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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경기도 판교에서 발견된 청동비로자나불상

기자명 이숙희

판교 개발 중 발견 청동비로자나불
얼굴·대좌형식 등 이례적인 기법

사각형 대좌위 고개 숙인 모습
머리에 굵은 나발과 육계 뚜렷
고려불상 특징·형식 달라 주목
학계선 근래 발견 새로운 자료

판교 발견 청동비로자나불좌상, 고려, 높이 22.5㎝.
판교 발견 청동비로자나불좌상, 고려, 높이 22.5㎝.

2007∼2008년 한국문화재보호재단이 경기도 분당구 판교 신도시 건설 예정지를 발굴, 조사하였을 때 사찰 건물지로 추정되는 곳에서 청동비로자나불좌상 1점을 비롯하여 청동지장보살좌상 2점, 금동소탑 상부, 석탑 상륜부의 보륜으로 추정되는 석재 3점, 청자접시, 토기편 등이 발견되었다. 

현재 이 지역은 판교 신도시가 조성되면서 공원과 체육시설 등이 들어서 있어 절터의 흔적을 전혀 확인할 수 없다. 출토 유물의 특징으로 보아 판교동 절터는 고려 말에서 조선 초기에 속했던 것으로 짐작된다.  

판교 신도시 개발 중에 발견된 고려시대의 불상 3점은 2013년 12월24일 판교박물관 개관을 기념하기 위한 특별전시에서 처음 공개되었다. 

그중 청동비로자나불좌상은 유난히 푸른빛을 띠고 있는데 얼굴이나 대좌 형식 등에서 그 예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이례적이다(사진). 불상 표면 곳곳에 부식된 흔적이 남아 있어 거칠고 매끄럽지 못하다. 사각형의 대좌 위에 앉아 고개를 약간 숙인 모습으로 머리에는 굵은 나발과 육계(肉髻)가 뚜렷하게 표현되었다.

얼굴에 비해 눈, 코, 입이 큰 편이며 눈꼬리와 입꼬리 모두 위로 치켜 올라가 웃고 있는 듯한 미묘한 표정이다. 몸에는 양 어깨를 덮은 통견(通肩)의 법의를 입었으나 두 다리는 옷자락에 가려 전혀 보이지 않는다. 길게 늘어진 옷깃으로 가슴이 많이 드러나 있고 그 아래로 U자형의 옷주름이 내려오면서 두 다리 위에도 몇 가닥의 굵은 선으로 마무리되었다. 두 손은 가슴 앞에서 모아 지권인을 하고 있다.

사각형의 대좌는 비로자나불상 중에서 보기 드문 특이한 형식에 속한다. 상대와 하대는 두께가 얇은 편으로 높이와 너비가 거의 비슷하다. 중대는 각 면의 모서리에 기둥을 조각하고 그 사이에 안상(眼象)으로 보이는 문양을 투각하여 장식하였다. 

이러한 대좌 형식은 경기도 화성에서 발견된 고려시대의 동제 빈도로존자상(賓度盧尊者像, 국립전주박물관 소장)에서 간혹 볼 수 있다. 이 상은 대좌 앞면에 새겨진 명문을 통해 영통사(靈通寺)의 승려가 조성하였음을 알 수 있다. 

영통사는 1027년에 창건된 고려시대의 유명한 사찰이며 대각국사 의천이 출가했던 곳이기도 하다. 특히 푸른빛이 강한 청동색과 대좌 형식, 투박한 조각기법 등에서 판교에서 발견된 청동비로자나불상과 매우 유사하다. 또한 같은 경기도 지역에서 발견되었고 양식적으로도 공통된 특징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두 상과의 연관성을 충분히 짐작해 볼 수 있다. 

판교 발견의 청동비로자나불좌상은 근래에 발견된 새로운 자료로 전형적인 고려시대 비로자나불상과는 특징이나 형식이 다르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이숙희 문화재청 문화재감정위원 shlee1423@naver.com

 

[1516호 / 2019년 12월 1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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