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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인터넷 구업

기자명 법장 스님

구업은 쉽게 저지르지만 가장 치명적인 죄업

25세 젊은 연예인 죽음 뒤엔
악성 댓글 있다는 현실 비통
무심코 쓴 댓글들이 죽음 불러
말은 종종 날카로운 칼과 맹독

“한 연예인이 25세라는 어린 나이로 스스로의 목숨을 끊었다”는 슬픈 소식이 들려왔다. 어린 나이에 그런 극단적인 행동을 했다는 것이 너무나 마음 아프고 ‘얼마나 힘들었으면 그러했을까’라는 안타까움이 가득하다. 그리고 그 원인에 수많은 악성댓글(악플)이 있었다는 지금의 사회현상에 대한 비통함을 느꼈다.

인터넷 뉴스 등을 보면 너무나 지나치고 무책임하게 댓글이 달려있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직접적으로 관련된 사람이 아니어도 그 수준이 지나치고 불편함을 느낄 정도로 심각한 글들이 너무나도 많다. 인터넷이 급속도로 보급되고 누구라도 공유하고 참여할 수 있는 문화가 생기면서 불특정인에게 그러한 악성댓글을 쓰거나 무책임한 말들을 쉽게 하는 비상식적인 악습이 함께 생긴 것이다.

불교에서는 죄업 중에 말로써 하는 것을 가장 무겁게 보고, 그 종류도 다양하게 다루고 있다. 특히 ‘십선업(십선계)’이라고 하는 보살계에서는 살생, 도둑질, 음행의 다음으로 거짓말(망어), 욕설(악구), 두 말하기(양설), 속이는 말(기어)의 4종류와 탐, 진, 치의 10가지를 계율로써 금지하고 있다. 이 중 입으로 짓는 죄가 4가지나 된다. 그만큼 우리가 살면서 지을 수 있는 죄 중에 입으로 지을 수 있는 구업은 가장 쉽게 저지를 수 있으면서도 그 책임은 매우 무겁다는 의미이다. 

단지 자신의 감정에 부합되지 않는다고 하여 가볍게 말하는 불만이나 거친 말이 그것을 듣는 상대방에게는 깊은 마음의 상처를 줄 수 있다. 그리고 다시 우리가 그 말을 듣는 입장이 되면 거칠게 화를 내며 다툼을 일으키기까지도 한다. 자신이 듣기 싫은 말은 다른 누구라도 듣기 싫은 말인 것이다. 그러나 그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면서도 우리는 화내고 어리석은 마음에 사로잡혀 다른 누군가에게 너무나 가볍게 상처 주는 말을 한다.

자신의 입 밖으로 나온 말에는 반드시 그 책임이 따른다. 그것은 지금의 댓글에도 똑같이 적용되는 것이다. 현재는 메신저 등이 발달해서 전화보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내는데, 이 글(메시지)이라는 것도 입으로 하는 표현과 같기에 그 죄업을 다룰 수 있다. 

아비달마구사론에서는 우리가 말이나 행동을 할 때 그 마음의 반응과 동시에 심소라는 것도 반응한다고 한다. 그 중에 ‘사(思cetanā)’라는 것이 있는데, 이 심소는 어떤 동기를 갖는 그 순간에 반응하여 업(業karma)을 만든다. 즉 좋은 생각을 하면 선업으로, 나쁜 생각을 하면 악업으로 반응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행동이 따르지 않더라도 그 생각을 갖는 것만으로도 자신에게 업을 만들어 책임을 묻는 것이다. 댓글이라는 것도 말은 아니지만 그 동기를 갖고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기도 하기에 그것에는 반드시 그 사람의 책임이 따르는 것이다. 

그러나 상대가 보이지 않고 자신의 존재가 명확히 드러나지 않기에 그것을 악용하여 너무나 무책임하게 악성댓글을 쓰는 것이다. 그런 행동들이 지금과 같이 있어서는 안 되는 안타까운 일로 이어진 것이다. 이번 사건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하기 보다는, 그 어린 사람의 숨통을 보이지 않는 사람들이 조여서 죽인 것이다. 사람이 사람에게 상처를 준다는 것은 스스로의 존엄성을 버리는 것이다. 원로배우 김혜자 선생님의 책 중에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는 제목이 있다. 세상 가장 아름다운 것일 지라도 그것에 폭력성과 잘못된 의도를 두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가볍게 누르는 스마트폰 화면이나 컴퓨터 키보드에 어떤 특정한 힘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으로 표현되는 말과 글은 누군가를 가장 극단에 이르게 하는 날카로운 칼과 맹독이 될 수도 있다. 말과 글은 그것을 다루는 사람에 따라 모든 것을 표현하고 전해줄 수도 있지만 반대로 모든 것을 없애고 잃게 만들 수도 있는 무거운 힘과 책임이 있다는 것을 항상 자각하고 명심해야 한다. 

법장 스님 해인사승가대학 교수사 buddhastory@naver.com

 

[1510호 / 2019년 10월 3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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