千尺絲綸直下垂하니
一波纔動萬波隨로다
夜靜水寒魚不食하니
滿船空載月明歸로다
천자의 긴 낚싯줄 곧게 드리우니
한 물결 일어나니 만 물결 일어나네.
고요한 밤 물은 차가워 고기 물지 않으니
배 가득 허공 싣고 달빛에 돌아오네.
총림대중이 겨울 석 달을 기한으로 동안거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불조의 관문을 타파하기 위하여 세상의 모든 일을 내려놓고 포단 위에 오뚝이 앉아서 화두타파에 목숨을 걸고 정진하게 되었습니다.
잡다한 세상일을 떠나서 불조의 관문을 타파하는 일은 상근기의 수행자가 능히 할 수 있는 일이요, 얕은 물의 적은 고기가 아닌 깊은 바다의 큰 고기를 낚는 일과 같습니다.
거친 번뇌가 잔잔해 지면 미세한 번뇌를 알게 되고, 미세한 번뇌가 흩어지면 본래면목이 확연하게 드러나게 됩니다. 이러한 본래면목을 확연히 깨닫고 활용할 수 있는 수행자를 본분사를 마친 대도인이라 할 수 있습니다.
지혜로운 이나 어리석은 이를 가릴 것 없이, 범부와 성인을 가리지 않고 모두에게 구족한 본래면목을 찾아 대자유인이 되고 대교화인이 되는 일은 불조의 은혜를 갚고 단월의 은혜를 갚는 일이며, 밥값을 하는 일입니다.
雲捲秋空月印潭하니
寒光無際與誰談고
豁開透地通天眼하니
大道分明不用參이로다
구름 걷힌 가을 하늘 달이 물에 비치니
서늘한 빛 끝없음을 누구와 이야기할꼬?
천지를 꿰뚫는 안목 활짝 여니
대도가 분명하여 참구함을 쓸 게 없도다.
[1512호 / 2019년 11월 1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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