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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관계, 이제 냉철하게 볼 때다

우리 국민이 일본에 대하여 옹졸한지는 몰라도, 일본 문제라면 좀 감정적이 되고 또 부정적인 방향으로 움직이는 경향이 있는 것은 틀림없다. 그것은 역사적 관계 속에서 당해온 것이 있기에 쉽게 벗어나기 힘든 뿌리 깊은 경향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그 반면으로 미국에 대하여는 지나칠 정도로 우호적인 감정을 가진 사람들이 많으며, 또 그 감정에 반하는 미국의 처사를 보면 배반감을 느낀다 할 정도로 과민하게 반응을 하는 경우도 많다. 좌파적인, 또는 진보적인 운동들을 통해 반미 감정이 고취되기도 하였지만, 그 또한 진정한 사실 관계에 입각하여 미국을 바로 보기보다는 이데올로기의 부추김이 앞서 있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어쨌든 이 사회의 상부구조를 이루고 있는 사람들 가운데는 맹목적 친미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매우 많다. 우선 미국에 유학을 갔다 온 사람들은 대부분 친미적이다. 그리고 기독교인들에서도 친미가 대세이다. 많은 기독교인들이 미국을 우리나라에 복음을 전해준 은인 국가라는 관념을 가지고 있다.

요즈음, 특히 트럼프 미 대통령의 임기 시작부터 이런 미국에 대한 관점이 많이 바뀌고 있는 것 같다. 미국이 세계의 경찰국가라는 틀을 벗어던지고, 철저히 자국 이익 중심으로 움직이면서 미국에 대한 환상이 많이 깨져나가고 있는 것이다. 환상이라는 표현을 썼듯이 미국은 원래 세계의 정의를 실현하는데 목적을 두고 움직이는 나라도 아니요, 경찰국가도 아니다. 중요한 점은 바로 미국이 자본주의권의 맹주역할을 하고 있었다는 점이었다. 맹주의 위상을 유지하기 위해서 어느 정도 맹방을 돌봐주는 역할을 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그렇다고 하여도 그것은 언제나 큰 관점에서 자국에 이익이 되는 선에서였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그렇다고 하여 미국을 비난할 이유는 전혀 없다. 원래 국제관계란 그런 것이라는 사실을 바로 보아야 할 뿐이다. 우리나라의 최근세사에 미국이 끼친 영향이 너무도 지대하기에, 그것이 미국에 대한 우리의 감정을 주로 결정해 왔다. 이제는 그러한 감정의 편향을 벗어나 바로 볼 필요가 있다. 육이오 전쟁에서 미국이 피를 흘리고, 결국 우리 대한민국을 지켜낸 일…. 그것은 참으로 고맙고도 고마운 일이다. 

그렇지만 그것도 큰 시각에서 보면 자본주의권의 맹주로 미국이 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었다. 독일과 더불어 단 두개밖에 없는, 공산주의와 자본주의가 국가 분단이라는 형태로 자리 잡고 있는 나라인 대한민국을 지켜낸다는 것은 미국에 있어서 거의 절대적인 명제였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고마움을 잊자는 것이 아니다. 그런 사실관계 위에서 이루어진 것이라는 것을 명확히 인식하고, 올바른 인식 위에서 고마워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관계로 말하자면 소련과의 협상을 통해 우리나라를 남북으로 갈라놓은 것도 미국이다. 그 또한 그것 때문에 미국을 미워할 필요도 없는 일이다. 국제적 역학관계 속에서 힘없는 우리가 당할 수밖에 없는 일이었으니까.

이런 사실들을 인정하더라도 요즈음의 미국은 예전과는 확실히 달라지고 있다. 드러내놓고 자본주의권의 맹주라는 역할, 세계의 경찰국가라는 역할을 내려놓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판단에는 그러한 허울 좋은 명분이 주는 큰 관점에서의 이익보다는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실리를 취하는 것이 낫다는 것이겠다. 그 또한 인정해아 할 뿐이다. 맹방으로써 그럴 수 있느냐 울분을 토해도 소용없다고 생각한다. 특히 이번 방위비 협상과정에서 미국은 이제 맹방에 대한 ‘베풂’이 주는 장기적인 우호의 이익 보다는 지금, 여기의 실리를 확실히 챙기려는 외교의 방향성을 확실히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좀 유별난 측면은 있지만, 앞으로 미국에 어떤 정권이 들어서더라도 기본은 자국의 이익이라는 큰 방향성은 바뀌지 않을 것 같다. 오히려 이 기회에 우리 국민들이 사실관계에 바탕하여 냉철하게 국제관계, 특히 미국과의 관계를 보는 눈을 가지게 되면 좋겠다. 국민들이 그러한 바탕 위에서 여론을 조성해야 정권도 올바른 외교정책을 펼 수 있기 때문이다.

성태용 건국대 명예교수 tysung@hanmail.net

 

[1514호 / 2019년 11월 2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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