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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 반야중관의 중도사상

“붓다가 설한 연기와 반야경의 공은 같은 의미”

연기와 공성과 중도는 같고
이를 ‘공·가·중’ 논리에 압축
용수, 중론의 귀경게 통해
팔불중도의 연기사상 제시

‘반야중관’이란 ‘반야경’의 공사상에 토대를 두고, 용수(龍樹)의 ‘중론’에서 제시하는 중도의 실천과 ‘반야경’에서 강조하는 ‘반야바라밀’ 즉 ‘지혜의 완성’을 통한 공사상의 체득과 그 실천을 목표로 하는 사상체계를 말한다. 사실 이러한 사상은 ‘반야중관’이라는 명칭보다는 ‘중관학’ 혹은 ‘중관사상’이라 불린다. ‘중관파(中觀派)’ 혹은 ‘중관학파(中觀學派)’라는 명칭은 용수의 ‘중론’에 근거한 것으로, 청변(淸辯)에 의해 5~6세기 이후에 확립된 것으로 보인다. 용수(龍樹)는 ‘중관파’라는 말을 직접 쓰지는 않았고, 중관파가 역사적 계보를 수립하기 위해 그를 중관파의 개조로 내세우게 된 것이다. 

반야중관의 중도사상은 초기불교에서 확립된 연기․무아의 그 사상적 입장을 계승하여 ‘반야경’의 공사상에 근거하여 연기와 법에 대한 새로운 이해방식을 보여준다. 예컨대 공성(空性, śūnya)은 연기적인 입장에서 존재(有)와 비존재(無) 혹은 항상(常)과 단멸(斷)이라는 대립되는 양 극단을 초월한 중의 실천, 즉 중도(中道, madyamā pratipat)를 의미한다. 이러한 중도사상은 다음과 같이 용수의 ‘중론’제24장 제18게에 근거한다. 즉 용수는 ‘연기(緣起)라는 사상은 공성이라는 사상과 다르지 않다고 우리들은 설한다. 그것은 모든 존재가 원인에 의존하여 구상(構想)되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고, 그것이 바로 붓다가 설한 중도이다. (24-18)’라고 설한다.

용수는 ‘반야경’에 설해진 ‘공’이란 말이 붓다가 설한 ‘연기’와 같은 의미라고 주장한다. 즉 일체의 존재는 연기한 것이므로 공이고, 그것은 본질(自性)을 가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반야경’에 설해져 있는 공사상에 기초해서 자신의 사상을 체계화한 것이다. 이러한 그의 사상은 연기≡공성≡중도 혹은 삼제게로 불리는 ‘공(空)․가(假)․중(中)’의 논리에 압축되어있는데, 이를 공관(空觀) 혹은 중관(中觀)이라 부른다. ‘중론’의 귀경게에서는 8불(八不)연기의 중도사상이 제시된다. 즉 “연기(緣起)는 불멸(不滅)·불생(不生)·부단(不斷)·불상(不常)·불래(不來)·불거(不去)·불이(不異)·불일(不一)하며, 희론(戱論)이 적멸(寂滅)한 것이며, 길상(吉祥)한 것임을 가르쳐 주신 정등각자(正等覺者), 설법자 가운데 최고인 그에게 나는 귀의합니다.” 

이 귀경게에서 용수는 연기의 이법이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졌거나 생겨난 것이 아님을 8가지 부정의 논리로 보여주는 8불 연기로서 제시한다. 사실 용수가 ‘무릇 이 연기를 보는 자야말로, 실로 고(苦)·집(集)·멸(滅)·도(道)를 본다.(24-40)’라고 주장하듯이, 연기의 이치를 바로 볼 때 우리들의 근본 번뇌인 고통도 없어진다고 주장한다. 즉 이 연기의 이치를 바로 보는 것이 곧 자성의 허구를 아는 것이며, 바로 그것은 존재의 실상인 무자성(無自性)과 공의 도리를 아는 것으로서 바로 중도의 입장이기도 하다. 이런 점에서 용수는 ‘중론’ 제24장에서 연기≡공성≡중도를 표방하는 것이다. 

요컨대 연기는 세간의 언설로 표현됐지만 이치는 궁극적인 진실을 깨달은 자(覺者)의 자내증의 경지에서 획득된 진리로서, 곧 승의적인 진리가 언설로 표현된 것이다. 즉 깨달은 자(覺者)의 자내증의 경지를 획득한 후, 그러한 상태에서 체득된 진실한 세계의 모습이 언설에 의지해 구체적으로 표현되어진 것이 연기와 공성인 것이다. 결국 연기와 공성은 승의적인 차원의 진실을 표방하는 것으로, 협의로는 ‘반야경’의 비실재론적인 언어관에 근거한 공무소득(空無所得)의 입장에서 불가언성의 궁극적 진실이 가지는 특성 그 자체가 무차별의 세계를 드러내는 중도사상으로 이해된다. 한편 광의로는 연기와 공성이 현상과 본질 혹은 진(眞)과 속(俗)이 둘이 아닌 것을 표방하는 중도사상으로 이해된다. 

김재권 능인대학원대 교수 marineco43@hanmail.net

 

[1517호 / 2019년 12월 1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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