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44. 숨은꽃찾기

기자명 임연숙

자연을 상징하는 생명 에너지의 원천

중국 ‘피영’ 연상케 하는 작품
‘설위설경’ 모티브 종이작업
삶 시작되는 서천꽃밭 속에
아이 향한 축원 마음 담아내

고은주 作 ‘숨은꽃찾기’, 90×230 cm·3pc, 종이컷팅, 2019년.
고은주 作 ‘숨은꽃찾기’, 90×230 cm·3pc, 종이컷팅, 2019년.

중국의 전통 연극에 그림자 인형극 피영(皮影)이 있다. 전통연극인 경극과 함께 민간에서 시작된 이 인형극은 동물 가죽을 이용해 형상을 만들고 이를 빛을 통해 그림자로 이미지화한다. 여기에 대사와 노래가 함께하는 인형극이다. 고은주 작가의 ‘숨은꽃찾기’ 시리즈 작품 중 흰 종이에 칼로 파서 제작 설치된 작품의 이미지는 마치 인형극 피영의 한 장면이 연상된다. 작가는 주로 꽃을 주제로 작업하는데, 꽃이 의미하는 것은 생명의 완전체로서 생명에너지의 원천이자 큰 의미에서 자연을 상징한다.

작가는 최근 임신과 출산, 육아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 일에 몰입한다. 아이가 생김으로 자신의 소중함도 느끼고 부모님에 대한 감사함도 느끼는 시기가 이 시기이기도 하다. 뭔가 알 수 없는 세계에 대한 믿음도 생기고 인연에 대해 생각하게 되면서 매사에 조심스럽게 기도하게 되고 마음이 순화되는 때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작가는 작품 초기부터 꽃에 대한 관심과 표현을 이어 왔으면서 좀 더 색다른 시각과 표현기법을 확장하고 있다. 특히 이번에 소개하는 작품은 그동안 비단위에 채색기법을 표현하는 데서 더 발전해 기원과 기복의 의미를 담은 작품설치로 확장되었다. 

소개된 작품은 ‘설위설경(設位說經)’이라는 전통이 모티브가 되었다고 하는 종이작업인데, 설위설경은 원래 불경을 해설하는 것을 말한다고 한다. 하지만 넓은 의미로 무속에서 굿을 하는 굿당을 장식하는 장엄구로 축원의 문구나 악귀를 물리치는 내용을 담아 종이를 오려내어 만든 장식이라고 한다. 꽃을 주제로 하면서 그 꽃은 한국 고대 신화에 등장하는 서천꽃밭(西天花田)의 생명의 꽃이라고 하는 다소 환상적인 이야기가 작품 속에 담겨 있다. 음양오행에 담긴 뜻과 삼신할미가 결합된 신화에서 각각 성격이 다른 꽃으로 등장한다. 죽은 이들의 전당이면서 동시에 삶이 시작되는 곳인 셈이다. 

이러한 생명의 꽃밭에 여러 형상을 중첩하면서 새로운 설위설경의 장식을 만들어 내고 있다. 작가는 궁극적으로 아이를 향한 축원의 마음을 담았다고 이야기 한다. 보통 종교화에서 보는 것처럼 작품은 삼단구조로 되어있다. 맨 아랫단에는 사람의 형상이 나란히 배치되어 이 세상을 의미하고 축원의 상징들을 떠받들고 있으면서 중간 부분과 상단은 대칭된 형태로 길조라 여겨지는 원앙이나 봉황과 같은 새와 꽃동산을 연상하게 하는 풍성한 꽃밭이 펼쳐져 있다. 배경은 햇살과도 같은 빗살무늬로 축원의 이미지를 강하게 풍긴다. 칼로 오려낸 부분은 새로운 공간으로 양 공간을 분할하는 것이 아닌 두 공간의 소통을 보여주고 있다. 그림자로 비쳐진 벽면의 이미지는 연극의 한 장면처럼 극적인 효과와 함께 상상의 나래를 자극한다. 

작가는 자신의 현재 삶의 모습을 고스란히 작품에 담아내고자 한다. 대자연의 위대한 순간도 어찌 보면 자기 자신, 나로부터 시작한다고 생각하면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 일, 자기 자신의 내면을 제대로 바라보고 응시하는 일은 작은 일이 아니라 세상의 전부라고 생각해도 될 것 같다. “최근 작업들은 근래에 아기를 임신하고 출산을 경험하면서 모성을 내재한 엄마의 마음, 엄마의 바람을 표현한 것이다”는 작가의 말 속에 엄마의 마음은 작은 것 같지만 모두의 마음 같아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임연숙 세종문화회관 예술교육 팀장 curator@sejongpac.or.kr

 

[1511호 / 2019년 11월 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