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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라훌라를 교계한 붓다의 말씀

기자명 마성 스님

“항상 행위 전후로 내남에 이로운가 반조하라”

아들 라훌라의 지속된 거짓말에
몸·마음·뜻으로 행위를 할 때는
나와 타인을 해치는지 돌아보고
잘못 알았을땐 참회할 것 훈계
SNS 이용 때도 이점 생각해야

까삘라왓투에 귀향한 부처님. 2~3세기, 인도박물관.
까삘라왓투에 귀향한 부처님. 2~3세기, 인도박물관.

라훌라(Rāhula) 존자는 부처님의 외아들로 부처님께서 출가하시던 날 태어났다. 부처님은 라훌라 존자에게 많은 가르침을 설했다. 부처님께서 라훌라 존자에게 설했던 많은 가르침 가운데 일부가 남아있다. 이를 통해 우리는 부처님께서 라훌라 존자를 어떻게 교계(敎誡) 했는가를 알 수 있다.

부처님께서 성도하신 뒤 처음으로 까삘라왓투를 방문했을 때 당시 일곱 살이었던 라훌라는 어머니가 시키는 대로 붓다께 다가가 유산을 상속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때 붓다는 사리뿟따 존자에게 부탁하여 그를 제자로 맞이하여 출가시켰다. 그러나 어린 나이에 출가한 라훌라는 장로 비구들에게 거짓말하는 것을 좋아했다. 그러면서도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부처님은 어린아이들이란 거짓말하는 것을 좋아하여 보지 않은 것도 보았다 하고, 본 것도 보지 않았다고 한다는 사실을 알고, 라훌라의 나쁜 습관을 고쳐주어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렇게 해서 라훌라에게 설한 가르침이 ‘암발랏티까에서 라훌라를 교계한 경’(MN61)이다.

부처님은 라훌라가 머물고 있던 암발랏티까로 찾아갔다. 라훌라는 세존께서 오시는 것을 보고 자리를 마련하고 발 씻을 물을 준비했다. 부처님은 발을 씻고 난 뒤 물을 조금 남기고 라훌라에게 물었다. “라훌라야, 너는 이 물그릇에 물이 조금 남아 있는 것을 보느냐?”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라훌라야, 고의로 거짓말하는 것을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는 자들의 출가수행이란 것도 이와 같이 (발 씻은 물이) 조금 남은 것에 지나지 않는다.” 즉 고의로 거짓말을 하면 발 씻은 물과 같이 하찮은 존재가 되고 만다는 것이다.

그런 다음 부처님은 라훌라에게 거울을 예로 들어 “지속적으로 반조하면서 몸의 행위를 해야 하고, 지속적으로 반조하면서 말의 행위를 해야 하고, 지속적으로 반조하면서 마음의 행위를 해야 한다”고 일러주었다. 이어서 부처님은 다음과 같은 요지의 말씀을 하셨다.

네가 몸과 입과 뜻으로 행위를 하고자 하면, 너는 그 몸과 입과 뜻의 행위를 이렇게 반조해야 한다. ‘나는 지금 몸과 입과 뜻으로 행위를 하려고 한다. 나의 이런 행위가 나를 해치게 되고 다른 사람을 해치게 되고 둘 다를 해치게 되는 것은 아닐까? 이 행위가 해로운 것이어서 괴로움으로 귀결되고 괴로운 과보를 가져오게 되는 것은 아닐까?’

만일 네가 반조하여 ‘내가 지금 몸과 입과 뜻으로 행하고자 하는 행위가 나도 해치게 되고 다른 사람도 해치게 되고 둘 다를 해치게 될 것이다. 이 몸과 입과 뜻의 행위는 해로운 것이어서 괴로움으로 귀결되고 괴로운 과보를 가져올 것이다’라고 알게 되면, 너는 그와 같은 행위를 절대로 해서는 안 된다.

