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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산 스님의 금강경 5만독 가피

  • 데스크칼럼
  • 입력 2019.12.13 18:23
  • 수정 2019.12.16 15:54
  • 호수 1557
  • 댓글 9

2001년 11월, 10만독 발원
18년간 매일 2시간30분 독송
독송 필요없는 경지 이르길

12월8일 서울 봉은사 법왕루에서는 아주 특별한 법회가 열렸다. 2001년 금강경 독송 10만독을 발원한 동국대 이사장 법산 스님이 최근 금강경 5만독을 성만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봉은사가 이를 기념해 스님을 찬탄하고 법문을 듣는 자리였다.

금강경 5만독은 결코 녹록치 않은 숫자다. 금강경 1독에 걸리는 시간이 약 20분, 5만번을 독송하려면 1만6667시간이 소요된다. 매일 2시간30분씩 18년을 한결같이 독송해야 도달할 수 있다. 법산 스님은 그 긴 세월을 하루도 빠짐없이 금강경을 독송했으며 스스로를 비우고 아상을 내려놓으려 정진했다. 법산 스님은 이날 “금강경은 비움의 도리이자 철학입니다. 하루에 1독, 그것이 어려우면 다만 몇 장씩이라도 금강경을 꾸준히 읽어나가면 걱정근심이 사라지고 편안해질 것입니다”라며 금강경 독송을 권했다.

세수로 75세인 법산 스님은 지금도 매일 새벽 4시면 일어나 예불을 드린 후 정구업진언과 함께 금강경 전체를 독송한다. 그런 뒤 항마진언과 광명진언으로 금강경 1독을 마무리한다. 금강경의 지혜와 진언으로 자신의 마음에 깃든 탐욕, 성냄, 어리석음의 업장이 소멸되고 밝아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법산 스님의 경전 독송은 아주 오래됐다. 15살에 출가한 스님은 돌아가신 어머니를 떠올리며 관음정근과 더불어 매일 1회 ‘관세음보살보문품’을 독송했고, 1975년 통도사 극락암에서 경봉 스님을 모시고 수행하면서부터는 ‘보현행원품’을 처음부터 끝까지 날마다 읽었다. 경전 독송이 곧 불법승 삼보에 대한 지극한 귀의이며, 탐욕, 성냄, 어리석음의 삼독을 떠나는 수행이며, 부처님 가르침을 믿고 받드는 신수봉행이라 여기기 때문이다.

스님이 금강경을 독송한 것은 1985년 대만 중국문화대학에서 보조지눌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으면서부터다. 금강경은 지눌 스님이 크게 강조했을 뿐 아니라 조계종 소의경전이었다. 이때부터 스님은 매일 1회 금강경을 독송하며, 한 구절 한 구절을 가슴에 새겨나갔다. 그러다 2001년 11월17일(음력 10월3일), 자신의 57번째 생일을 맞은 스님은 세검정 정혜원에서 금강경 10만독 발원을 세웠다. 금강경을 매일 10독씩 하더라도 27년 4개월이 걸리는 대장정이었다. 가리왕에 의해 온몸이 잘려나갔음에도 증오심 없이 견뎌낸 인욕선인을 본받아 평생 금강경을 새기며 하심의 삶을 살겠다는 비장한 각오였다.

마음은 결연했으나 현실은 쉽지 않았다. 학생 지도, 대학과 종단의 주요 소임, 연구원 운영, 각종 법문 등을 병행해야 했기에 하루 3~4독도 쉽지 않았다. 스님은 우공(愚公)이 산을 옮기듯 멈추지 않았다. 자투리시간이라도 생기면 습관처럼 금강경을 펼쳤다.

금강경 독송에 속도가 붙은 것은 2006년부터다. 스님은 방학을 이용해 지리산 벽송사에 방부를 들였고, 퇴임 후에는 백장암에 가부좌를 틀었다. 그곳에서 입선 때면 화두를 들었고 방선 때면 금강경을 펼쳐들었다. 하루 한 끼로 참선과 독송에 전념하면서 금강경 독송도 하루 20독을 넘나들었다.

스님은 금강경을 읽었고, 금강경은 스님을 변화시켰다. 칭찬과 비난도 마음에 걸리지 않았다. ‘불취어상 여여부동(不取於相 如如不動)’처럼 어떤 상에 집착하거나 흔들릴 이유가 없었다. 금강경 독송이 익어갈수록 법문할 때 힘이 솟고 막힘이 없어진 것도 큰 변화였다. 무엇보다 스님의 한결같은 미소다. 누구를 만나든 환히 웃는 모습은 상대를 편안하게 했다. 스님을 떠올리면 기분이 좋아진다는 이들이 많은 것도 금강경의 놀라운 가피일 듯싶다.

편집국장
편집국장

금강경 5만독을 성만한 스님의 10만독 발원은 이제 반환점을 돌았다. 이대로라면 스님이 구순을 넘겨서야 10만독 회향이 가능하다. 하지만 스님은 10만독에 다다르기 전에 금강경을 덮어버릴 거라 믿는다. 육조혜능 스님이 ‘응무소주 이생기심’이란 한 구절을 듣고 금강경의 오묘한 이치를 모두 깨쳤듯 법산 스님의 지극한 정성이 한순간 몰록 깨달음으로 다가오리라. 바로 그때가 금강경을 회향하는 날이자 스님이 금강경 자체가 되는 날이 아닐까.

mitra@beopbo.com

 

[1517호 / 2019년 12월 1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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