 비로자나불좌상은 크기나 특징 면에서 거의 유사한 형식을 보여주고 있어 9세기 후반의 통일신라 후기에 조성된 것으로 보인다.
 

사진 2. 석조비로자나불상, 통일신라후기, 높이 75㎝, 74㎝. ‘비로자나불상’하(영축산 법성사, 2017)

이처럼 목이 잘리거나 심하게 훼손된 비로자나불상들은 어떤 연유로 인하여 그렇게 되었는지는 알 수 없다. 아마도 일제강점기에 일본사람에 의한 것인지, 아니면 조선조 500년간 내려온 유교가 만든 폐해로 보인다. 예부터 부처의 몸에 상처를 내는 것은 막중한 죄에 해당되는 오역죄를 지은 자로 죽었을 때 지옥 중에서 가장 혹독한 아비규환의 지옥에 떨어진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이숙희 문화재청 문화재감정위원 shlee1423@naver.com

 

[1509호 / 2019년 10월 2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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