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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축산 깃든 경봉·혜암 큰스님 향훈 새기며 정진 발원”

  • 교계
  • 입력 2019.11.01 20:00
  • 수정 2019.11.02 08:53
  • 호수 1511
  • 댓글 0

혜암선사문화진흥회, 10월26일
제5차 혜암 대종사 수행처 참배
통도사 극락암, 사부대중 600여 명
2020년 4월14일, 해인사서 탄신 100주년

“이곳 극락암도 세월의 흐름에 따라 풍경이 달라지고 많은 것이 새로워졌습니다. 하지만 경봉 조실 스님과 혜암 은사 스님의 향훈은 지금도 생생히 남아 있습니다. 그 가르침을 따라 정진 잘 해서 동체대비의 삶을 살도록 합시다.”

높고 푸른 하늘 아래 영축산은 위풍당당했다. 완연한 계절은 극락 영지를 붉고 노란빛으로 물들였다. 50여 년 전, 80여 명의 눈 푸른 납자들이 정진하는 선방이었다는 영축총림 통도사 극락암 무량수각(無量壽閣), 이곳에서 혜암 대종사의 수행처를 순례하는 사부대중은 가을바람을 타고 어른 스님들이 안내하는 대종사의 선풍을 새겼다. 해인총림 방장 원각 스님도 수좌 시절을 떠올리며 대중을 향해 거듭 당부했다. 이 순례의 목적은 바로 큰스님의 향훈 속에서 지혜의 길을 발견하기 위함이라고 말이다.

법회에 앞서 인터뷰 중인 무영, 원각, 성법 스님(사진 왼쪽부터.)
법회에 앞서 인터뷰 중인 무영, 원각, 성법 스님(사진 왼쪽부터.)
사부대중 600여 명이 운집했다.

혜암대종사문도회와 혜암선사문화진흥회(이사장 성법 스님)는 10월26일 영축총림 통도사 극락암(감원 관행 스님)에서 ‘혜암 대종사 탄신 100주년 기념 수행처 순례 제5차 법회’를 봉행했다. 혜암 대종사 탄신 100주년을 앞두고 지난 2017년 가을부터 시작된 순례는 매년 봄, 가을로 이어지며 이날 5차 순례를 맞이했다. 법석에는 해인총림 방장 원각 스님을 비롯해 혜암선사문화진흥회 이사장 성법, 이사 무영, 진주 극락선원장 금담, 통도사 극락암 감원 관행 스님 등 사부대중 600여 명이 운집했다.

법회는 삼귀의 및 반야심경, 내빈 소개, 환영사, 행장 소개, 인사말, 인연담, 혜암 대종사 육성 법문, 해인총림 방장 원각 스님의 순례 법문, 정근, 발원문 등의 순서로 이어졌다.

이날 해인총림 방장 원각 스님은 순례 법문에서 “큰스님께서는 극락암에서 여러 철을 사셨고 평소 경봉 조실 스님이 선지가 밝고 풍류가 있으시다고 하시면서 아주 존경하셨다”며 “제가 극락암에서 방부를 들이고 정진할 때에도 조실 스님께 인사를 드리니, 혜암 큰스님께서 제 은사 스님이신 줄 모르고 지리산 상무주암의 스님에게 가서 법문을 들으라고 하실 정도로 조실 스님도 저의 은사 스님이 정진을 잘하신다고 아주 좋아셨다”고 강조했다.

해인총림 방장 원각 스님.

이어 스님은 “지금 세상은 혼란하고 복잡스럽고 너무 들떠 있는데 이러한 현상은 본성, 마음자리를 등지고 그냥 바깥으로만 치닫기 때문”이라고 진단하며 “조실 스님과 은사 스님의 가르침을 따라서 우리의 마음자리를 깨우쳐 본성을 회복하고 그렇게 해서 동체대비, 너와 내가 둘이 아닌 본래의 마음 바탕에서 상생을 실천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혜암 대종사 탄신 100주년 기념 수행처 순례 제5차 법회.

이날 혜암선사문화진흥회 이사장 성법 스님도 인사말에서 “큰스님께서 통도사 극락암에 정진하실 때 스님을 뵙기 위해 삼소굴에 계시는 경봉 큰스님을 먼저 찾아뵌 기억이 떠오른다”며 “경봉 큰스님께서 말씀하시길, 혜암 스님이 극락선원의 선방을 지키고 있으면 당신은 아무 할 일이 없다, 혜암 스님이 있는 것만으로도 모든 법이 지켜지고 수행 정진이 잘 된다며 미소를 지으셨다”고 회상했다.

