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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祈禱)

기도라는 이름의 저주

기도가 없는 종교는 없다. 종교마다 기도에 대한 개념은 다르더라도 기도는 그 종교를 지탱하는 힘이자 원천이다. 특히 유일신을 따르는 종교일수록 기도는 가장 소중한 종교적 행위이다. 기도는 신과 소통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며 기도를 통해 신의 은총을 구하거나, 뜻한 바가 이뤄지기를 갈구한다.

기도는 불교에서도 중요하다. 관음기도, 지장기도, 참회, 축원, 발원문 등 수많은 기도들이 존재한다. 특히 아미타불을 따르는 정토신앙에서 기도는 수행의 시작과 끝이다. 모든 기도가 자신의 정화로부터 시작되듯이 참회와 발원, 그리고 자신을 넘어서 이웃과 사회, 세상으로 확장돼 가는 과정은 종교와 관계없이 그 자체로 보살의 길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기도는 종류에 관계없이 모든 종교의 심장을 관통하는 신앙의 결정체다. 그런 기도이기에 기도는 깨끗한 몸과 마음으로, 가장 경건하게 이뤄진다. 손과 발을 씻고, 양치하는 것은 물론 한겨울에 찬물로 목욕하는 고행도 감내한다. 모든 속된 것을 털어내고 가장 맑고 깨끗함을 모아 가장 투명한 신성과 만나는 것이다. 그것이 신이든, 불보살이든, 불성이든, 아니면 망아의 경지이든 할 것이다. 

그러나 요즘 기도라는 말에 짜증 내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보수 개신교계를 중심으로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열리는 기도회 때문이다. 태극기를 든 사람들이 툭하면 저잣거리에서 기도회를 열고 있다. 말이 기도지 현 정부에 대한 저주다. 대통령 하야기도회, 구국기도회, 시국기도회, 국가조찬기도회 등 각종 기도회에서 하나님에게 저주를 내려달라 끊임없이 떼를 쓰고 있다. 입에 담기 힘든 막말과 폭력도 난무한다. 

최근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의 설문조사에서 전광훈 목사로 대표되는 태극기 부대에 대해 97%의 개신교인들이 부정적인 견해를 밝힌 것으로 조사됐다. 가장 신성해야 할 기도가 저주의 난장으로 오염되지 않도록 개신교계의 각성이 필요해 보인다.

김형규 대표 kimh@beopbo.com

 

[1511호 / 2019년 11월 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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