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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그럼에도 나아지는 세상

기자명 고용석

밀레니얼 세대 완전채식서 희망보다

밀레니얼세대 1980~2000년생
미국과 유럽서 25% 채식 실천
전문가들 2035년까지 세계로 
생각보다 세상은 긍정적 변화

올 한해 영화계를 뜨겁게 달군 소식은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기생충’이다. 영화는 극적 상황과 심리적 변화를 상징하는 수석을 자연상태인 냇가로 돌려놓고 돈을 벌어 집을 사서 아버지와 만나겠다는 아들의 다짐을 보여주며 끝난다. 정상적일 수 있는 그 다짐이 영화 속 전개된 현실과 양극화와 빈부 격차에 대한 우리의 인식이 겹치면서 슬픔 불안 암담함 등의 복잡한 마음과 깊은 감정적 여운을 남긴다.

의사 겸 세계적 통계학자 ‘한스 로슬링’은 불교의 마인드풀니스(마음챙김)에서 차용하여 ‘팩트풀니스(factfulness)’ 즉 팩트에 근거해 세계를 바라보고 이해하자고 주장한다. 예컨대 각 분야에서 세상이 얼마나 나아졌는가를 묻는 13개의 테스트 결과 노벨상수상자·기업인·언론인·정치가 등 엘리트들의 절대다수가 세계는 더 나빠졌다는 오답을 냈다. 지식 고하를 막론하고 대중의 평균 정답 비율은 16%였다. 무작위로 찍어서 33%를 맞춘 침팬지보다 낮았다. 이는 1990년대의 낡은 통계와 구시대적 세계관으로 교육받은 데다 극적이고 부정적 뉴스만을 보도하려는 언론방송의 영향에 기인한다. 특히 통계와 심리를 연결하여 우리 안의 본능이 만들어낸 편견을 꼬집는데 그중 하나가 간극본능의 이분법적 사고이다. 세계의 91%가 이미 중간소득 국가에 살고 있지만 우리 두뇌는 여전히 세상을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이라는 두 개의 간극으로만 이해하고 극빈층과 억만장자만 주목하는 식이다. 이 베스트셀러는 양극화와 빈부 격차가 분명 심각한 문제지만 점차 나빠지지 않고 개선되고 있음을 역설한다.

그래서인가? 세계적으로 밀레니얼 세대(1980~2000년 출생)에서 보여주는 엄청난 변화의 물결이 새삼스럽게 다가온다. 미국과 유럽의 경우 이 세대의 25% 가량이 동물윤리·생태계보호·윤리적 소비를 중요시하며 채식이나 비건(완전채식)을 한다. 대체육류 소비를 주도하고 있는 것도 이 세대다. 전문가들은 2035년까지는 축산업 95%가 없어지고 비거니즘이 주류 생활양식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전망했다. 밀레니얼 세대의 비건열풍은 효율적 이타주의 운동의 확산으로 이어진다. 철학자 피터 싱어에 따르면 효율적 이타주의자는 본인이 가진 자산·재능·시간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써서 최대한 긍정적 효과를 만들어내려는 사람들이다. 행복이 많고 고통은 덜한 세상을 지지하며 선의 최대화를 목표로 살아간다. 먼곳이고 다른종교 다른인종이라 해서 고통을 차별하지 않으며 동물의 고통도 방관하지 않는다. 자신과 사랑하는 사람의 이익을 넘어 생면부지의 사람들과 미래세대, 동물의 권리까지 염려한다.

그들 중에는 동물의 고통경감에 기부하는 것이 이타주의의 가장 효율적 실천으로 여기는 이들이 많다. 물론 인간의 고통이 아무리 경미해도 동물의 고통보다 중요하다는 사회적 인식도 적지 않다. 하지만 고통을 느끼는 능력에서 가축이 인간 보다 뒤진다 해도 고통 받는 가축수가 워낙 많고 그 고통의 수를 줄이는데 드는 비용이 상대적으로 낮다.

미국의 경우 해마다 수억 마리의 동물들이 고통에 못 이겨 도살장에 가기도 전에 죽는다. 매년 동물보호소(400만 마리)와 모피(1000만), 실험실(1150만)에서 죽임을 당하는 동물 수를 합한 것보다 몇 배가 많다. 2012년 기준으로 사람이 기르는 개와 고양이는 1억6400만 마리지만 매년 식용으로 사육되고 도축되는 동물은 91억 마리에 이른다. 그래서 채식이나 비건을 하도록 대중을 설득하는 것이 가장 비용효과적인 고통감축 방법이라고 믿는다.

팩트풀니스와 비건, 효율적 이타주의 열풍은 영화 ‘기생충’의 감상 후 받은 감정적 여운을 일신한다. 세상이 생각보다 훨씬 괜찮다는 사실을 확인한다. 기후비상사태와 지속가능성 위기 속에서도 희망을 보는 이유이다.

고용석 한국채식문화원 공동대표 directcontact@hanmail.net

 

[1517호 / 2019년 12월 1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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