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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비와 인본주의 바탕에 둔 수행자 시심

  • 불서
  • 입력 2019.11.18 13:53
  • 호수 1513
  • 댓글 0

‘하얀 고무신’ / 해성 스님 지음 / 지식과사람들

‘하얀 고무신’
‘하얀 고무신’

“처음처럼 하얀 마음 찾아서/ 머나 먼 길을 걷고 또 걷는다// 땀과 눈물로 찌든 때/ 마음으로 씻어내며/ 끝없는 길을 걷고 또 걷는다// 혼자 가는 외로움/ 빗물에 스며드는 험난한 길// 달빛으로 꿰매어/ 댓돌 위에 놓으니/ 바람에 낙엽 한 잎 들어앉는다// 깊은 밤 지새우며/ 가슴속을 떠나지 못하는/ 탐진치 삼독심을/ 살포시 내려놓는다. ‘하얀 고무신’ 전문”

사회복지법인 연화원 대표이사로 장애우들과 함께 세상에 희망의 씨앗을 뿌려온 해성 스님이 자비와 인본주의를 바탕에 둔 시심을 길어 올려 ‘하얀 고무신’에 담았다. 시집의 제목으로 선보인 ‘하얀 고무신’은 스님에게 내재된 덕목이나 염불 등 수행자로서의 수행에서 동반하는 심경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처음처럼 하얀 마음 찾아서/ 머나 먼 길을 걷고 또 걷는다’는 데서 수행의 길을 떠나는 ‘하얀 마음’을 읽을 수 있다. 그리고 ‘머나 먼 길’은 계속해서 ‘땀과 눈물로 찌든 때/ 마음으로 씻어내며/ 끝없는 길을 걷고 또 걷게’되는데, 이 길은 바로 ‘빗물에 스며드는 험난한 길’이며 홀로 외롭게 가야하는 고행인 것이다. 스님은 그럼에도 탐진치 삼독심의 번뇌를 내려놓는 것으로 수행자가 가야 할 길을 이야기하고 있다. 

스님은 어느 날 시낭송회에서 만난 시와 인연을 맺었고, 그 인연은 깨우침을 던져주는 수행자의 화두로 다가와 욕심·성냄·미움·사랑을 모두 내려놓고 먼 산으로 흘러가는 한 조각 구름을 우러르게 했다. 

스님에게 시는 자연과 모든 대상을 마음으로 상상하고 생각하며 즐기는 여행이었고, 물소리와 바람소리를 가슴으로 알아차리며 해맑은 샘물처럼 솟아 흐르는 감성의 한 송이 꽃을 피우기 위해 끝없이 사유하게 했다. 그리고 어디로 가야할지, 어디로 갈 것인지 모르는 인생의 길을 걸으며 찌든 ‘하얀 고무신’의 때를 정진으로 깨끗이 닦아내는, 처음처럼 순수한 본래의 마음을 찾도록 했다.

해성 스님은 수행자로서의 수행은 물론, 사회복지법인을 이끌면서 수행의 결실을 회향하는 데도 심혈을 기울였다. 그 바탕을 자비심과 연민심에 둔 스님의 마음은 “자애로운 그 미소/ 관세음보살/ 천개의 눈으로 모든 중생 살피고/ 일천 개의 손으로 괴로움을 건지시는/ 자비하신 관세음 관세음보살/ 중생들 고통소리 자비로써 감싸고/ 지혜의 빛으로 무명 중생 밝혀주고/ 구고구난 관세음 관세음보살/ 우리 모두 두 손 모아 지심귀의 하옵니다. ‘관세음보살’ 전문”에서 잘 나타난다.

시집 ‘하얀 고무신’은 그렇게 스님의 수행과정과 수행에서 익힌 것을 밖으로 펼쳐 보이는 회향의 과정을 녹여낸 시들을 엮었다. 김송배 시인이 “해성 스님은 이 시집을 통해서 그동안의 신행에서 획득한 인생관이 바로 존재와 자아를 인식하는 일에서부터 영혼을 탐구하는 그리움의 진원지를 모색하고 존재의 형태나 지향해야 할 지표가 바로 자비행임을 적시하고 있다”는 평론을 붙인 이유다.

해성 스님 시집에서 수행자가 지닌 정진의 힘과 그 안에 내재한 감성, 그리고 중생을 향한 자비심까지 느낄 수 있다. 1만원.

심정섭 전문위원 sjs88@beopbo.com

 

[1513호 / 2019년 11월 2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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