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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의 열반’ 그리고 ‘후쿠시마 원전사고’

  • 문화
  • 입력 2019.10.31 13:20
  • 수정 2019.10.31 16:12
  • 호수 1511
  • 댓글 0

국립현대미술관, 박찬경 개인전
신작 ‘늦게 온 보살’ 등 9점 공개
영상·설치·사진자료 등 복합전시
제도로서 미술 비판적으로 성찰

동아시아 근현대사와 신화에 기반해 재난 이후의 삶과 제도로서의 미술을 비판적으로 성찰해온 박찬경 작가가 개인전을 갖는다.

국립현대미술관(관장 윤범모)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개인전 ‘박찬경–모임(Gathering)’을 내년 2월23일까지 진행한다. 박 작가는 분단과 냉전, 민간신앙, 동아시아의 근대성을 주제로 영상, 설치, 사진으로 국내외 미술계의 주목을 받았다. 미술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했지만 졸업 후에는 주로 미술에 관한 글을 썼고 전시를 기획했다.

‘해인(海印)’, 시멘트, 5×110×110cm·20×110×110cm, 2019년, 국립현대미술관 설치 전경, 사진 홍철기.

1997년 첫 개인전 ‘블랙박스: 냉전 이미지의 기억’을 시작으로 주로 사진과 비디오를 통해 한국의 분단과 냉전을 대중매체와의 관계나 정치·심리적인 관심 속에서 다뤄왔다. 2008년부터는 한국의 민간신앙과 무속을 통해 한국의 근대성을 해석하는 장·단편 영화를 연출하기 시작했다. 그는 작가로서 활동하며 작가론, 미술제도, 민중미술, 모더니즘, 포스트모더니즘, 전통 등에 관한 에세이도 썼다.

이번 전시 ‘모임’은 대표작 ‘늦게 온 보살’을 비롯해 ‘작은 미술관’ ‘후쿠시마, 오토래디오그래피’ ‘맨발’ ‘5전시실’ 등 8점의 신작과 구작 ‘세트’(2000) 등 9점을 선보인다. 전시는 ‘액자 구조’로 구성됐다. 전시장 입구 쪽에 설치된 ‘작은 미술관’은 이번 전시의 액자 역할을 한다. 작품은 우리에게 익숙한 미술사와 미술관이 인위적으로 주입된 틀이 아닌가라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미술제도에 대한 작가의 비판과 성찰은 ‘재난 이후’라는 주제 아래 후쿠시마 원전사고와 석가모니의 열반 등을 다룬 작품으로 이어진다.

‘늦게 온 보살’, 4.1채널 사운드 HD흑백영화, 55분, 2019년, 국립현대미술관 설치 전경, 사진 홍철기.

‘후쿠시마, 오토래디오그래피’는 원전사고 피폭현장인 마을을 촬영한 박찬경의 사진과 방사능을 가시화한 일본 작가 카가야 마사미치의 오토래디오그래피 이미지를 교대로 보여준다. 이 작품과 ‘세트’가 나란히 전시되는데, 서로 다른 소재의 유사성에 주목해 접점을 찾는 박찬경 특유의 작업이 잘 드러난다. 이어 전시실 중앙에 넓게 펼쳐진 ‘해인(海印)’은 다양한 물결무늬를 새긴 시멘트 판, 나무마루 등으로 구성됐다. 11월8·14·21·28, 12월5일 오후 3시 이곳에서 전시주제와 관련된 각 분야 전문가들을 초빙해 강연과 토론이 진행된다.

‘해인’에 이어서 55분 분량의 영화 ‘늦게 온 보살’을 만날 수 있다. 영화는 ‘석가모니의 열반’이라는 종교적 사건과 ‘후쿠시마 원전사고’라는 재난을 하나로 묶는다. 흑백 반전으로 찍은 영화장면은 보는 이에게 후쿠시마의 방사능 사진을 연상하게 한다. 산속을 헤매는 한 중년 여성과 방사능 오염도를 조사하며 산을 다니는 여성을 교차시켜 줄거리를 이끌어 나간다. 전시실 후반부에 설치된 ‘맨발’과 ‘모임’ 등의 작업은 앞선 영상 속 소재들을 다시 떠올리게 하는 역할을 한다.

박찬경 작가.

마지막에는 지금까지 보아온 전시실의 1:25 배율 축소모형 ‘5전시실’이 놓여있다. 박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미술관의 관람 관습에 익숙해진 관객을 다시 액자 밖으로 강제로 끌어낸다. 이로부터 관객에게 미술과 미술관이 같아 보이는지 묻는다.

윤범모 관장은 “이번 전시는 동아시아의 문화적·역사적 맥락을 성찰해 미술 언어로 풀어내 온 박찬경 작가의 첫 국립현대미술관 개인전”이라며 “매체와 장르를 넘나들며 심도 있는 담론을 제시하는 그의 신작을 통해 한국 현대미술의 영역을 확장시키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현태 기자 meopit@beopbo.com

[1511호 / 2019년 11월 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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