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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불교와 포교사

기자명 법장 스님

“재가 이중에게도 대중 통솔의 이치가 있다”

조계종 포교사, 포교일념 활동
승려 역할 대신하는 것에 염려
‘범망경’에 재가자도 전법 강조 
포교사, 경전 근거한 모범 사례

최근 여러 사찰의 법회나 불교대학을 참석해보면 ‘포교사’ 분들이 법회 운영과 포교활동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출가 승려의 감소와 사찰의 인력부족 등 원인으로 인해 보다 다양한 공간에서 포교사 분들이 활동하고 있고 점차 그 영역이 확대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포교사 분들의 신심있는 모습과 불교를 위해 정진해주는 자세에 감사하다. 

그러나 이러한 재가 포교사의 불교 참여에 대해서 사찰이나 출가 승려들 사이에 보다 깊은 이해가 필요한 부분도 존재한다. 그동안 사찰에서의 예불은 부처님에게 예를 올리는 것으로, 출가 승려만의 고유한 자리로 여겨졌다. 하지만 여러 사찰에서 기도법사를 구하기 어려운 실정으로 인해 포교사가 예불을 올리기도 한다. 그리고 사찰의 불교대학에서 경전이나 교리를 포교사가 강의하기도 한다. 이처럼 종전에 출가 승려들이 맡아서 하던 예불이나 불교대학의 소임을 포교사들이 대신하는 사찰 내의 모습을 다소 염려하는 스님이나 신도들도 있다.

이러한 점을 해소하기 위해서 현재 대한불교 조계종에서는 포교사 시험을 도입하여 정식적인 권한을 부여하고 있고 다양한 교육을 통해 포교사가 전법포교의 일선에서 그 역할을 최대한으로 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그럼에도 아직 재가자가 예불을 올리거나 불교를 가르치는 모습을 낯설어 하는 분들도 많다. 그러나 불교 내에서의 포교사의 참여는 지금의 불교에서만 존재하던 것이 아니다. 7세기 중엽 신라에서 활동하신 의적 스님의 ‘범망경’ 주석서인 ‘보살계본소’ 제25선어중물계(善御衆物戒)에 따르면 “(본 계는) 칠중이 같이 배우고 알아야 하니 재가 이중에게도 대중 통솔의 이치가 있다”라고 하여 재가자인 우바새, 우바이가 불교 내에서 대중을 통솔하고 함께 활동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또한 ‘범망경’에서 말하는 “부처님이 열반하신 뒤에 법을 말하는 주인”이라는 표현에 대해서 경전을 강설(講說, 가르치는 것)한다는 의미라고 하여 “경전을 강설할 수 있는 단월도 법을 말하는 주인이 되기도 한다”라고 설명한다. ‘단월(檀越)’이란 일반적으로 승가에 보시를 올리는 시주자를 가리키는 표현으로 재가 신도를 말하는 것이다. 즉 불교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융성했던 통일신라시대에도 사찰 내에서 재가자의 다양한 참여가 인정되었고 그들에 의한 경전의 강설이나 여러 가지 행사가 이루어졌던 것을 짐작할 수 있다. 

포교사에 의한 불교의 포교가 과거에도 이루어졌었고 그러한 모습이 현재에 이르게 된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다만 불교는 불법승 삼보에 의해 그 토대를 이루는 종교이다. 의적 스님의 주석에서도 설명하듯이 단순한 재가자에 의한 불교 포교가 아닌 바르게 삼보에 귀의하고 수계를 받아 불제자로서의 마음가짐과 자세를 갖춘 단월에 의한 불교참여인 것이다. 그렇기에 현재 조계종에서 실시하고 있는 포교사 시험은 매우 바람직한 모습이다. 그리고 이러한 포교사들의 다양한 활동에 대해 출가자들도 보다 넓은 시선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불교의 구성원인 사부대중이 함께 각자의 자리에서 불교적 삶을 추구하며 서로의 소임을 성실히 이행해야만 앞으로의 불교가 보다 밝아질 수 있다. 

승가 내에 출가와 재가의 구분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 출가자는 일심(一心)으로 율장에 따라 수행자로서의 삶을 살아가야 하고 재가자는 삼보에 귀의하여 부처님의 가르침과 승가가 유지되고 발전할 수 있도록 바라밀행을 실행해야 한다. 그러나 사부대중이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르고 불교의 포교와 발전을 위해 정진한다는 점에서는 어떠한 차이도 말할 수 없다. 모두가 참된 부처님의 제자로서 그 가르침에 따라 살아가고 서로를 배려해주며 함께 불교를 발전시켜 나간다면 자리이타의 보살행이 실현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사부대중의 힘이 우리 불교를 보다 밝은 내일로 이끌어주고 모두가 하나 되어 수행하는 불교로 거듭나게 할 것이다.

법장 스님 해인사승가대학 교수사 buddhastory@naver.com

 

[1516호 / 2019년 12월 1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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