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화선이나 위빠사나 등 불교 수행을 비롯해 여러 명상법이 소개되면서 지금 이 시기를 명상의 시대로 일컫는 이들이 적지 않다. 최근 들어 명상 관련 정보가 넘쳐날 정도에 이르렀고, 특히 초기불교에서 비롯된 마음챙김 명상은 유행을 넘어 과학적·심리학적·뇌과학적 활용에 대한 연구까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그럼에도 선불교의 명상과 마음공부에 대한 이해는 아직도 보편성을 갖추지 못한 채 특정 그룹의 전유물처럼 인식되고 있다. 학계를 중심으로 선불교의 마음과 관련된 다양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고, 더불어 접근 방식 또한 활용범위가 넓은데 비해 제대로 이해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선불교와 명상학을 전공하면서 여전히 선불교는 ‘난해하고 알 수 없는 것’ ‘출가자들의 전유물’ ‘삶 속에서 활용하기 어려운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데 동의할 수 없었던 오용석 원광대 마음인문학연구소 HK연구교수는 선불교와 현대적 명상이 다르지 않다는 점을 발견하고 그 결과물을 ‘禪명상과 마음공부’에 옮겼다.
저자는 “오히려 현재 유행하는 마음챙김 명상보다 동북아시아에서 발전한 선불교가 문화적 사상적 측면에서 풍부하고 다채로운 면이 존재함을 보았다”면서 “선불교의 명상은 마음의 청정한 본성을 전제로 수행하기 때문에 수행의 길에서 헤맬 필요가 없다”고 설명한다. 그래서 책을 통해 이러한 정신적 유산을 현대적 언어로 소개, 정리, 해석하려 노력했다.
저자가 선지식들이 남긴 핵심 개념을 현대적 언어로 재해석하고 요약 정리하는 한편, 직접적으로 마음공부와 관련해 해설한 책은 크게 네 부분으로 구성됐다.
첫 번째는 제1장 ‘문 없는 문의 지혜’로 선 수행의 핵심 내용과 마음공부 방법을 개념적으로 서술했다. 두 번째는 제2장부터 제31장까지 중국 선종의 초조 보리달마로부터 성철, 숭산 스님 등 현대의 선지식들에 이르기까지 그들이 제시했던 핵심 내용을 선의 역사적·사상적 측면에서 원전에 근거해 해설했다. 여기서 선사상의 흐름과 변천을 파악하고 선지식들이 제시한 마음공부의 사상과 방법도 살펴볼 수 있다.
그리고 제32장 ‘선명상과 마음공부’를 통해 선명상과 마음공부의 개념을 선의 입장에서 정리하고 해석했으며, 마지막으로 ‘현대인을 위한 선명상 요결’을 부록으로 첨가해 현대인들이 선명상을 이해하고 생활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반조와 간화의 두 가지 방법으로 정리했다.
“선은 명상이라는 형식화를 통해 가려진 한계를 벗어나게 하며 있는 그대로 나와 대상을 바라보게 한다. 선의 마음은 주객미분(主客未分)의 공성(空性) 자체이다. 이런 맥락에서 마음공부는 마음을 대상으로 하는 공부라기보다는 마음의 공부이고, 삶의 공부”라고 강조하는 저자의 설명을 통해 사람의 마음을 직접 가리키고, 진리와 깨달음을 전하는 선명상과 마음공부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다. 1만7000원.
심정섭 전문위원 sjs88@beopbo.com
[1516호 / 2019년 12월 1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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