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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 ‘재가불자 공덕’ 기억해야 한다

기자명 법보
  • 사설
  • 입력 2019.12.09 11:19
  • 호수 1516
  • 댓글 0

사찰 창건·중창 이끈 재가자들
공덕·업적 기리는 노력 필요해
재가자 공덕, 승가가 기억할 때
보시·헌신은 더 강력한 힘 발휘

지난 10월16일자(1507호) ‘백만원력 결집, 불자 자긍심 고양 견인한다’ 제하의 사설에서 백만원력 결집위원회가 추진하는 ‘인도 부다가야 한국사찰 건립’이 꼭 성취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인도순례를 떠난 불자들이 깨달음의 땅에 세워진 한국사찰에서 자비와 상생을 온몸으로 깨닫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결코 녹록지 않은 불사인데 올해가 지나가기도 전에 낭보가 날아들었다. 설매, 연취 두 보살이 사찰건립 불사에 써달라며 백만원력 결집위원회에 50억원을 보시했다는 소식이다. “불사 원력을 세우면 성취되는 법”이라는 옛 선지식의 말을 새삼 실감한다.

보살은 ‘지덕을 갖춘 사람으로서 현재는 부처가 아니지만 언젠가는 반드시 부처가 될 수행자’를 일컫는다. 깨달음과 중생교화에 진력하는 불자이자 8정도 6바라밀 덕목을 그 누구보다 철저히 지켜가는 실천가이다. 대승불교권에서 회자되는 보살은 언제인가부터 우리나라에서는 우바이 즉 여성 불자를 일컫기 시작했다. 그 연유를 명확히 설명할 수는 없지만 기도·염불 수행은 물론 사찰불사에도 두 소매를 걷어붙이고 나선 불자 중에 유독 우바이가 많았다는 사실이 한 몫 할 것이다. 문정왕후 등 한국불교사에 등장하는 보살은 많다. 그중 사찰불사에 혁혁한 공적을 남긴 근·현대 대표 보살을 기억해 보자.

1941년 금강산 정양사 법당에서 ‘응무소주 이생기심’ 한 구절을 들은 직후 불교에 귀의한 법련화(김부전 1922∼1973) 보살. 일제강점기에 한국불교 위상확립을 위해 자신이 갖고 있던 재물을 아낌없이 희사했던 그는 조계총림 송광사 대작불사의 화주보살로 명성이 자자했다. 또한 지금은 사라진 조계사 불교정화기념회관 건립에 앞장섰고 양주 흥국사 중창불사, 육군사관학교 화랑 호국사 법당 건립에도 큰 힘을 더했다. 

한국전쟁 직후인 1954년 효봉 스님을 통해 송광사와 인연 맺은 불국생(김미희 1920∼1981) 보살은 법련화 보살과 함께 송광사 불사를 일으킨 두 축이었다. 아울러 매각 위기에 처한 남원 실상사를 조계종으로 귀속시키고, 백제불교 초전법륜지인 서울 대성사 중창과 신라불교 초전법륜지인 구미 도리사 부근 모례장자의 집터를 매입해 성역화 사업을 추진했다. 또한 대흥사 일지암을 복원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이외에도 법주사·불국사·부석사 중수불사를 이끌었던 복덕월(이한열 1883∼1934) 보살, 법정 스님에게 천억 원 대의 ‘대원각’을 시주한 길상화(김영한 1916∼1999) 보살 등이 무주상보시를 실천하며 보살도를 보여주었다.

제주 관음사는 매년 6월 첫째 주 토요일이면 ‘재가공덕주 추모법회’를 봉행한다. 교구본사인 관음사는 물론 소속 말사의 위상 격상에 ‘혁혁한 공로’가 있는 재가자를 지속적으로 심의·선별해 재가공덕주 명단에 포함시키는데, 현재 100여명에 이른다. 법회에서 낭독하는 추도사 한 구절이 인상 깊다. ‘오늘 영가님들의 지혜와 정진과 공덕이 절실하게 필요합니다. 어서 하루 빨리 이 제주 사회에 다시 돌아오셔서 과거에 지으셨던 선영복덕을 저희에게 회향해 주시길 간절히 바랍니다.’ “재가불자의 공덕을 사찰이 기억해야 한다”는 관음사 주지 허운 스님은 재가공덕주들의 업적을 담은 책자 발간도 준비하고 있다.  

승가를 외호하며 불사에 헌신한 재가자들이 대부분의 사찰마다 존재할 것임을 상기하면 관음사 재가공덕주 추모법회는 자연스럽게 이런 물음을 던진다. ‘창건·중창불사를 주도한 스님을 매년 추모하는 사찰이 과연 그 불사에 일익을 담당했던 재가불자는 어떻게 기억하고 있는가?’ 재가불자의 업적·공로를 승가가 기억해 줄 때 보시와 헌신은 더욱 강력한 힘을 얻을 것이다. 설매·연취 두 보살의 50억원 보시를 계기로 ‘간장 한 방울은 시주자의 피 한 방울’ ‘쌀 한 톨에 시주은혜 일곱 근’이라는 옛 선지식의 일언을 다시 한 번 떠올려 주기 바란다.

 

[1516호 / 2019년 12월 1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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