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서 위기 누구 책임인가
불서 위기 누구 책임인가
  • 이재형 국장
  • 승인 2019.12.20 20:01
  • 호수 1518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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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출판계 갈수록 어려워
이병두·임희근씨 원력 모범
사찰들도 불서상 제정해야

12월18일 서울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는 불교출판문화협회가 주관한 불교출판문화상 시상식이 열렸다. 행사장에는 예년과 달리 사람들로 가득했다. 협회장 지홍 스님을 비롯해 관계자들의 표정도 사뭇 밝았다. ‘올해의 불서 10’ 시상이 이어질 때마다 환호와 뜨거운 박수가 이어졌다.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 스님이 직접 참석해 격려한 것도 불교출판인들에게는 큰 힘이었다.

올해도 수향번역상과 붓다북학술상이 수여됐다. 이 상들은 개인 원력으로 만들어졌다는 점이 특징이다. 수향번역상은 일평생 불자로 살아오며 불교계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 이병두 종교평화연구원장이 제정했다. 2015년 불교출판문화상 심사위원장을 맡은 이 원장은 번역서 경우 아무리 훌륭하더라도 시상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는 자신이 기정기탁 형식으로 번역상을 제정했으면 좋겠다는 의사를 전했고 이것이 받아들여져 2016년 향산번역상이 신설됐다.

작년 아내를 여읜 이 원장은 “상금을 더 올리자”는 생전 아내와의 논의를 실천에 옮겨 상금을 100만원에서 200만원으로 올렸다. 그리고는 아내의 ‘수자타’와 자신의 ‘향산’에서 각각 한 글자씩 따와 ‘수향번역상’으로 바꾸어 출판사와 번역자에게 100만원씩 시상했다. 문화체육관광부 종무관을 퇴직한 후 빠듯한 생활을 이어가는 이 원장 원력이 불교출판인들로선 참으로 뜻깊고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다.

2018년 신설된 붓다북학술상도 마찬가지다. 이 상은 불교서적총판 임희근 대표가 매년 200만원을 출연해 마련됐다. 임 대표는 1980년대 말부터 불서유통에 뛰어들어 천직으로 여기며 살아왔다. 30년 넘게 불교출판인으로 일해 온 임 대표는 교계 출판사와 저자들에게 회향하겠다는 마음을 냈다. 꼭 필요하지만 판매가 부진해 출판사들이 부담스러워하는 학술서에 주목한 임 대표는 학술상을 신설해 매년 출판사와 저자에게 100만원씩 수여하고 있다. 이날 많은 이들이 보내는 박수갈채 속에는 수상자뿐 아니라 뜻깊은 상을 마련한 이 원장과 임 대표에게 보내는 감사의 마음도 담겼을 듯싶다.

불교출판문화협회장 지홍 스님은 인사말에서 “격변의 시기에 우리 인간은 무엇을 하고, 어떻게 대응해 나가야 하는지 불교가 답을 줄 수 있을 것이고, 그 역할이 불교출판인들의 몫”이라면서도 “무거운 짐”이라고 덧붙였다. 스님 말처럼 불교출판계가 직면한 상황은 심각하다. 가구당 월평균 오락·문화비가 계속 증가하지만 도서구입비는 2003년 이래 최저치를 매년 갱신하고 있다. 독서 대신 인터넷과 스마트폰으로 읽을거리를 찾는 신풍속도가 정착된 영향이 크다.

불교출판계는 더 많은 난관과 마주해야 한다. 도서출판 이층버스 대표 한산 스님이 석사학위 논문에서 분석했듯 △불교인구 감소로 인한 불서 독자층 감소 △자본력 부족으로 기획·편집의 다양성 및 고급화 어려움 △불자들이 독자적으로 책을 사보지 않는 불교계 풍토 △저자가 직접 비용을 대서 만드는 자비출판으로 인한 경쟁력 하락 △불교출판 판매 통로의 열악함 등이 그것이다.

불서는 부처님 가르침을 전하고, 불교를 널리 알릴 수 있는 중요한 포교 매개이며, 불법을 익히고 나누는 최고의 법보시다. 허나 이러한 불서출판의 당위성은 그동안 공허하기 그지없었다. 불서 침체는 불교출판인만의 문제가 아니라 불교계 모두의 책임이다. 스님과 불자들이 책을 읽지 않으면 불서가 설자리가 없고, 결국 불교도 시대에 뒤쳐져 도태될 수밖에 없다.

편집국장
편집국장

불서 한권을 만드는 일은 세상에 진리의 등불 하나를 밝히는 일이다. 개인에 의해 번역상과 학술상이 제정됐듯 이제 사찰들이 나서야 한다. 각각 특성에 맞게 ‘어린이불서상’ ‘포교불서상’ ‘경전해설상’ 등등 다양한 상을 만들어 불교출판 활성화에 힘을 보태야 한다. 그것이 불서라는 위태로운 등을 꺼지지 않는 무진등으로 만드는 구체적인 실천 방법이다.

mitra@beopbo.com

[1518 / 2019년 12월 2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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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래향 2019-12-26 13:03:24
건물은 번듯한데 그 안에 시대에 맞는 콘텐츠가 빈약하니 빈 곳간 같지요.
단지 상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로 인해 관심과 확산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말씀은
많은 고민과 개선을 위한 숙고가 있었음을 느끼게 합니다.
동참, 응원합니다.

불서출판 종사자입니다 2019-12-23 02:48:54
큰도움이 되지요~ 사찰들 몇 곳이라도 상을 만든다고 하는 것은 사찰이 불서의 필요성을 공감하셔야 가능한 일이고 그런 공감을 가지신다면 신도님들에게 당연히 불서읽기를 권하시지 않겠습니까. 그런 사찰과 스님들이 한곳두곳 늘어나다보면 나중에는 적지 않은 변하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상을 만든다는 게 별 것 아니지만 우리 같은 사람들에게는 큰 힘이 되고 불교계를 독서문화를 바꾸는 아주 중대한 일이라고 봅니다. 이병두 전 종무관님과 임희근대표님에게 모두들 감사하는 이유입니다.

그래서 2019-12-22 16:49:57
그래서 불서위기는 누구의 책임입니까? 출판시장 모두가 힘든데.. 상 몇개 사찰이 돈내서 만들면 불서위기 넘깁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