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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경수행 김다현(62, 청정행)-상

기자명 법보

원양어선 타는 남편·유산 등
마음고생 심해 무속에 의지
정법 향한 갈증 끝 불연 닿아
불교대학서 ‘법화경’ 독송기도

62, 청정행

결혼 후 남편은 원양어선을 탔다. 그 당시 우리 집에는 시누이 둘과 아들 그리고 뱃속의 아이가 있었다. 시누이들은 성품이 착하여 항상 서로 의지하며 원만한 삶을 함께 이어나갔다. 하지만 어느 날, 나에게 영문을 알 수 없는 시련이 닥쳤다. 임신 중이던 아이가 결국 세상 빛을 보기 전에 생을 마감하고 만 것이다. 밤이 되면 잠에 들 때마다 무서움에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해 뜬 눈으로 지샜다. 어설프게 잠이 들었다가도 악몽에 시달리다 깨는 일이 반복됐다. 마음고생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견디기가 힘들어 주위의 도움을 요청할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든 이 고통스러운 상태를 벗어나고픈 심정뿐이었다.

마침 이웃의 아주머니께 이런 저런 일이 있었다고 털어놓게 되었다. 넋두리와 하소연을 쏟아내는 내게 아주머니는 어디를 가서 물어보자고 하셨다. 물어 물어 찾아간 곳에서 무속인은 “친정집이 산신이 세다” “시가집은 용왕 줄이 세다”, 이렇게 이야기를 하며 조상님 천도재를 지내야 하고 용왕기도도 많이 해야 한다, 남편이 배를 타고 있으니 용왕기도를 많이 하면 집안이 조용하다는 등 온갖 이야기로 으름장을 놓다시피 했다. 

그런데 그 이야기들이 도무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래도 해야 된다고 하니 어쩌겠는가. 그 때는 뭐가 뭔지 도무지 알지 못했다. 지푸라기라도 잡아야겠다 싶었다. 일단 유명하다는 지장도량은 다 찾아다닌 것 같다. 그리고 용왕기도, 조상 천도재, 재수굿까지 ‘좋다’는 것은 다 지냈다. 그렇게 보낸 시간이 무려 20년이었다. 세월은 화살같이 흘러 있었다. 

정신없이 들쑥날쑥 쫓아다니다가 어느 날 문득 나의 모습을 돌아보게 되었다. ‘내가 지금 무엇을 하고 다니는 것이지?’ 하는 자문이 들었다. 갑자기 다니던 절도 가기가 싫어지고 신도도, 스님도 다 뵙고 싶지 않았다. 갈등이 생겼다. 이러면 안 된다고 다짐하면서 절을 하고 또 기도했다. 그래도 좀처럼 거부감이 사라지지 않았다. 그랬다. 그때서야 보였다. 다니던 절이 모양은 불교였지만 내용은 무속이나 다름이 없었다는 사실이…. 정법이 아닌 사법을 그대로 따르며 세월을 보낸 것이었다. 

불교 모양을 한 비불교를 알면서도 반복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법의 불교공부를 해야 되겠다는 굳은 결심이 생겼다. 다니던 절에 가는 횟수는 점점 줄여서 아예 발길을 끊었다. 대신 불교대학을 찾겠다는 마음을 먹고 있었다. 그런데 우연인지 필연인지 서예를 배우러 다니면서 여래사불교대학을 소개 받게 되었다. 서예를 통해 만난 신용숙 법우는 불교 공부의 가치를 자세하게 설명해주었고, 법우에게서 우러나는 불자의 자신감과 타인을 위한 배려심을 나도 공유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연 따라 흘러가는 인생보다는 마음을 어떻게 먹느냐에 따라 인연도 자연스럽게 따라온다는 진리, 일체유심조의 가르침은 삶에 생생하게 적용됐다. 법우 덕분에 여래사불교대학에 입학했다. 이후 불교공부를 한 지도 어느덧 4년이 흘렀다. 그렇다고 내가 처음부터 불교공부를 하자마자 스펀지처럼 부처님 가르침을 흡수한 것은 아니다. 사실 처음에는 강의를 들어도 도무지 머리에 들어오지 않아 앉아서 듣기만 하는 수준으로 공부를 이어나가야 했다. 강의를 들을 때 이해를 못하니 복습은 하고 싶어도 더더욱 불가능했다. 불교대학 1년 과정을 마치고 경전반에 입학을 해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교리 공부가 벽에 부딪힌 것처럼 막막하게만 여겨지기를 반복하던 시기, ‘법화경’ 독송 기도를 만났다. 마침 여래사불교대학에서는 매주 불교대학, 경전반 수업과는 다른 요일에 법화경 독송 기도를 진행해오고 있었다. 주간 경전반 수업을 듣는 법우 중에서 상당수가 이 ‘법화경’ 독송 기도에 동참하고 있다는 사실도 반가웠다. 공부와 수행을 함께 이어가길 제안해주신 여래사불교대학 박동범 원장님 말씀도 귀에 쏙쏙 들어왔다. 이번에도 법우들과 원장님 덕분에 용기를 내어 ‘법화경’ 독송 기도에 동참을 하기 시작했다.

    

[1509호 / 2019년 10월 2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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