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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난타존자의 전법

기자명 만당 스님

백제불교는 마라난타존자의 전법으로부터 시작되었다. 마라난타존자는 지금으로부터 1635년 전인 백제 침류왕 원년(384년) 중국 동진을 거쳐 백제 땅에 첫발을 내디뎠다. 침류왕은 마라난타존자를 한성 궁궐로 맞아들여 정성스럽게 예를 올리고 설법을 들은 후 이듬해 10명을 출가시켰다. 그것이 백제불교의 효시라고 할 수 있다. 

마라난타존자는 간다라국 출신 스님이었다. 간다라는 지금의 파키스탄 지역이다. 간다라는 알렉산더왕의 동방원정으로 인하여 헬레니즘문화가 전해져 있던 곳이다. 여기에 인도의 불교문화가 전해져 헬레니즘 조각양식을 담은 독특한 간다라 불교조각문화가 풍성하게 발달했던 곳이고, 대승불교가 꽃피우고 완성된 지역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간다라 지역은 불교사와 불교조각문화사에서 중요한 위치에 있는 곳이다. 

간다라지역 사람들은 부처님이 재세시 이곳에 오지 않았지만 과거 전생에 간다라 지역에서 살면서 수행하셨던 것으로 믿는다. 그래서 부처님 전생 수행인연담을 강조하며 연등불수기장면 등을 생동감 있는 부조조각으로 표현해 냈다. 이런 성향 때문인지 인도에서 전해진 반야중관불교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서 무착, 세친 스님 등의 노력에 의해 유식불교가 발달하며 대승불교가 완성되었던 것이다. 

마라난타존자는 이러한 배경을 가진 간다라지역 쵸타라호르에서 태어나 대승불교를 배우고 수행한 분이다. 그후 전법의 일념으로 캐라코람 산맥을 넘고 타클라마칸 사막을 지나 돈황과 장안을 거쳐 당시 동진의 수도인 남경과 절강성 지역에서 10여년간 전법활동을 하였다. 그리고 제2의 전법을 위해 배를 타고 영파를 떠나 백제의 영광 법성포에 도착하였으며, 백제의 수도 한성으로 올라가 침류왕을 만나 불법을 설하고 공인 받아 불교가 널리 전해지도록 하였다. 

지난 11월16~24일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 스님 이하 30여명의 방문단은 파키스탄 정부의 초청으로 간다라 불교유적을 순례하고 양국간의 문화교류를 활발히 추진하기 위한 협약을 맺었다. 

그 일환으로 간다라불교의 최고 성보로 꼽히는 부처님 고행상을 한국에서 전시할 수 있도록 약속 받았다. 또한 불교유적은 많지만 불교가 사라져버린 간다라 지역에 불법을 되살릴 수 있도록 간다라 중심부에 사찰을 건립하기로 했다. 1635년 전 마라난타존자의 인연으로 불교를 배웠던 한국불교계는 이제 역으로 파키스탄에 부처님 가르침을 전하는 전법도량을 세우게 된 것이다. 

이번 파기스탄 불교유적 탐방은 비행기라는 문명의 이기를 이용해 비교적 편안하게 다녀왔음에도, 그것도 힘들다고 은연중에 타박하고 있는 모습을 돌아보면서 한편으로 부끄러움을 가졌다. 그 옛날 살아서 올 수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오직 전법의 일념으로 험난한 이만리 길을 마다않고 뚜벅뚜벅 걸어 마침내 백제 땅을 밟았던 마라난타존자의 행적을 떠올리니 그 경이로움에 존경과 찬탄의 마음이 밀려든다. 

또한 전법을 위한 마라난타존자의 숭고한 위법망구의 정신을 떠올리면 숙연함을 갖게 한다. 마라난타존자의 전법 열정을 되새기며 파키스탄과의 문화교류에 한국불교계가 더 많은 관심과 참여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마라난타존자의 전법행을 떠올리자니 지금 위례신도시 사찰 건립부지에 천막법당을 치고 혹한에 맞서 정진 중인 9명 스님들이 오버랩 된다. 

위례신도시에 건립된 상월선원은 백제의 수도 한성이 위치했던 곳이다. 9명 스님들의 용맹정진은 그 옛날 마라난타존자의 전법행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할 수 있다. 9명 스님들 모두 무사히 회향해 한국불교 발전의 밝은 등불이 되어주길 발원한다.

만당 스님 영광 불갑사 주지 manndang@hanmail.net

 

[1516호 / 2019년 12월 1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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