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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붓다와 수자타의 진심

기자명 성원 스님

고행의 정점에 쓰러진 고타마
마을 처녀 도움으로 정각 이뤄
순수한 진심은 언제나 감동 줘

부처님의 생애에는 매우 드라마틱한 부분이 여러 번 있다. 탄생부터 출가, 수행, 교화, 입멸까지 곳곳마다 매우 극적인 장면이 연출되었다. 아마도 치열하고 진실한 삶의 아름다운 여운일 것이라 생각된다.

고타마는 출가 후 직접적으로 지도해줄 스승을 찾아 학습했다. 하지만 출가 때 품은 ‘인생의 궁극적인 답’을 구하지 못하게 되자 결국 홀로 수행하기로 하고 정진에 들어갔다. 홀로 시작한 정진은 곧 고행으로 이어졌다. 지금 세계적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은, 아프카니스탄에 있는 고타마 싯다르타의 고행상이 그것을 잘 대변하고 있다.

조각으로 조성한 고행상의 강렬한 표현도 보는 이에게 경외심을 갖게 하지만 경전으로 전해지는 고행에 대한 사실적 표현은 현실감에 문학적 감성까지 더해져 우리에게 큰 감동으로 다가오고 있다.

고행의 정점에서 고타마는 우기에만 물이 차 흐르는 니란자라강(현지인의 설명을 들어보니 물이 없는, 감춰진 강이라 했다)에 몸을 씻으러 갔다가 결국 쓰러지고 만다. 이때 마을 처녀 수자타(이름에는 특별한 뜻이 없고 ‘예쁜 아가씨’ 정도의 의미다)가 고타마를 부축해 일으켜 모시고 간호했다. 여성이 수행자의 몸에 직접 접촉하는 것은 당시로서는 금기였으니 불문율을 깨뜨린 것이다. 고타마와 함께 고행했던 다섯 수행자는 그 상황에 실망을 감추지 못했다. 아직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그들 입장에서 고타마는 타락한 모습이었다. 그들은 고타마만 남겨두고 떠나 버린다.

부처님이 정각을 이룬 후 그들이 바라나시에 있다는 것을 바로 아시고 그들을 찾아 바라나시로 가신 것을 보면 한참 동안 이일로 파생된 갈등 때문에 서로 얘기를 나눴던 것 같다. 고타마도 그들이 떠나는 것을 막지 않았고 결국 홀로 남아 몸을 추스렸다. 몸의 안정과 더불어 더욱 맑고 명료해진 의식으로 마지막 정진에 불을 붙이며 보드가야 보리수 아래로, 인간으로서의 마지막 발걸음을 옮기셨다.

경전에는 마을 장자의 딸 수자타가 100마리 암소 젖만을 먹여 기른 암송아지의 젖을 다시 짜서 마련한 우유에 최상의 쌀을 넣어 끓인 유미죽(乳米粥)을 공양했다고 하니 지극한 정성이 엿보인다. 수자타의 정성으로 몸을 다시 일군 수행자 고타마는 ‘다시는 사바의 중생으로 되돌아오지 않는 붓다의 길’로 나아가는 준비를 갖추게 되었다.

후일 수자타의 행적은 크게 찬탄되었으며 부처님도 그 공덕을 여러 번 칭찬하고 수기까지 내리셨으니 어떠한 사회적 관념보다 진정한 인류애를 담은 순수한 진심은 어디에서나 감동을 전해주는 것 같다.

따스한 감성으로 인간 붓다, 아니 고뇌하는 젊은 청년 고타마 싯다르타를 만나보고 싶다. 이성적 경외심이 아니라 한없는 감성적 동요로 흠뻑 젖어보고 싶을 때가 많다. 아니면 많은 신자들을 따뜻한 감성으로 제접하지 못하고 이성적 판단에 지친 그들을 다시 한 번 차디찬 현실로 내던졌던 것만 같다는 생각이 자꾸 든다.
 

어쩌면 나도 긴 출가의 길에서 조금 지쳐가는 걸까? 극단의 대립으로 치달리며 서로 상처를 주며 오직 승리로 답을 찾으려하는 우리 불교의 현실을 보면서 오류가 정답이 되었던 수자타의 진심이 자꾸 생각난다. 오늘은 자꾸 인간 붓다인 그가 너무 그리워진다.

성원 스님 약천사 신제주불교대학 보리왓 학장 sw0808@yahoo.com

 

[1517호 / 2019년 12월 1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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