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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인 추대, 종단위상 세우는 전환점 삼아야

기자명 법보
  • 사설
  • 입력 2019.10.28 13:17
  • 호수 1510
  • 댓글 0

진각종 13대 총인 추대법회에서 경정 대종사가 전한 법어가 의미심장하다. “가을 햇살이 더 없이 살가운 오늘, 부끄럽고 겸허한 심정으로 이 자리에 앉았습니다. … 아직도 아픔이 가득한 현실 상황에 대하여 불제자의 한 사람으로 그저 부끄럽습니다.” 

해방 이후 우리나라 최초의 신흥불교교단은 1947년 대구에서 창종된 진각종이다. 당시 불자들에게는 꽤나 낯설었을 밀교의 부흥을 표방한 종교임에도 단숨에 한국불교 4대 종단으로 비약했다. 선·통불교가 주류를 이류는 한국불교계에서 밀교 수행법을 품고 있는 진각종이 차지하는 가치는 지대하다. 잠시 진각종의 약사를 살펴보자. 

‘대한불교진각종보살회유지재단’은 1954년에 설립됐고, 1년 후인 1955년 대구에 심인중·고등학교를 세웠다. 이후 서울 진선여자중·고등학교(1976), 진각대학교(1989), 위덕대학교(1996)가 문을 열었다. 일찍이 1958년 방콕 제5차 세계불교도우의회에도 참가했던 진각종은 1964년 종단의 정체성을 담보한 종헌종법을 제정했다. 1966년 총인원을 서울로 이전했는데 이를 기점으로 전국에 걸쳐 심인당(心印堂)이 하나 둘씩 세워졌다. 1990년 미국 LA에 불광심인당을 설립하며 국제포교의 지평을 연 이후 미국 워싱턴 법광심인당(1999), 캐나다 토론토 성불심인당이 개설됐다. 창종 40년 만에 법인, 종헌종법, 교육체계, 국제포교 등 종단의 토대를 굳건히 닦은 진각종이다. 

짧은 시간에 종단의 정초를 세울 수 있었던 원천은 회당 대종사의 실천불교 원력에서 비롯됐다는 데 이견을 달 사람은 없을 것이다. 재가 중심의 생활불교를 지향한 진각종은 창종 직후부터 형식적 의례를 간소화 하며 실천불교에 무게를 두었다. 특히 과학·유물·정신 사상 모두가 고루 발전해야 한다는 철관을 갖고 있던 회당 정사는 자본주의 경제체제를 부정적으로만 보지 않고, 그 속에서의 종교 역할이 무엇인지를 고뇌했다. 종단의 지도자들도 회당 대종사가 천착했던 문제들을 하나씩 짚어가며 구체적인 실천 방안들을 내놓았다. 남북불교교류와 복지가 대표적이다.

조선불교도연맹 초청으로 북한을 처음으로 공식 방문한 종단은 진각종이다.(1999) 대북사업을 위한 별도예산을 책정하고, 국제불교연구소까지 설립하며 남북불교 교류의 가교 역할을 담당했다. 그럼에도 교류창구를 독점하지 않고 범불교적 연대를 통한 발전적 대북사업을 전개했다는 점은 불교사에서 높이 평가받아야 한다. 진각종은 1998년 사회복지법인 진각복지원을 개설하며 본격적인 복지불사를 전개했다. 2001년 법인사무국 예산은 13억 3000만원이었는데 이는 교계 종단의 사회복지법인 예산 중 최대 규모였다. 2003년 예산이 당시 조계종 복지재단의 3배 수준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복지사업에 쏟은 진각종의 정성은 실로 대단한 것이었다. 지금도 노인, 지역, 장애인, 영유아, 아동복지 등 40개 이상의 산하단체가 활발하게 사업을 펼치고 있다. 

그런데 균열이 갔다. 2018년 서울시 특별감사로 불거진 복지재단의 불미스런 사태가 세간에까지 전해지며 20여년 동안 쌓은 ‘복지 위상’이 실추됐다. 극단적 표출은 없었지만 크고 작은 내홍도 있었을 터다. 그렇다고 해서 종단이 이대로 움츠린 채 답보상태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이제는 추슬러야 한다. 

회당 대종사의 교설을 연구한 학계에 따르면 ‘초기 교설은 참회(懺悔), 심인(心印), 진각(眞覺)이라는 개념을 통해 중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심인이란 ‘참회에 의해서 밝혀지는 마음의 경지’를 의미하고, 진각이란 ‘심인을 밝힘으로써 성취되는 수행의 이상을 표명’한 것이라 한다. ‘진각’ 이전에 ‘참회’의 중요성을 설파했던 회당 대종사다. 

13대 총인 경정 대종사의 법어 속에 회당 대종사의 그 가르침이 녹아 있다. 그리고 종단이 새롭게 일어서야 한다는 간절한 바람도 함축하고 있다. “상대자의 허물은 내 허물의 그림자라는 가르침이 있습니다. 너를 탓하기 전에 근본이 되는 나를 먼저 보아야 너와 내가 갈등을 극복하고 함께 평화롭게 됩니다.” 복지, 남북불교교류, NGO 활동 등은 참회와 정진으로 깨달은 진각 종도가 일체중생을 위해 회향하는 불사이자 복전이었음을 다시 한 번 새겨야 할 때다.

한국의 정신문화를 선도하고 사회 부조리를 개선하며 국가발전과 인류평화를 도모하는 한국불교 제4종단의 면모를 하루빨리 되찾기를 교계는 희망하고 있다. 13대총인 경정 대종사 추대법회를 종단변화의 대 전환점으로 삼아주기를 바란다.

 

[1510호 / 2019년 10월 3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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