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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인총림 해인사 방장 원각 스님 기해년 동안거 결제법어

기자명 주영미
  • 교계
  • 입력 2019.11.07 16:54
  • 수정 2019.11.07 17:03
  • 호수 1512
  • 댓글 0

누가 고불당 앞에 먼저 도달하려는가

원각 스님.
원각 스님.

불조덕광(佛照德光) 선사가 백양법순(白楊法順) 선사께 물었습니다.
“진불(眞佛) 즉 참 부처는 어디에 있습니까?”
“정해지지 않는 곳에 있다.”
“이미 참 부처인데 어찌하여 정해진 곳이 없다는 것입니까?”
“정해진 곳이 있다면 그것은 참 부처가 아니다.”
이 말씀에 불조 스님은 크게 깨쳤습니다.

진불(眞佛)은 고불입니다. 고불(古佛)은 본래부처를 말합니다. 결제라고 하는 것은 결국 본래부처자리인 고불당(古佛堂)을 찾아가는 일인 것입니다. 

법안문익(法眼文益) 선사에게 어떤 학인이 물었습니다.
“고불당전십마인선도(古佛堂前什麽人先到)니까?
고불당 앞에는 어떤 사람이 먼저 도달합니까?”
“부동보자(不動步者)니라.
발걸음을 움직이지 아니한 자이다.”

산문의 빗장을 걸고 90일 기간 동안 애써 정진해서 공안(公案)을 타파해야 합니다.
그렇게 될 때 법안문익 선사가 말한 부동보자(不動步者), 즉 발걸음을 움직이지 아니한 자의 낙처(落處)를 제대로 알게 될 것입니다.

용담종효(龍潭從曉) 선사에게 어떤 학인이 물었습니다.
“고불당 앞에는 어떤 사람이 먼저 도달합니까?”
“퇴사자(退些子)라. 조금 물러나거라.”

대혜종고 선사는 ‘공부인 들이 속효(速效)만을 구하지만, 그 속효라는 것이 그릇된 것 인줄 모른다.’라고 탄식했습니다.
속효심은 치구심(馳求心)입니다. 빨리 도를 이루어야겠다는 급한 마음으로 서두르기만 한다면 오히려 병을 일으켜 공부에 장애를 가져옵니다. 그래서 용담 선사는 ‘조금 물러나거라.’라고 하신 것입니다. 공부의 완급(緩急)을 잘 조절하라는 당부라고 하겠습니다.

차암수정(此菴守淨) 선사에게 어떤 학인이 물었습니다.
”고불당 앞에 어떤 사람이 먼저 도달합니까?”
“무안촌옹(無眼村翁)이니라. 눈 없는 촌 노인이니라.”

마음마저 푹 쉬었기 때문에 보아도 본 바가 없는 촌 노인처럼 일체 바깥경계에 절대로 끄달리지 않고 오로지 애써 정진해서 한 철을 보낼 수만 있다면 해제 때 결코 얻는 바가 적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게 되었을 때 불조덕광 선사께서 남겨놓은 고불당 게송의 낙처(落處)도 제대로 알게 될 것입니다.
 
수세계변석(水洗溪邊石)하고,
풍취고전번(風吹古殿幡)이로다.
어사지락처(於斯知落處)인댄,
가필재영산(可必在靈山)이니라.

개울가의 바위 돌 물에 씻기 우고,
고불당의 깃발에 바람이 부는구나.
여기에서 낙처(落處)를 안다면,
반드시 영산회상에 있으리라.

 

[1512호 / 2019년 11월 1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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