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 전각의 벽에는 부처님 가르침을 담은 그림이 그려져 있음에도, 이에 관심 갖는 이들은 많지 않다. 이처럼 불자들의 관심 밖에 있거나, 관심을 갖더라도 무슨 의미를 담은 그림인지 알지 못하는 이들에게 그 이야기를 전하고자 나선 스님이 있다.
김해 정암사 주지 법상 스님은 인연이 닿아 스리랑카에서 6개월을 생활했다. 당시 순례한 대다수 스리랑카 사원에는 벽화가 그려져 있었다. 여기서 부처님 전생담과 일대기, 그리고 수많은 경전 속 이야기가 다채로운 그림으로 표현된 풍경을 인상 깊게 지켜보고 관심을 갖게 됐다.
한국에 돌아온 스님은 자연스럽게 사찰 벽화에 시선을 고정시키면서 한국 사찰의 벽화에도 무궁무진한 부처님 가르침이 표현되어 있음을 확인했다. 스님은 그 벽화들을 보면서 “벽화야말로 부처님 가르침을 전하는 탁월한 포교이며, 해당 사찰이나 그 지역에 얽힌 불교 이야기를 누구나 알기 쉽게 소개할 수 있는 최상의 방편”이라고 확신했다.
스님은 사찰 벽화가 대중의 관심을 받도록 하겠다는 원력으로 6년 전부터 제주에서 파주까지 사찰을 순례하며 틈나는 대로 사찰 벽화를 사진으로 남겼다. 외부 벽면에 조성된 벽화를 찍기 위해 한나절 씩 촬영 시간을 기다리는 일도 다반사였을 만큼, 녹록치 않은 작업이었다. 그렇게 벽화를 촬영하고, 그 벽화에 맞는 부처님 가르침을 찾아 사진과 함께 네이버 카페 ‘선재선재’에 풀어냈다.
전국 사찰 벽화 순례가 마무리 될 즈음, 온라인에 남긴 기록들을 엄선해 엮은 책이 바로 ‘사찰에서 만나는 벽화’다. 책은 ‘부처님 일대기’ ‘경전’ ‘설화’ ‘고승과 선사’ ‘호법신장’ 등의 순서에 따라 큰 주제를 정하고, 해당 주제를 다시 일목요연하게 풀어낸 뒤 그에 맞는 벽화를 선택했다. 그런 과정을 거쳐 경주 기림사의 부처님께 차 공양 올리는 벽화, 김해 정암사의 ‘출요경’ 속 소띠야가 건초 공양 올리는 벽화 등 343점을 실었다.
법상 스님은 “벽화는 사원은 물론이고 궁실이나 묘실 등에 다양하게 접목되어 그 시대의 생활상이나, 추구하고자 하는 내용 등이 그려져 학술적으로도 매우 가치가 높다”고 ‘사찰에서 만나는 벽화’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수행자로 살아가면서도 이주노동자와 다문화가정의 국내 정착을 돕는 등 사회활동에도 적극적인 스님이 글과 렌즈로 옮긴 사찰의 벽화에서, 부처님 가르침을 새롭게 만날 수 있다. 5만원.
김해=주영미 기자 ez001@beopbo.com
[1518 / 2019년 12월 2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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