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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박갑순의 ‘효자손’

기자명 신현득

엄마 등 긁으며 할머니 효자손 생각
‘내 손이 효자손’ 어린이 마음 표현

엄지·검지·중지·약지·소지 등
다섯 손가락을 가진 효자손
가정·효도 격에 딱 맞는 이름
할머니 등 긁으며 효자 노릇

우리나라는 옛적부터 효도를 도덕 덕목의 중심에 두어왔다. 효도하는 자녀를 효자·효녀라 칭찬해서 불렀고, 효자·효녀를 칭찬하여 비를 세우고, 효자비라 하였다. 효자비는 마을과 고장의 자랑이 되었다. 효자의 효행이 두드러지면 마을 이름을 바꾸기도 하였다. 전국 여기저기에 있는 ‘효자리’ 마을 이름이 그것이다. 

효도는 우리나라 역사가 되기도 했다. ‘삼국유사’에는 효도의 역사만을 모은 효선(孝善)부를 두고 있는데, 눈먼 어머니에 효도한 효녀 지은(知恩)이 이야기가 가장 감동을 준다. 

지은이의 효성을 칭찬하여 나라에서 500섬의 곡식과 집 한 채를 내렸다. 이를 부처님 은혜로 생각한 지은이는 집에 불상을 모시고 절을 삼았는데, 절 이름을 양존사(兩尊寺)라 하였다. 그리고 마을 사람들은 동리 이름을 바꾸어 효양리(孝養里)로 불렀는데, 효녀 지은이를 자랑 삼은 마을 이름이었다. 

우리나라는 이처럼 효도를 실천하는 효도의 나라였다. 오늘에 와서도 효도의 유풍이 남아서 우리를  깨우치고 있다. 가려운 등을 긁는 등긁이에게 ‘효자손’이란 이름을 붙인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등긁이는 대나무를 쪼개어 만든 막대기 끝에 손가락 모양을 만들어 가려운 등을 긁을 수 있게 한 것이다. 

‘엄지·검지·중지·약지·소지.’ 분명한 다섯 손가락이다. 이 다섯 손가락을 ‘효자손’이라 한 것은 가정과 효도의 격에 딱 맞는 이름이다. 우리 옛날의 효도를 떠올리게 한다. 대가족제도가 무너지면서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따로 집을 갖게 되었다. 손자 손녀들이 곁에는 없다. 그래서 등이 가려울 때가 수난이다. 이때에 효자손이 나서서 할아버지 할머니의 등을 긁어주면서 효자 노릇을 한다.

효자손을 두고 쓴 동시 한 편이 여기에 있다. 

효자손 / 박갑순

할머니 집에는 
우리 집에 없는
효자손이 있어요.
마치 손처럼 
기다란 팔 끝에 
손가락도 달렸어요. 

엄마가 항암치료 후 
할머니가 됐어요. 
만날 등이 가렵대요. 

아빠는 신문만 보고 
오빠는 게임만 하고,

숙제하다 얼른
엄마 등을 긁어드렸어요. 
나는 우리 집 효자손! 
박갑순 동시집 ‘아빠가 배달 돼요’(2019)

화자 어린이가 효자손을 본 것은 시골 사시는 할머니 집에서다. 할머니께 물었더니 등이 가려울 때 긁는 ‘효자손’이라 하신다. 재미있고 좋은 이름이라고 생각을 했다. 항암치료 후 늙어 뵈는 엄마가 자주 등이 가렵단다. 이때 나는, 숙제를 하다가 달려가서 엄마 등을 긁어드린다. 효도를 하고 있는 것이다. 게임에 빠져 있는 오빠는 효도에 관심이 없다. 엄마 등을 긁어 드리며 할머니 집에 있던 효자손을 생각했다. 그러다가, 자기가 효자손이 됐다고 생각을 했다. 이때에 엄마가, “시원하다. 시원해. 우리 딸이 효자손 됐구나.” 하신다. 내 생각, 엄마생각이 일치된 것이다. 등긁이를 ‘효자손’이라 부르는 우리나라는 지금까지도 효도의 나라다.

시의 작자 박갑순 시인은 전북 부안 출생으로 1998년 자유문학 시부로 등단, 시집 ‘우리는 눈물을 연습한 적 없다’ 등을 출간했다. 동시집으로는 전기한 ‘아빠가 배달돼요’(2019)를 내었고, 미래문학상(2018)을 수상했다. 

신현득 아동문학가·시인 shinhd7028@hanmail.net
 

[1511호 / 2019년 11월 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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