혜암선사문화진흥회 이사장 성법 스님.

극락암에서 혜암 대종사와 함께 정진했던 진주 극락선원장 금담 스님은 혜암 대종사와의 수행 인연담을 전하며 수행자들의 모범이었음을 거듭 강조했다. 금담 스님은 “혜암 큰스님의 정진력은 따라갈 사람이 없을 정도로 정말 생사를 걸어놓고 하셨다”며 “스님께서는 공부하다 죽어라, 이런 법문을 앞세우셨는데 마음을 스스로 보려면 목숨을 걸어놓고 해야 한다는 말씀을 새기며 우리 수행자들이 정말 열심히 정진해서 자신의 부처를 볼 수 있길 바란다”고 전했다.

진주 극락선원장 금담 스님.

통도사 극락암 감원 관행 스님도 환영사에서 “큰스님의 수행력이 서려있는 선 도량을 찾아주신 사부대중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큰스님께서 정진하셨던 극락암을 참배하며 즐겁고 기쁜 마음으로 돌아가시기 바란다”고 밝혔다.

통도사 극락암 감원 관행 스님.

1960년대 후반부터 1970년대 초까지 혜암 대종사가 동안거 두 차례와 산철 등에 수행정진한 통도사 극락암 극락호국선원은 당대의 선지식이었던 극락암 조실 경봉 스님이 주석하며 후학을 지도했던 도량이다. 스님들의 한 결 같은 회고에 따르면, 80여 명의 수좌 스님들이 극락암 무량수각 한 방에 빼곡하게 모여 정진하던 시절, 혜암 대종사는 입승 소임을 맡아 흐트러짐 없이 스님들을 통솔했다.

80여 명의 수좌 스님들이 극락암 무량수각 한 방에 모여 정진했다.

무엇보다 1971년 동안거 중 조실 경봉 스님이 ‘봉통홍중공(峰通紅中空)’ 운자(韻字)에 맞춰 심경(心境)을 이르라고 했을 때 혜암 스님이 지은 게송은 지금도 대종사의 깊은 선지가 담긴 글로 회자된다. 게송의 내용은 아래와 같다.

영산회상 영취봉(靈山會上 靈鷲峰)이여
만리무운말이통(萬里無雲萬里通)이로다
세존염화일지화는(世尊拈花一枝花)는
역천겁이장금홍(歷千劫而長今紅)이라
염화당시오견참(拈花當時吾見參)이면
일봉타살투화중(一棒打殺投火中)하리라
본래무물망언어(本來無物亡言語)하니
천진자성공불공(天眞自性空不空)이니라

영산회상 영취봉이여
구름 한 점 없으니 만리에 통했도다
세존께서 들어보인 한 송이 꽃은
미래제가 다하도록 길이 붉으리라
꽃을 드실 때 내가 보았다면
한 방망이로 때려죽여 불속에 던졌으리
본래 한 물건도 없어 언어마저 끊겼으니
천진한 본래성품 공마저 벗어났네

순례에 동참한 불자들.

이날 통도사 극락암은 경내 선원으로 사용되고 있는 조사각을 개방, 순례단이 선방 참배를 할수 있도록 배려했다. 또 공양을 제공하고 찻자리를 펼치며 법석의 가치를 공유했다. 이밖에도 법회가 끝난 후 참가자들은 통도사 적멸보궁 사리탑을 참배하며 신심을 다졌다. 덕분에 순례에 동참한 사부대중은 영축산의 가을보다 더 짙은 두 큰스님의 법향에 물들었다. 서울에서 극락암을 찾은 정순택 거사는 “오늘의 순례 덕분에 스님들의 수행 이야기와 법담을 들으며 마치 이 자리에서 직접 친견한 것 같은 기분이 든다”며 “환희심과 정진의 서원을 더욱 굳건히 하게 됐다”고 밝혔다.

법회 후 순례 동참 스님들이 극락암 무량수각 앞에서 기념촬영을 했다.

한편 혜암 대종사의 탄신 100주년을 추모하고 혜암 대종사가 가장 오래 머문 수행처로 해인사 정진 시절을 새길 혜암 대종사 탄신 100주년 기념 법회는 2020년 4월14일 해인총림 해인사에서 봉행될 예정이다.

순례에 동참한 불자들.
 법회가 끝난 후 참가자들은 통도사 적멸보궁 사리탑을 참배하며 신심을 다졌다.

 

양산=주영미 기자 ez001@beopbo.com

[1511호 / 2019년 11월 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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