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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들에게 기본소득을

기자명 유정길
  • 법보시론
  • 입력 2019.11.04 11:42
  • 수정 2019.11.05 13:21
  • 호수 1511
  • 댓글 4

매월 50만원씩 통장에 돈이 들어온다면
만일 당신에게 매월 50만원의 돈이 통장이 정기적으로 꼬박꼬박 들어온다고 생각해보자. 과연 어떤 일이 발생할까? 2019년 1인 최저생계비는 102만4205원인데 50만원이라면 약 반에 해당되며 적은 액수가 아니다. 만일 가족 한사람들에게 각각 지불되기 때문에 5인 가족이면 250만원이다. 그렇게 되면 비루하게 아등바등하게 살지 않게 되고 하고 당당히 싶은 일을 하며 가족 중 누군가 직업을 잃는다 해도 크게 두렵지 않고 소비도 늘어나 최소한의 품위를 유지하며 살 수 있게 될 것이다.

일을 한 대가로 돈을 벌수 있다는 ‘임금노동’ 중심의 생각을 하는 사람에겐 아무 일도 안한 사람에게 돈을 지불하는 것은 있을 수 없고, 그렇게 되면 누구도 일을 하려하지 않을 것이라고 걱정할 것이다. 그러나 이미 시행하는 나라에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엄밀하게 당신은 아무 일도 안한 것이 아니다. 모두가 연관되고 서로 의존적인 연기적 이치로 보면 결국 각자가 존재 그 자체로 보이지 않게 도우며 사회적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그 ‘덕분에’ 누군가에게로 돈이 모인 것이기 때문이다. 단지 그것을 재분배하는 것이다. 

실제 우리사회는 가사노동이나 자원봉사, 친절과 배려 등 90%의 비지불노동이라는 바다위에 10%의 임금노동이 가능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개개인들에게 무조건적으로 지급되는 ‘기본소득’이 점차 세계적인 추세로 부각되고 있다. 현재 65세 이상 노인의 70%가 25만원 정도를 받고 있는 기초연금이 그 대표적인 사례이다. 그리고 최근 성남시의 청년기본소득(청년배당)이 24세 이상의 청년들에게 연 100만원을 경기지역화폐로 지급하는 것도 바로 그것이다. 올해부터 해남은 1년에 60만원씩 전체 농가 1만4579가구가 대상으로 실시되었다. 아마도 매년 재원을 확보하여 액수도 늘어날 것이고 또한 전국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의 알래스카는 석유에서 나오는 수입으로 1982년부터 매년 1인당 약 1500달러씩 4인가족에 6000달러를 지급해왔고, 핀란드는 기본소득 매월 71만원 정도를 지급하고 있으며, 네덜란드, 스위스, 스웨덴 등도 유사한 정책을 펴고 있다. 돈은 벌고 있지만 기술개발로 줄어드는 일자리를 늘릴 수 없는 상황에서 부의 재분배를 위해 농민, 청년, 장애인, 노인들을 대상으로 우선적으로 기본소득을 실시하자는 것이다. 

출가자가 증가와 종단민주주의에 기여할 승려기본소득
불교환경연대는 지난 2017년 3월 불교의 기본소득 실시를 위한 토론회를 개최하였고 여기서 중앙승가대 유승무 교수는 ‘기초수행지원 보시금’이라는 이름으로 모든 스님들에게 무조건 각각 50만원씩 연간 600만원을 지불하는 기본소득이 가능할 수 있다고 추진을 제안했다. 1만여 스님을 대상으로 할 경우 연간 600억 정도의 예산이 소요되는데, 일종의 토지세나 지대처럼 걷는 400억원 규모의 사찰점유비와 직영사찰수입의 4분1로 180억원, 그리고 각 사찰마다 승보공양 복전함 같은 기초수행지원 보시함을 마련하고, 관광사찰입장료의 일부, 기타 출자가의 재보시 등을 합치면 가능할 수 있다고 했다. 물론 대략적인 추산으로 더욱 상세한 계산이 필요할 것이다. 

이렇게 지급되면 과연 어떤 효과가 있을까? 우선 삼보정재의 교리적 사회적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고, 권력지향적인 위계적 조직관행, 관료주의가 개혁되는 계기가 되며, 원융살림의 종단의 민주적 의사결정에 큰 기여하게 될 것이다. 또한 스님들의 생활이 안정되어 승단내의 불평등, 사유화, 세속화, 사사화 등의 온갖 부정적인 추세가 일소하여 승가의 공동체성과 화합에 기여를 할 것이다. 그리고 주지나 소임자로 하여금 돈보다 수행지원 등에 집중하게 되어 승단의 과잉정치화를 막을 수 있다. 또한 초발심의 자세로 수행에 전념하는 출가자가 늘어나게 되어 승단이 청정해지며, 승단의 경제적 안정화로 인해 출가자의 감소문제를 해결하는데도 기여하고, 행자시절 중도포기나 환계자를 줄이는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데다, 불교가 사회적 변화를 선도하는 효과를 발휘하게 된다는 것이다. 물론 점차 지급되는 액수는 늘어나게 되고 여기에 향후 국가가 지불하는 기본소득이 추가된다면 훨씬 더 안정적인 수행생활을 할 수 있게 된다. 

기본소득의 특징은 무조건성이다. 누구에게 동일하게 지급되기 때문에 부자와 가난한자를 구분하는 행정비용이 전혀 지출되지 않는다. 사람들은 대체로 앞날의 불안감으로 인해 돈을 모아 쌓아 놓으려 하며 이를 위해 권력다툼을 하게 된다. 승려기본소득으로 승단이 더욱 청정하고 스님들이 수행에 전념할 수 있는 토대가 만들어진다면 불교가 부흥하는데 이루 말할 수 없는 도움이 될 것이다. ‘스님은 잘살기만 하면 먹을 것은 저절로 생긴다’는 전통적인 생각을 더욱 충실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게 되니 복지도 이런 복지가 없는 것이다.

유정길 불교환경연대 운영위원장 ecogil21@naver.com

 

[1511호 / 2019년 11월 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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