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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를 넘은 ‘광화문집회’

태극기, 성조기, 십자가, ‘문재인 하야’. 거의 매주 계속되고 있는 광화문 집회 참가자들이 손에 들고 있는 것들이다. 수만에서 때로는 수십만의 군중이 모여 진행되고 있는 이 집회의 성격이 모호하다. 종교집회라 부르기도 어렵고 정치집회라 부르기도 어렵다. 지난 10월25일 개최된 광화문집회는 ‘1000만 기독교인 나라살리기 금요철야기도회’라는 제목과 ‘10·25문재인퇴진 철야국민대회‘라는 제목을 함께 내건 행사였다. 

광화문집회를 이끌어가고 있는 인물은 ‘한기총’ 대표 전광훈 목사이다. 그는 문재인대통령을 향해 온갖 막말을 쏟아내면서 그를 대통령 자리에서 끌어내려야 한다는 주장을 거듭 밝히고 있다. 국민의 손에 의해 선출된 대통령을 자신의 손으로 끌어내리겠다는 주장도 섬뜩하지만, 현직 대통령을 ‘간첩의 수괴’라 부르는 대목에 이르면 그야말로 실소를 금할 수 없다. 전 목사는 오랫동안 기독자유당의 원내 진출을 목표로 활동해왔던 정치인이다. 그는 지금도 기독자유당이 내년 총선에서 비례대표 22명을 당선시킬 것이라는 호언장담을 늘어놓고 있다. 

10월25일 행사에서 기독교계의 한 인사가 연단에 올라 ‘대한민국은 기독교국가입니다’ ‘예수국가 대한민국’을 외치는 장면을 보았다. 등골이 오싹해지는 장면이었다. 그 집회에 참석한 수만의 군중들은 마치 이 나라를 기독교공화국으로 만들기 위해 성전에 나서는 전사들처럼 그 인사의 발언에 환호를 하고 있었다. 이들은 정녕 대한민국을 기독교공화국으로 만들기 위해 이 자리에 모이고 있는 것인가? 광화문집회는 이제 그 도를 넘어섰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의 독실한 기독교신앙은 이미 정평이 나있다. 하지만 그는 제1야당, 공당의 대표직을 맡고 있는 공인이다. 국민의 세금에 의해 운영되고 있는 공당의 대표가 대한민국을 기독교국가로 만들자는 자들의 집회에 참석하여 박수를 치고 환호하는 태도, 그 집회의 연단에 올라 연설을 하는 그 모습은 대다수 국민을 등지는 행위임이 분명하다. 이제라도 지난 10월25일의 집회에 참석한 의도가 무엇인지, 황교안 본인도 대한민국을 기독교국가로 만들기 위한 성전에 나설 의지를 지니고 있는 것인지에 대한 견해를 분명하게 밝힐 필요가 있다. 그의 이번 행보는 공당인 자유한국당이 아니라 차라리 기독자유당 대표에 어울리는 모습이었다는 점을 인식하기 바란다. 

최근 (사)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에서 ‘2019 주요 사회 현안에 대한 개신교인의 인식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조사결과에 따르면 ‘교회 목회자와 교인들이 기독교를 표방하는 정당을 창당해 정치에 참여하는 것’에 반대한다는 응답이 79.5%에 달했다고 한다. 이른바 ‘태극기 집회’에 참가해 봤다는 응답자도 2.9%에 불과하였다. 물론 이 수치만 놓고 본다면 대부분의 기독교인들이 아직은 종교와 정치 영역을 분리해서 인식하고 있다는 긍정적 평가를 내릴 수도 있다. 하지만 최근 이어지고 있는 광화문집회는 뚜렷한 목표, 즉 ’기독교신앙이 투철한 우파 대통령‘을 새롭게 선출해야 한다는 목표를 설정해 놓고 있다. 이에 동조하는 정치세력이 가세하면서 이제 광화문집회는 우리 사회를 극심한 종교분열로 치닫게 하는 또 다른 현장이 되어가고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대한불교조계종 집행부 스님들께 저들의 반헌법적, 반민주적, 반종교적 행태에 대해 준엄한 경고의 메시지를 던질 필요가 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이 땅을 극단적인 종교분쟁 지역으로 몰아가려는 저들의 시도는 반드시 근절되어야 한다. 이제 더 이상 종교의 자유, 집회 결사의 자유를 보장하는 헌법의 뒤에 숨어 혹세무민을 일삼는 저들의 행태를 용납해서는 안 된다. 대한민국은 기독교공화국이 아니라 수많은 국민들의 희생으로 탄생한 민주공화국이라는 엄연한 사실 때문이다. 

김상영 중앙승가대 교수 kimsea98@hanmail.net

 

[1511호 / 2019년 11월 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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