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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 공성의 이해방식 ③

유가행파, 유무의 양극단 떠난 불이를 표방

유란 유부의 실재론적 사고를
무란 초기중관파 진리관 반영
반야경에서 부정적 공관 떠나
긍정적인 실재로 치환해 설명

초기 유가행파의 공성에 이해방식은 ‘반야경’의 공사상을 공무소득(空無所得)의 부정적인 설명방식이 아니라, 공성을 무분별지의 대상인 진여와 등치되는 개념으로서 긍정적인 실재(=vastu)로 치환시켜 설명하는 점에서 그 특징을 드러낸다. 이러한 공성의 이해방식은 용수를 비롯한 중관학파의 입장과는 교리적으로 다소 차이를 보인다. 이는 초기 유가행파의 독특한 실재관이나 진리관을 반영한 것으로 이해된다. 이러한 공성의 이해방식을 둘러싼 초기 유가행파의 독특한 사상들은 ‘보살지’ 진실의품에 매우 다양한 형태로 제시된다. 주로 유식적인 공관이나 독특한 진리관은 ‘사심사ㆍ사여실변지’라는 법계를 직접적으로 증득하는 관법인 보살의 수행론과 관련되어 다각적으로 설명된다.

특히 ‘진실의품’에서 가장 중요한 주제는 모두에서 두 가지 형태로 제시된 진실의 의미이다. 그것은 ①제법의 진실성(=여소유성)과 ②제법의 일체성(=진소유성)을 말한다. 즉 ①제법의 진실성은 ‘있는 그대로의 법의 존재성’인 여소유성(如所有性, yathāvadbhāvikatā)이고  ②제법의 일체성은 ‘존재하는 한에 있어서 법의 존재성’인 진소유성(盡所有性, yāvadbhāvikatā)을 말한다. 이러한 의미는 일체법의 존재양태인 법과 법성이라는 실재의 두 측면을 말한다. 즉 ①여소유성은 진여가 무분별지의 소연으로 제시되는 제법의 진실성인 법성이고 ②진소유성은 5온ㆍ12처ㆍ18계 등의 일체법을 말한다. 

이와 관련하여 ‘진실의품’에서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즉 “유(有)와 무(無)가 둘로 불린다. 그 중에 ‘유’란 가설적 표현을 자성으로 하는 것으로서 확립된다. 그리고 그 유는 실로 그대로 장기간에 걸쳐 세간에 의해 집착된 것이고, 세간에서의 일체의 분별과 희론의 근본이다. 예를 들면 색이나 수․상․행․식, 혹은 안이나 이․비․설․신․의, (중략) 혹은 최후의 열반에 이르기까지의 것이다. 이와 같이 가설적인 표현에 의해 관습적으로 승인된 제법의 자성이 세간에서 ‘유’로 불린다. 그 중에 ‘무’란 ‘실로 이것은 색이다’라는 가설적인 표현에서 최후의 ‘열반’에 이르기까지의 가설적인 표현이 실재를 가지지 않은 것이고 근거를 가지지 않은 것이고 가설적 표현의 근거가 모든 면에서 완전히 없는 것이고 현재에 존재하지 않는 것이고 그것에 의지해서 가설적 표현이 생기지 않는다. 그것이 ‘무’로 불린다. 그런데 앞의 ‘유’와 이런 ‘무’라는 두 가지, 즉 유무의 둘을 떠난 법상(法相)에 포섭된 실재가 불이(不二)이다. 실로 불이란 이변을 떠난 위없는 중도로 불린다.”

여기서 ‘유’란 자성을 갖지 않은 가설적인 표현에 의해 습관적으로 승인된 제법의 자성을 말한다. 한편 ‘무’란 가설적인 언어표현이 실재(vastu)를 갖지 않은 것이거나 근거를 갖지 않는 것으로, 즉 가설적인 언어표현의 의지처가 모든 면에서 완전히 없는 것으로 설명된다. 요컨대 ‘유’는 유부의 실재론적 사고를, ‘무’는 용수 계통의 초기 중관파의 실재관이나 진리관을 반영한 것으로 이해된다. 무엇보다 주목해야할 것은 진실의 특징이 유․무의 양극단을 떠난 불이(不二)로서 확립되어 있고, 이러한 불이가 위없는 중도(madhyamā pratipad)로서 설명되는 점이다. 이러한 것은 바로 유가행파의 실재관이나 진리관을 천명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결국 이러한 진실은 ‘실재(vastu)’로 불리며, 이는 유․무의 양극단을 떠난 ‘실재(vastu)’가 긍정적으로 설정되어 ‘반야경’에서 제시하는 부정적인 표현방식의 공성의 이해방식과는 달리 무분별지의 소연으로서 진여나 법계와 등치된다. 이러한 초기 유가행파의 ‘실재(vastu)’의 사상은 공성의 새로운 이해방식으로, 가설과 불가언성(不可言性)을 본질로 하는 실재(vastu)와의 긴밀한 관계 속에서 가설의 기체나 의지처를 인정하고 법과 법성을 준별하는 점에서 용수계통의 공성의 이해방식과는 다소 차이를 드러낸다.

김재권 능인대학원대교수 marineco43@hanmail.net

 

[1513호 / 2019년 11월 2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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