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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세 불상 형식의 김제 귀신사 소조비로자나삼불좌상  

기자명 이숙희

대형에 속하는 소조비로자나삼불
구성·착의법 등 17세기 조선 특징

본존·약사불·아미타불의 삼불
크기가 3m 이르는 거대 불상
기록상 1624∼1633년 추정
코·입 미소 조선후기 드물어

본존 비로자나불좌상, 높이 313㎝.

전라북도 김제 귀신사(歸信寺)는 676년 신라 의상대사가 창건한 사찰로 알려져 있으나 확실하지 않다. 신라가 삼국을 통일한 후 각 지방의 중심지에 세웠던 화엄십찰 중 하나로 전주 일대를 관할하던 큰 절이었다. 

창건 당시에는 국신사(國信寺)라 하였는데 고려시대에 이르러 원명대사가 중창하면서 구순사(拘脣寺)로 절 이름이 바뀌었다가 조선 1873년에 귀신사로 고쳐 부르게 되었다. ‘동국여지승람’권33 ‘전주부 불우조’에 의하면, 1376년 9월에 왜구 300여 명이 침입하여 전주성을 함락하였는데, 당시 병마사였던 유실(柳實)이 공격하자 왜적이 퇴각하여 귀신사에 주둔하였고, 이를 재차 공격하여 물리쳤다고 한다. 

귀신사 대적광전에는 장방형의 수미단 위에 비로자나불좌상을 본존(사진 1)으로 하여 좌우에 약사불좌상과 아미타불좌상이 놓여 있다(사진 2). 이 삼불상은 흙으로 만든 소조불상이며, 크기는 3m에 이르는 거대한 상이다. 

임진왜란 이후에 조성된 대형의 불상은 대부분 방형의 수미단 위에 안치되어 있는데, 이는 불상의 장대함을 강조하면서 대형 후불화와 함께 장엄한 분위기를 자아내는데 효과적이다. 삼불상의 조성시기에 대해서는 1633년에 기록한 나한전의 ‘낙성문’에 승려 덕기(德奇)가 삼존불상을 조성하고 봉안하였다는 간략한 내용이 나온다. 

또한 자수 무경(無竟)이 적은 ‘전주모악산귀신사사적사인(全州母惡山歸信寺事蹟詞引)’에는 절을 중창한 시기가 1624년으로 기록되어 있다. 이 내용에 의거하면, 귀신사 비로자나삼불상은 1624년에서 1633년 사이 즉 17세기 전반에 조성된 것으로 보인다.   
 

김제 귀신사 소조비로자나삼불상, 조선 17세기 전반, 보물 제1516호. ‘문화재대관’ 보물-불교조각 Ⅱ(문화재청, 2017).

본존 비로자나불상은 좌우의 약사불상·아미타불상과 크기, 손모양만 다를 뿐 거의 유사하다. 세 불상 모두 상체가 두 다리에 비해 길고 장대한 것이 특징이다.  

불상의 상반신이 강조되었고 다리의 폭은 넓지만 볼륨감이 없어 유난히 빈약한 모습이라 신체비례가 조화롭지 못하다. 얼굴이 큰 편으로 길고 네모난 형태이며 투박하게 표현된 코와 입가에 보이는 미소는 조선 후기의 불상에서는 보기 드문 인상이다. 어깨와 가슴이 각지고 밋밋하여 신체가 네모난 형태로 편평하고 경직된 느낌이다. 

본존불은 오른쪽 어깨만 살짝 덮은 우견편단의 옷을 입고 협시불은 양쪽 어깨를 덮은 통견의 법의를 입고 있는 형식은 조선 후기의 삼불상에서 볼 수 있는 착의법이다. 본존불을 중심에 두고 좌우대칭으로 설법인의 협시불을 배치한 삼불형식 또한 조선시대 불상의 특징 중 하나이다. 특히 오른손으로 왼손을 감싸고 둘째손가락만 세워 맞대고 있는 지권인은 중국 명대의 비로자나불상에서 볼 수 있는 독특한 손모양이다.  

귀신사 비로자나삼불상은 소조상이며, 대형에 속하는 것으로 삼불의 구성이나 신체비례, 착의법 등에서 17세기 조선시대 불상의 특징을 보여줄 뿐 아니라 중국 명대의 새로운 불상 양식이 엿보인다.    

이숙희 문화재청 문화재감정위원 shlee1423@naver.com

 

[1511호 / 2019년 11월 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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