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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로나카 스님의 입적

일본 방황하는 청소년들의 대부 히로나카 구니미츠 스님(일본 정토종 사이쿄인 주지)이 올 봄 암으로 입적했다는 소식이 뒤늦게 전해졌다. 히로나카 스님은 “법보신문을 비롯해 한국의 불자들에겐 입적 사실을 전하지 말아 달라”고 유언을 남겼다고 한다. 밝고 활기찬 모습으로 기억되고 싶다는 이유였다. 

생각지도 못한 소식을 듣고 좀처럼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히로나카 스님은 본지를 매개로 한국 불자들과 교류한 만큼, 남다른 인연을 맺어왔다. 2011년 본지 ‘히로나카 스님의 행복 만들기’ 연재를 통해 방황하는 청소년들의 마음을 여는 방법을 전했고 2012년 ‘히로나카 스님의 청소년 상담실’을 통해 한국 불자들의 다양한 고민에 직접 답했다. 

특히 청소년 상담실은 법보신문으로 접수된 가정의 다양한 고민들을 번역해 보내고, 스님이 직접 이에 대한 상담글을 회신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스님 스스로도 “가정의 고민은 국경이 없다”며 남다른 관심을 드러낸 연재였다. 

이 같은 인연을 토대로 2012년 11월에는 한국불교 1번지 서울 조계사 약사재일 특별법문의 법사로 초청돼 ‘행복한 가정’을 주제로 법문하기도 했다. 당시 일본 스님이 조계사 법당에서 법문한 것은 대단히 이례적인 일이었다. 당시 히로나카 스님은 법보신문사 사무실에서 조계사 법당으로 향하는 짧은 길에서 한국 불자들의 환영을 받고 마치 아이처럼 기뻐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본지에 게재된 연재를 엮어 한국에서 ‘악동스님은 천사래요’ 책을 출간, 한국 불자들을 초청한 가운데 출판기념회도 열었다. 

당시 히로나카 스님과 법보신문의 가교 역할을 했던 불자는 “뒤늦게 입적 소식을 전해듣고 스님의 사찰 사이쿄인을 찾았을 때 법당 한가운데 2012년 스님의 출판기념회에 사용된 한글 플래카드가 걸려있었다”며 “건강상 이유로 한국을 오진 못하셨지만 이후 7년 세월동안 그때의 기억을 항상 간직하고 계셨던 것”이라고 전했다. 2011년 당시 이미 암투병 중이던 스님에게, 한국 불자들과의 만남은 잊을 수 없는 추억이었던 셈이다.

“한국과 일본은 가장 가까운 이웃입니다. 한국에서 어려운 사람이 있으면 나는 그 사람에게 힘을 주기 위해 기도하고 격려합니다. 그리고 도저히 힘들어 어떻게 할 수가 없다고 하면 ‘내게 와도 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더불어 사는 삶을 주신 부처님께 감사드리며 한국분들과 법보신문 독자 여러분의 행복을 진심으로 기원합니다.”(법보신문, 마지막 인터뷰)
 

송지희 기자

자신이 방황했던 경험을 토대로 한평생 일본의 방황하는 청소년들을 거뒀고 나아가 한국의 고민하는 청소년 가정에게 온 마음으로 희망을 전했던 히로나카 스님. 사람과 사람의 만남은 ‘3초 승부’라며 활기찬 웃음으로 손을 내밀던 스님의 천진한 웃음이 아직도 생생하다. 스님은 떠났지만 스님이 남긴 긍정의 힘은 여전히 누군가의 힘든 삶을 지탱해주는 동력이 되고 있으리라 믿는다. 

jh35@beopbo.com

 

[1515호 / 2019년 12월 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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