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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아유베다와 피타고라스의 생명력

기자명 고용석

음식, 영양소 아닌 우주의식 표현물

만물, 세 가지 속성으로 구성 돼  
맑은마음 사트바, 열정  라자스
죽음상징 타마스가 만물 속성
스스로 가꿔나가는 것이 핵심

오래전에 발생한 인도의 고전의학체계인 아유베다는 자연세계의 질서뿐만 아니라 개인과 사회의 건강을 유지 발전시키는 의학으로서 지금도 널리 시행되고 있다. 이 아유베다에 따르면 우주만물은 ‘구나’라는 세 가지 속성으로 이루어져 있다. 즉 모든 물질과 관계, 모든 행위는 세 가지 속성이 결합하여 나타나고 그중 하나의 속성이 지배적인 성질이 된다. 열매에 대한 욕망이 없는 순수하고 맑은 마음의 사트바, 열매에 대한 욕망을 품은 열정·율동·폭력을 대표하는 라자스, 열매가 없는 행위인 어리석음·게으름·죽음을 상징하는 타마스가 그것이다. 

물론 궁극적으로 초월적인 상태가 존재한다. 존재의 깊은 중심에는 어떠한 분리나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다. 거기엔 사트바도, 라자스와 타마스도 없다. 이것이 바로 자기의식이 사라지고 완전한 자아가 실현된 상태이다. ‘바가바드 기타’는 말한다. “세 가지 구나를 초월한 사람은 구나가 일어날 때 싫어하지 않으며 구나가 사라질 때도 갈구하지 않는다. 그는 구나와 관련을 맺지도 않고 방해받지도 않는 홀로 서서 흔들림 없는 사람이다. 모든 행동의 행위자는 오직 구나임을 알기 때문이다.”

구나는 일종의 방편이다. 중요한 것은 어떤 속성이 지배하는 삶을 살고 어떤 구나가 지배하는 세상을 우리가 가꾸어 나가느냐는 것이다. 좀 더 나은 삶과 세상을 위해 우리는 올바르고 적절한 선택을 해야 하고 마지막으로 이를 넘어서야 한다.

아유베다는 채우기가 아니라 비우기 위해서 음식을 먹는다. 비울 때야 비로소 근본적 치유가 일어날 여지가 생겨나기 때문이다. 현대 의학적 시각에서 보면 신체는 어디에서 취하든지 필요한 영양소만 취하면 된다. 이에 반하여 아유베다는 필요한 영양소라도 어디에서 어떻게 취하느냐에 따라 신체와 마음에 미치는 영향이 확연히 다르다고 본다. 음식이 영양소의 집합체가 아닌 우주의식의 표현물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우주의식의 드러남이 용이한 사트바적 음식을 권장한다. 이 사트빅한 음식을 흔히 치유식이나 선식으로 부르는 이유이다.

사트빅한 음식은 과일·채소·통곡류가 있고 신토불이와 유기농이면 몸과 마음의 평화에 더욱 좋다. 라자식한 음식은 자극적이고 사람을 흥분하게 하는데 맵고 짜고 튀긴 음식뿐 아니라 고추·양파·커피·향신료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몸에는 이롭지만 마음에는 좋을 수도 나쁠 수도 있다. 타마식한 음식은 고기·생선·달걀·술·담배·패스트푸드 등으로 무겁고 중독성이 강하며 소화하기 어렵다. 마음에는 해롭고 몸에는 나쁠 수도 좋을 수도 있다. 

고대 과학에 ‘생명력의 원칙’이란 게 있다. 생명력이 더 강한 음식들이 있다는 것이다. 2500년 전 피타고라스는 살아있는 신선한 음식을 먹으면 진리에 더 밝아진다고 말했다. 모든 생명체는 태양에너지에 의존하며 살아간다. 석탄 석유 등 현대문명도 예외가 아니다. 이 에너지는 녹색식물·과일·통곡류에 저장되어 있다. 채식은 손상되지 않는 태양에너지를 직접 먹는 반면에 육식은 초식동물들 속의 태양에너지를 간접으로 먹는 셈이다. 육식동물인 호랑이가 육식동물인 곰을 안 먹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식물은 뿌리를 뽑은 뒤에도 얼마간 생명을 유지하고 싹을 틔우는 것도 가능하다, 그러나 고기는 죽은 뒤에는 부패하기 시작한다. 육식은 죽은 생명을 먹는 것이며 고기는 생명력이 사라진 음식이다. 

채식이나 비건은 채소(Vegetable) 에서 온 게 아니다. 생명력을 불어넣다 ‘vegetare'가 어원이다. 그렇기에 생명력이 풍부한 자연 그대로의 음식 즉 자연 식물식이야말로 사트바적 식사법이다. 무엇보다도 고기를 먹음으로써 인간의 몸을 귀중하게 만들어주는 그것이 파괴됨을 경계한다. 우리 본성은 사랑과 자비 외는 그 무엇도 아니기 때문이다.

고용석 한국채식문화원 공동대표 directcontact@hanmail.net
 

[1512호 / 2019년 11월 1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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