만일 네가 반조하여 ‘내가 지금 몸과 입과 뜻으로 행하고 있는 행위가 나를 해치지 않을 것이고 다른 사람을 해치지 않을 것이고 둘 다를 해치지 않을 것이다. 이 몸과 입과 뜻의 행위는 유익한 것이어서 즐거움으로 귀결되고 즐거운 과보를 가져올 것이다’라고 알게 되면, 너는 그와 같은 행위는 실천해야 한다.

만일 네가 그렇게 반조하여 ‘내가 지금 몸과 입과 뜻으로 행하고 있는 행위가 나도 해치고 다른 사람도 해치고 둘 다를 해치고 있는 것이다. 이 행위는 해로운 것이어서 괴로움으로 귀결되고 괴로운 과보를 가져오는 것이다’라고 알게 되면, 너는 그와 같은 행위를 즉각 중지해야 한다. 그 반대일 경우에는 계속해도 좋다.

네가 몸과 입과 뜻으로 행위를 하고 난 뒤에도, 너는 그 행위를 반조해야 한다. ‘나는 지금 몸과 입과 뜻으로 행위를 했다. 나의 이런 행위가 나를 해치거나 다른 사람을 해칠 것이거나 둘 다를 해친 것은 아닐까? 이 행위가 해로운 것이어서 괴로움으로 귀결되고 괴로운 과보를 가져온 것은 아닐까?’

만일 네가 그렇게 반조하여 ‘내가 지금 몸과 입과 뜻으로 행했던 이 행위는 나도 해친 것이고 다른 사람도 해친 것이고 둘 다를 해친 것이다. 이 행위는 해로운 것이어서 괴로움으로 귀결되고 괴로운 과보를 가져온 것이다’라고 알게 되면, 너는 그와 같은 행위를 스승이나 동료 수행자들에게 드러내고 참회해야 한다. 그런 다음 미래를 위해 단속해야 한다.

만일 네가 반조하여 ‘내가 지금 몸과 입과 뜻으로 행했던 이 행위는 나를 해친 것도 아니고 다른 사람을 해친 것도 아니고 둘 다를 해친 것도 아니다. 이 몸의 행위는 유익한 것이어서 즐거움으로 귀결되고 즐거운 과보를 가져온 것이다’라고 알게 되면, 너는 밤낮으로 유익한 법들을 공부하면서 희열과 환희로 머물게 될 것이다.

이와 같이 부처님께서 라훌라에게 교계하신 내용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는 몸과 입과 뜻으로 어떤 행위를 하고자 할 때에는 반드시 먼저 이 행위가 나와 다른 사람을 해치고 둘 다를 해치게 되는 행위는 절대로 해서는 안 된다. 그 반대일 경우에는 행해야 한다.

둘째는 몸과 입과 뜻으로 어떤 행위를 하고 있는 때에는 그 행위가 나와 다른 사람을 해치고 둘 다를 해치게 되는 행위는 즉각 중지해야 한다. 그 반대일 경우에는 계속해도 좋다.

셋째는 몸과 입과 뜻으로 어떤 행위를 했을 때에는 그 행위가 나와 다른 사람을 해친 것이고 둘 다를 해친 행위였다는 것을 알았으면, 스승이나 동료 수행자들에게 드러내고 참회해야 한다. 그 반대일 경우에는 희열과 환희로 머물게 된다.

다시 말해서 어떤 행위를 행하기 전이나 하고 있을 때나 하고 난 뒤에도 자신의 행위가 나와 다른 사람과 둘 다에게 해로운 행위인가 아니면 이로움을 가져다주는 행위인가를 늘 반조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회관계망 서비스(SNS)에 글이나 사진이나 동영상 등을 올릴 때, 먼저 이 점을 생각해야 한다. 그러면 세상 사람들로부터 비난받지 않을 것이며, 또 세속의 윤리에도 크게 어긋나지 않을 것이다.

마성 스님 팔리문헌연구소장 ripl@daum.net

 

[1510호 / 2019년 10월 3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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