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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합·위상 화두 잡은 비구니회에 거는 기대 크다

기자명 법보
  • 사설
  • 입력 2019.11.18 13:21
  • 호수 1513
  • 댓글 0

전국비구니회 12대 회장 본각 스님이 취임했다. 취임사를 통해 “신중하되 주저하지 않는 발걸음으로 비구니승가의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일성이 인상적이다. “소통과 화합, 그리고 협력이라는 가치가 비구니승가에 뿌리 내릴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주기 바란다”는 당부도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아울러 안정적인 수행환경 조성을 위한 복지체계 보완, 비구니 승가 도약을 위한 인재육성, 사회문제에 대한 적극적인 대처,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지향점 제시, 사찰음식 세계화와 비구니 승가 역사조명 등을 약속했다. 불교계가 전국비구니회에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것을 성취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정확하게 짚었다.

현재 전국비구니회에 가장 시급한 것은 6000여 비구니스님들의 대통합이다. 선거 과정에서 부득이하게 불거지는 반목은 있을 수 있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미비한 선거법’으로 인해 선거과정 자체가 논란과 갈등의 폭이 컸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다행스럽게도 전국비구니회의 대분열과 대립 전으로까지 확대되지는 않았다. 선거를 치른 지 두 달이 지났지만 당시 불거진 갈등이 완전히 해소됐다고는 보기 어렵다. 이를 봉합하는 건 본각 스님의 몫이다. 전국비구니회의 결집을 이끌어야 할 회장이기 때문이다.

10대 회장 선거에서는 1500여명, 11대 선거에서는 1200여명이 동참했다. 이러한 전례에 미루어 볼 때 이번 12대 선거에 1800여명이 동참한 건 이례적인데, 그만큼 전국비구니회에 거는 기대가 컸다는 방증이다. 최종 집계결과 본각 스님이 1064표(56.6%)를 얻었고, 육문 스님이 789표(42.0%)를 얻었다. 냉철하게 본다면 투표자의 절반이 본각 스님을 지지하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물론 본각 스님에게 투표하지 않았다고 해서 본각 스님의 공약을 반대한다고 예단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자신을 지지하지 않았던 비구니스님들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얘기다. 본각 스님이 취임사를 통해 ‘화합’을 강조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비롯된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세간의 리더십을 불교계에 그대로 적용하는 건 무리가 있지만 시대에 따른 리더십 변화는 참고해 봄직하다. ‘권력·카리스마’가 핵심어였던 시대가 있었다. 리더의 의지를 추종자들에게 인식시켜 충성과 존경을 이끌어내는 능력을 높이 산 것이다. ‘모범·설득’이 대세였던 시기도 있었다.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 있어 지도자의 모범성이 집단의 활동력을 배가시키는데 크게 작용한다고 본 것이다. 지금은 수직적 상하관계를 넘어선 ‘비전·도덕성·상호의존’이 주류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본각 스님은 비구니 복지체계 보완과 인재육성을 공약에 이어 취임사를 통해 다시 한 번 약속했다. 사회문제에 대한 적극적 대처는 물론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한 종책도 제시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비구니계가 안고 있는 당면과제와 대사회역할에도 매진할 것임을 시사한 이 대목에 전국비구니회의 비전이 깃들어 있다.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 스님이 “시대적 요구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면서 한국불교 발전에 기여하는 비구니승가의 모습을 12대 전국비구니회가 보여 줄 것”이라고 기대한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실천·실행 여부가 관건이겠지만 인재등용 행보를 보면 희망적이다. 취임식 10여일을 앞둔 지난 10월 본각 스님은 집행부 인선을 마무리했다. 본각 스님은 “의욕과 능력을 겸비한 참신한 비구니인재들을 발탁하는데 주력했다”며 “각 부서별 책임자들은 현장 실무경험을 갖추고 있으며 전국비구니회에 접수되는 현안들을 적체시키지 않고 빠르게 처리할 수 있도록 회관에서 상근할 수 있는 인력들로 배치했다”고 강조했다. 수직적 상하관계를 지양하고 능력과 실효에 무게를 둔 인사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현대사회가 요구하는 지도력을 품고 있어 기대감이 더욱 커진다. 

본각 스님은 “변화를 향한 비구니스님들의 바람과 열망을 잘 알기에 전국비구니회장으로서 내딛는 한 걸음 한 걸음이 매우 엄중하다”고 했다. 전국비구니회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지중함을 인식한 일언이요 고뇌로 읽힌다. 신임 회장의 행보에 12대 집행부는 물론 비구니의 위상제고를 염원하는 전국비구니회 소속 스님들이 힘을 실어 주기를 기대한다. 비구니의 위상 강화·추락은 비구니에게 달려 있음을 전국비구니회 소속 대중이 다시 한 번 새겨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1513호 / 2019년 11월 2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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