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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과 선인이 노닐던 불교학 고향을 만나다

  • 불서
  • 입력 2019.10.28 13:39
  • 수정 2019.11.01 21:04
  • 호수 1510
  • 댓글 0

‘불교학의 고향, 카슈미르와 간다라를 가다’ / 권오민 지음 / 씨아이알

‘불교학의 고향, 카슈미르와 간다라를 가다’

부처님은 북천축에서 아파랄라 용왕을 교화하고 중천축으로 돌아가던 중 녹색 숲으로 빛나는 카슈미르에 이르러 “저곳은 비파샤나를 따르는 자들의 제일가는 처소로, 내가 열반에 들고 백년이 지난 뒤 한 비구제자가 저 땅에 정법을 전하게 될 것”이라고 예언했다. 이때 부처님이 지목한 비구는 마드얀티카였다. 이에 아난다는 그에게 부처님 예언을 부촉하고 “카슈미르는 방사(房舍)와 와구(臥具)를 쉽게 구할 수 있을뿐더러 선정을 닦는데 제일가는 처소”임을 다시한번 강조했다.

이 카슈미르는 북쪽과 동쪽으로 히말라야와 잔스카르 산맥, 서쪽으로 피르 판잘 산맥이 둘러싸고 있는 해발 2000미터의 고원 계곡이다. 부처님 예언뿐만 아니라 파르슈바 협(脇) 존자 역시 “현성(현인과 성인)이 모여들고 선인이 노니는 곳”이라 예찬했던 지역이다. 

간다라 또한 대부분 불교미술의 고향 정도로 알고 있으나, 현장법사가 ‘대당서역기’에서 “간다라 북쪽 단타로카는 수다나 태자가 나라의 보배인 흰 코끼리를 적국에 보시하여 쫓겨난 곳이고, 웃드야나의 몽게라는 인욕선인으로서 갈리 왕에게 지체를 절단 당한 곳이며, 탁샤쉬라는 월광 왕이 천생(千生)에 걸쳐 자신의 머리를 보시한 곳”이라고 했던 것처럼, 간다라 일대는 부처님의 전생 무대로 불리는 특별한 곳이다. 

그러한 인연이 서린 카슈미르와 간다라는 이후 불교학의 산실이 됐다. 현장법사가 “논을 지은 논사들과 성과(聖果)를 증득한 성자들로 인해 언제나 맑은 바람이 일었고 지극한 공덕도 사라지는 일이 없었다”고 찬탄한 카슈미르에서는, 실제로 현인과 성인들이 박해를 피해 날아든 이래 ‘제4차 결집’이 이루어졌고, 협 존자의 발의로 500명의 아라한이 모여 각기 10만송의 우파데샤(論議)로써 경·율·론 삼장을 해설하는 등 수많은 아비달마 논서가 제작되고 결집이 이루어졌다.

오늘날 전해지는 정리(正理)의 비바사론과 비유(譬喩)의 불교문학 역시 대부분 그곳에서 제작되었다. 이는 이후 불교철학과 불교미술의 바탕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동아시아로 법을 전하는 불교전파의 전초기지가 되었다. 초기 중국불교사를 장식하며 역경의 대종장으로 일컬어지는 구마라집이나 현장도 모두 카슈미르에서 불교를 익혔던 이유다. 또한 카슈미르의 학문적 성향과 전통은 동아시아 불교의 초석이 됐다.
 

한때 1400여 가람과 1만2000여 승도를 품었다는 스와트강. 힌두쿠시에서 발원한 이 강은 페샤와르 인근 차르사다에서 카불강과 합류한 후 아톡에서 인더스강으로 흘러든다. 밍고라 인근 우디그람 뒷산 라자기라 요새에서 본 스와트강 전경.
한때 1400여 가람과 1만2000여 승도를 품었다는 스와트강. 힌두쿠시에서 발원한 이 강은 페샤와르 인근 차르사다에서 카불강과 합류한 후 아톡에서 인더스강으로 흘러든다. 밍고라 인근 우디그람 뒷산 라자기라 요새에서 본 스와트강 전경.

 

그럼에도 그곳은 서북변방이라는 지리적 위치로 인해 유사 이래 페르시아, 그리스, 샤카 파흐라바, 월지(쿠샨), 흉노(에프탈리트), 그리고 가즈니와 무갈(몽골)에 이르기까지 외세의 침입이 잦았고, 힌두왕의 파불과 이슬람의 도래로 불교가 존재하지 않는 곳이 됐다. 지금은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대표적 분쟁지역 중 한 곳이 되면서 불교학은 고향을 잃고 말았다.

권오민 경상대 철학과 교수가 구법승들의 여행기를 길잡이 삼아 자기 학문의 뿌리를 찾아 카슈미르와 간다라, 펀잡의 불교현장에 발을 디뎌 한 달을 머물며 곳곳을 답사했다. 그리고 그곳이 간직하고 있는 불교 이야기를 법보신문에 1년간 연재한데 이어, 2년여 만에 ‘불교학의 고향, 카슈미르와 간다라를 가다’로 펴냈다. 아득히 먼 옛날 그곳에서 탐구되었던 비바사사(毘婆沙師)의 불교와, 이들의 지성적·논리적 성향과는 달리 감성적 성향의 비유자(譬喩者)나 비유 문학가들의 ‘이야기 불교’를 탄생시킨 곳에 대한 이야기다.

이 책은 기본적으로 불교학의 산실이자 동아시아불교의 고향인 카슈미르와 간다라를 찾아 나선 여행기이다. 그럼에도 구도열이 넘쳐흐르던 옛 모습을 상상하게 하는 한편, 불교가 사라진 현재를 함께 보고 느끼게 함으로써 불교의 현실을 돌아보게 하고 ‘지금,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화두를 던지고 있다. 2만원.

심정섭 전문위원 sjs88@beopbo.com
 

[1510호 / 2019년 10월 3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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