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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드로잉

기자명 임연숙

계획없는 자유분방함이 주는 신선함

‘동구리’ 캐릭터의 권기수 작가
현대적 색감 더한 동양화 인기
화면을 세워 먹물의 흐름 이용
현재에 있어 전통의 적용 고민

권기수 作 ‘드로잉’, 210×150cm, 장지에 먹과 아크릴릭, 2019년.
권기수 作 ‘드로잉’, 210×150cm, 장지에 먹과 아크릴릭, 2019년.

우리말로 ‘소묘’라 부르는 ‘드로잉(drawing)’은 그림을 그린다는 뜻이다. 보통은 정식 그림을 그리기 전, 밑그림으로 아이디어를 빠르게 기록하거나 그림을 완성하기 전의 밑그림으로 여긴다. 생각 초기의 아이디어 스케치라서 어쩌면 작가의 감정이 더욱 직접적이고 생생하게 드러나 있다고 할 수 있다. 즉흥적이고 다듬어지지 않았지만 작가의 감정을 그대로 화면에 표출해내기에 더욱더 생생한 느낌을 표현해 내는 거라 생각한다.


‘동구리’라는 캐릭터로 알려진 권기수 작가는 동그랗게 생긴 ‘동구리’와 그녀석이 들어간 관념적 동양화풍의 자연을 아주 현대적인 색감과 기법으로 많은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다. 서구중심의 현대인의 생활에서 동양풍의 화초인 파초와 매화나무, 달빛, 강물과 낚싯대를 드리운 유유자적의 동구리는 색다른 매력을 느끼게 한다. 깔끔하게 딱딱 떨어지는 오브제의 형태와 화려한 색채는 동서양의 오묘한 조화를 만들어 낸다. 이것이 권기수 작가의 강점이다. 동양화를 전공하고 다분히 동양철학을 바탕으로 하지만 형식은 완전히 현대적이고 모던하고 세련된 느낌이라는 점이 작가를 유명하게도 했고, 대중적 팬층을 만들어 내기도 했다.

소개하는 작품은 색면으로 구성된 기존의 조형이 아닌 작가의 사람냄새와 작가의 에너지를 느끼게 하는 수묵화다. 동양화의 모필은 서양의 브러쉬에 비해 우선 길이가 길다. 힘을 어디에 주어야 붓이 확 뭉개지지 않을까를 느끼며 그려야 한다. 힘 있게 선을 긋기 위해서는 마음과 정신을 모아 어깨를 통해 팔과 손을 거쳐 붓끝으로 이어지는 그 기량을 익혀야 한다. 이 붓은 신기하게도 작가의 성정과 품성을 드러낸다. 물과 먹의 오묘한 조화는 작가마다의 개성을 담아낸다. 이 경험치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낼 때 자유분방해 진다. 나이 들어가는 것에 따라 그 깊이도 달라지는 듯하다. 

‘동구리’로 각인된 이 인물이 20년 전쯤 그려졌다면 ‘뭐지?’ 했을 것이다. 20여년 동안 작가는 ‘동구리’를 박제된 캐릭터가 아닌 가상의 인물로 만들었다. 마치 도석 인물화에서 ‘신선’이 어떤 이야기의 주인공이 된 것처럼 말이다. 도교의 신선사상의 주인공처럼 ‘동구리’는 현대판 ‘신선’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현대를 살면서 전통을 공부한 사람들의 많은 고민이 어떻게 적응하고 어떻게 시대를 작품에 드러내느냐 일 것이다. 권기수 작가의 작가적 문제의식도 거기서 출발한다.

붓 대 부분에 물을 머금고 세로로 세워서 바닥에 평평하게 편 화면위에 직각으로 그림을 그리는 것이 원래 수묵화의 방법이다. 화면을 서양화처럼 세워서 그리는 것은 현대에 들어서이다. 작가는 화면을 세워서 푸른색과 진한 먹으로 속 시원히 동구리를 그렸다. 뚝뚝 흘러내린 먹은 자연스러운 화면을 만들어 낸다. 사방으로 흐르는 먹물이 즐거운 듯 책상위에 앉은 동구리가 인상적이다. 정교하게 계획되지 않은 머릿속의 느낌을 무심한 듯 표현한 그림에서 수묵화의 시원함과 신선함이 느껴진다.

임연숙 세종문화회관 예술교육 팀장 curator@sejongpac.or.kr

 

[1515호 / 2019년 12월 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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