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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업 닦는 첫 번째 덕목

기해년 한 해가 저물어 간다. 한 해를 마무리하며 지난 1년을 되돌아보게 된다. 연초 어떤 계획을 세웠고 어느 정도 실천했는지, 서운하게 한 일은 없었는지, 다짐은 흐트러짐이 없었는지, 생각의 초점을 지난 시간에 맞추고 이런저런 일을 떠올리게 된다. 열심히 살아왔다는 뿌듯함보다는 아쉬움이 많은 게 현실이다. 

조선 중기 지행합일을 주장한 시인 장유(張維)는 한 해를 보내면서 ‘앞날은 그래도 어찌할 수 있으니, 지금부터 다시 시작하리라’라 하였다. 지난 일에 얽매이기보다는 앞으로의 일에 집중하는 것이 세모에 필요함을 말한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한 해를 보내는 감회는 다르지 않다.

며칠 전 종강 때 학생들의 포트폴리오를 점검하는 시간이 있었다. 포트폴리오는 입학하여 졸업까지 자신의 교과외 활동을 종합관리하도록 만든 프로그램이다. 연말이면 프로그램을 열고 자격증, 수상실적, 봉사활동, 동아리 활동 등 한 해 동안 실천한 사항을 입력하게 되어 있다. 여러 능력을 키워 취업과 연결되도록 하는 것이 1차 목적이지만, 지난 1년을 성찰하는 기회를 갖도록 하는 것이 더 큰 목적이다. 

많은 학생들이 봉사활동 칸을 채우지 못했다. 각 항목이 취업을 위한 절실한 문제겠지만 멀리 생각하면 살아가는 데 봉사활동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자발적 봉사활동은 가치관에서 나오는 것이고 행복한 삶을 주도적으로 이끌어가는 근원적 힘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눔의 정신을 실천하는 것은 자신의 행복뿐 아니라 사회를 건강하게 만든다는 데 의미는 더 커진다. 봉사활동이 취업을 위한 스팩 쌓기나 학점을 따기 위한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정부에서는 봉사활동을 진흥하고 행복한 공동체 건설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봉사활동기본법을 제정하여 시행하고 있다. 자원봉사자의 날, 자원봉사대상, 자원봉사 포털 등도 마련하여 봉사활동을 권장, 지원하고 있다. 지난 12월5일 자원봉사자의 날에는 정부를 비롯한 지방자치단체 등이 유공자를 표창하고 봉사정신을 기리는 행사를 가졌다. 봉사활동을 연계하고 이력을 관리하도록 돕고 있는 1365자원봉사 포털에 등록하고 올해 한 번 이상 봉사활동에 참여한 실인원은 390만명에 이르고 있다. 연령대로 보면 청소년이 가장 많고, 그 다음이 50대, 40대, 60대 순이다. 이것은 봉사활동이 점차 생활의 일부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는 긍정적 면을 보여준다.

불교에서 중요한 수행의 일환인 보시는 한 차원 높은 봉사활동의 근본정신에 닿아있다. 부처님께서는 “보살이 상에 머물지 않고 보시하면, 그 얻는 복덕은 넓고 커서 헤아릴 수 없느니라”고 하셨다. 상에 머무르지 않는다는 것은 누구를 위하여 무엇을 베푼다는 것까지 마음에 두지 않는 무주상보시다. 곧 마음에 걸림이 없고 머무름이 없는 청정한 보시가 무주상보시다. 자원봉사기본법에서도 무보수성, 자발성, 공익성, 지속성 등을 봉사활동의 기본 방향으로 삼고 있다. 이렇듯 봉사활동의 근본정신은 불교의 이타정신에서 발원하는 보시에 있다.

보시를 할 수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내 정신이 건강하고 청정하다는 것을 스스로 확인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무주상보시는 선업을 닦는 첫 번째 덕목이다. 연말을 맞아 교계에서 다양한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대상도 넓어지고 종류도 다양하다. 전법 포교를 위한 보시도 마련되어 있다. 며칠 남지 않은 기해년, 해를 넘기기 전에 발심하여 작은 봉사를 실천한다면 마음 넉넉하고 따뜻한 연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그 마음이 이웃에 퍼져 사랑의 온도도 높아질 것이다.

이창경 신구대 미디어콘텐츠과 교수 ck56@shingu.ac.kr

 

[1517호 / 2019년 12월 1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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